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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직불금 파문 정치적 위상 다지기 성공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쌀 직불금 파문 정치적 위상 다지기 성공

돼지 왼발톱’은 상궤에서 벗어난 짓을 하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비하하는 말이다. 비탈길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비틀어진 돼지발톱과 왼쪽을 천대시하던 과거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정형근(63·사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이사장이 얼마 전 송두영 민주당 부대변인에게서 같은 말을 들었다. ‘안하무인’이라는 질타와 함께. 이유인즉슨 ‘쌀소득 보전 직불금 불법 수령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쌀 직불금 특위)에서 요구한 쌀 직불금 불법 수령 의혹자 명단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급기야 여야가 국정조사 관련법에 따라 쌀 직불금 특위 차원에서 정 이사장의 검찰 고발 여부를 둘러싸고 대립하면서 정 이사장은 다시 정쟁의 한복판에 섰다.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당내 공천에서 탈락, 현역에서 물러난 지 7개월 만이다. 그의 등장은 그저 우연일까.

정 이사장은 지난 9월22일 건보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2개월여 전인 7월8일 공모 마감일에 지원서를 접수한 뒤 보건복지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받은 것. 당시 건보공단 이사장은 3개월간 공석이었다. 하지만 이는 정 이사장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일 뿐 그 이전부터 내정됐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정 이사장은 당내 공천 탈락 이후 무소속 출마가 유력했지만 불출마를 선언하고 조용히 물러났다. 그때부터 그가 건보공단 이사장 자리를 노린다는 소문이 여의도 바닥에 파다했다. 특히 정치권 내에선 정 이사장이 건보공단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했다. 당시 가장 설득력을 얻었던 분석은 그가 ‘정치 공작 전문가’ ‘저격수’ 같은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국적으로 방대한 조직을 통해 대권 도전의 토대를 닦는 데 건보공단만한 공기업이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현재 건보공단은 중앙본부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경인 등 6개 지역본부 밑에 전국 227개 지사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정식 임직원만 1만1300여 명에 달한다. 이사장이 마음먹기에 따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직인 셈이다. 민주당도 같은 맥락에서 최근 정 이사장이 쌀 직불금 특위의 요구뿐 아니라 쌀 직불금 불법 수령 의혹자 명단 공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한승수 총리의 지시마저 거부한 배경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민주당 원내기획실 한 관계자는 “정 이사장이 보수세력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대표주자로 우뚝 서고 싶은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물론 본인의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이처럼 총대를 메고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한 총리를 포함한 정부와 한나라당, 정 이사장이 서로 짜고 쌀 직불금 특위를 무위로 끝내려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에도 정 이사장은 정치적으로 손해볼 것이 없다. 정부와 한나라당 모두 정 이사장에게 빚을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의 등장은 이래저래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뚝뚝한 표정에 감춰진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주간동아 2008.12.02 663호 (p15~15)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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