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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도 性추행이냐 조작이냐

천도교, 교령 자질 시비 심각한 내홍…인권위 조사 착수 상처 오래갈 듯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여신도 性추행이냐 조작이냐

여신도 性추행이냐   조작이냐

서울종로구경운동수운회관.

천도교는 국내 6대 종단(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의 하나다. 천도교인은 “현대사회의 모순은 선천세계의 마지막 그림자다. 이미 열린 개벽의 시대가 전개된다”고 믿는다. 6대 종단은 서구문화의 영향으로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3대 종단으로 재편됐으나, 천도교는 민족종교라고 불릴 만큼 그 뿌리가 깊다. 1926년 7월10일자 ‘동아일보’ 기사는 천도교인 수가 200만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기독교 30여 만명, 불교 20여 만명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다. 그 천도교가 내홍을 겪고 있다. 종단의 최고지도자인 교령(敎領)의 자질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여신도 L씨가 교령에게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교령의 권위가 위협받고 있다. L씨는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조사에 착수했다. 진정 과정에서 L씨에게 도움을 준 C변호사는 “인권위가 조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면서 종교지도자와 신도를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같은 상하관계로 볼 수 있느냐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씨 “상습 성희롱 피해자 더 있어”

L씨의 주장은 이렇다.

“교령의 손버릇이 나빠요. 상습적으로 희롱했습니다. ‘조용한 곳으로 가자’ ‘내 집에 가자’고도 했습니다. 저 말고도 피해자가 또 있어요. 교령실에 여자 혼자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도 돌았습니다. 겨드랑이 밑을 꽉 쥐기도 했고요. 제가 반항하자 더 세게 쥐어 얼마나 아프던지. 이젠 천도교 쪽은 쳐다보기도 싫습니다.” L씨의 주장이 종단에 알려지면서 일부 신도들도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은 교령이 누명을 썼을 수 있음에도 L씨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한다.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성추행의 주인공으로 (교령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또한 교단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교헌(敎憲)에 의해 임시대회를 요구했지만 이상한 기준으로 묵살하고 있으며, 교령과 뜻을 달리하는 분들에 대해 마구잡이로 부당 징계를 감행하고 있습니다.”(천도교 수원교구 ‘교단정상화를 바라는 우리의 의견’ 중에서)



“우리 천도교 여성 동덕(同德) 한 분이 중요 교직자에게 성희롱, 성추행을 당했다는 벽력강하(霹靂降下)의 놀라운 소식은 당면한 교단의 어지러움 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을 갖고 묵묵히 수도 정진하려는 지방 교인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안기고 말았습니다. 최근 떠돌아다니는, 쉬쉬하면서 숨기려고 급급한 일, 일반사람들이 알까봐 두려워하는 일, 우리 삼천포지부 여성회 일동은 일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도저히 같은 여성으로서 지나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천도교 여성회 삼천포지부 회원 일동 심고(心告) 발췌 요약)

주간동아 질의서에 “답변 가치 없다”

“성추행 소문을 듣고, 여성 신도 모두가 이 사실을 그대로 묵과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그러나 소문만 듣고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으니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자’는 의견을 모아, 피해자라는 분을 한강지부로 초대해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대한 여러 진술을 듣고, 본인 승낙하에 녹취도 했습니다. 따라서 성추행에 대한 소문이 거짓이 아닌, 진실한 사실이라는 것과 피해자를 오히려 지속적으로 ‘왕따’시키고 인격까지 무시한 사실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천도교 여성의 장래를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이야기하신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성추행에 대한 소문이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과 피해자를 계속 왕따시키고 인격을 무시한 것은 ‘사인여천(事人如天)’을 하자는 우리의 진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가 아니겠습니까?”(천도교 한강지부 여성회) 그러나 천도교 김동환 교령은 “L씨의 주장은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L씨의 몸을 만진 적이 없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런 말(‘조용한 곳으로 가자’ ‘내 집에 가자’)도 한 적이 없다.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꾸며낸 이야기다. 증거를 대보라고 해라. 그런 일 절대로 없다. 나를 반대하는 이들이 청수사건 때부터 나를 음해했다. 그 여신도가 그들의 사주를 받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한마디로 조작이다. 날조다.” 청수사건은 김 교령이 종교행사 도중 천도교에서 신성시하는 청수를 물처럼 마신 사건을 가리킨다. 자질론은 이 사건에서부터 비롯했다. “그건 내 실수였다. 목이 타서 실수로 마셨다. 불찰이었다.”

천도교는 L씨의 주장을 공론화한 인사들에게 ‘교권 정지’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받은 한 인사는 “여신도의 개인적인 인권침해를 교권 다툼으로 포장하면서 또 한 번 그 신도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도교는 최덕신 오익제 교령의 월북으로 교세 위축을 경험했다. ‘자질 시비’로 불거진 최근의 내홍도 교리를 정립하고 교역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재도약하겠다는 천도교의 구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가 L씨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점을 입증해 “김 교령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결론짓더라도 천도교가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듯하다.

한편 ‘주간동아’는 김 교령에게 7개 항목으로 된 질의서를 보냈다. 김 교령의 측근 인사는 이 질의서에 대해 “답변할 가치조차 없다”고 답했다.



주간동아 2008.12.02 663호 (p28~29)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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