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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Reportage

장난 비상벨에도 총알같이 고양이 침입해도 이잡듯이

경비업체 직원들의 24시 … 초긴장 불침번 속 허탕 출동 땐 “속 타요”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장난 비상벨에도 총알같이 고양이 침입해도 이잡듯이

장난 비상벨에도 총알같이 고양이 침입해도 이잡듯이

유경호 출동요원이 현장 상황을 상황실에 보고하고 있다.

2008년 4월7일 카드빚 2500만원을 고민하던 원모(26) 씨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가 몸에 밧줄을 묶고 지붕을 통해 건물 안으로 침투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는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한 금은방 지붕을 뚫은 뒤 밧줄을 타고 내려가 귀중품을 훔쳤지만 근처 지구대 경찰관 11명이 5분 만에 현장에 출동해 덜미가 잡혔다. 원씨가 침입한 사이 금은방에 설치돼 있던 무인경비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대부분의 상점과 주택에는 무인경비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범인이 침입하면 어디선가 5분 내로 달려오는 출동요원들. 이제 우리 삶에서 빼놓을 없을 만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9월1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자리한 KT텔레캅 강북본부 중앙지사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출동요원과 상황실 관제사의 커뮤니케이션 간담회로 북적였다. 교대시간이 다가오자 교대자들은 방검복을 입고 가스총과 삼단봉을 착용했다.

오후 6시, 주간근무자와 야간근무자의 교대가 이뤄진다. 3교대 근무 가운데 가장 힘든 야간근무가 시작되는 것이다. 근무 교대와 동시에 유경호(25) 출동요원이 지령을 받고 급히 나간다. 이를 본 KT텔레캅 오재록 차장은 “고양이가 출동요원에게는 천적”이라며 알 듯 모를 듯한 웃음을 짓는다.

“출동신고를 받고 가보면 침입 흔적이 전혀 없어요. 기계가 오작동한 것도 아니고요. 자주 신고되는 집이 있어서 살펴봤는데 고양이 녀석이 담을 넘어가더라고요.”



담을 넘지 못하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여러 집을 자유자재로 왕래한다. 적외선 감지기가 작동하는 집을 고양이가 넘어가는 순간에도 침입 신고가 접수된다. 이번 출동도 그 경우일 것이라는 게 오 차장의 설명이다.

조현기(34) 출동요원과 함께 교통이 좋아 출동하기 편하면서도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잠시 대기했다. 무작정 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구역을 1, 2, 3코스로 나눠 신고가 없을 때도 코스별로 순찰을 한다. 조 요원은 “차량 이동이 많다 보니 하루 기름값이 10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차 안이 사무실이자 식당 구실을 한다”고 말한다.

순찰차량은 겉모습은 일반 차량과 동일하지만 내부는 약간 변형돼 있다. 운전석 옆은 좌석 대신 커다란 캐비닛이 놓여 있다. 고객이 맡겨 놓은 키들을 보관하는 ‘키박스’다. 사고가 발생해 현장에 갔을 때 내부 열쇠가 없어 집이나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배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을 맺을 때 여유 키를 받아서 보관한다.

여유 키를 갖고 있다 보니 출동요원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모 업체 출동요원이 성추행과 절도를 저질러 문제 된 바 있다. KT텔레캅 홍성욱 중앙지사장은 “새로 임용되면 16일간 행동요령 교육을 실시하고, 매월 정기교육도 한다. 매일 출동할 때마다 지사장과 팀장이 직접 교육도 한다”며 강화된 윤리교육을 강조했다.

캄캄한 밤이 되자 빗줄기는 되레 굵어졌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데도 무전기와 PDA에서는 쉴 새 없이 출동지령이 떨어진다. 자하문 터널에 갔다가 다시 방향을 돌려 종로구 사직동 새마을금고로 향한다. 날씨와 연휴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야간에도 평균 10~20회 출동한다. 오늘도 무인경비 시스템을 작동시키지 않은 미경계, 현금인출기 오작동 등 소소한 일들이 발생했다.

하룻밤 근무 동안 10~20회 출동은 기본

장난 비상벨에도 총알같이 고양이 침입해도 이잡듯이

출동요원들은 헬멧, 방검복, 가스총, 삼단봉 등을 착용하고 현장에 출동한다.

“추석에 고향에 가느냐”는 기자의 우문(愚問)에 조 요원은 “추석 때가 저희에겐 한철”이라며 현답(賢答)을 한다. 휴가는 ‘언감생심(焉敢生心)’. 정상근무에 더해, 장기간 집을 비우는 고객을 위해 택배나 우편물을 대신 받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정기적 순찰을 원하는 경우 순찰 서비스까지 하기 때문에 더욱 바빠지는 것이 명절을 비롯한 연휴 때다.

또 다시 들어오는 신고. 빗속에서도 과하다 싶을 만큼 순찰차량이 속도를 낸다. 조 요원은 “사소한 신고라는 생각이 들어도 확신할 수가 없다. 그래서 긴급신호를 내고 비상벨을 울리며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며 “목숨을 걸고 간다”고 말한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려던 고객이 카드가 나오지 않아 낭패를 보고 있다. 여유 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 인출기에서 카드를 꺼내주자 고객은 연신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하고 돌아선다.

출동요원들은 우스갯소리로 경비업이 3D 업종이라고 말한다. 주간, 주간, 야간, 야간, 휴무, 휴무로 이어지는 불규칙한 근무는 물론, 상시 범죄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이 일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존경과 고마움을 받는 경찰관, 소방관과 달리 인정조차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출동요원의 경우 이직률이 30%에 달한다. 조 요원은 사람들이 출동요원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주길 바랐다.

“최선을 다해 범죄를 예방하려고 해요. 하지만 고객들을 다 만족시키진 못하죠. 출동요원에게 삿대질하는 사람, 어느 경비업체가 빨리 도착하는지 내기하려고 비상벨을 울리는 사람…. 그런 분들이 조금이나마 저희가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Tip

추석 연휴 빈집 보안관리

① 우유, 신문 등은 배달 업체에 미리 연락해 배달을 중지시킨다.

② 현관문 근처에 열쇠를 숨겨두지 않는다.

③ 집 전화는 휴대전화로 착신해둔다.

④ 전등을 하나쯤 켜놓거나, 타이머 기능을 이용해 TV가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게 한다.

⑤ 나뭇가지, 가스배관 등 침입이 용이한 요소들은 사전에 조치를 취해둔다.

⑥ 현금, 귀금속은 은행이나 경찰서 보관서비스를 활용한다.




주간동아 2008.09.16 653호 (p70~72)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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