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1

2008.06.24

손과 마음이 다른 이유

  • 편집장 김진수

    입력2008-06-16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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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 6·10 민주화 항쟁 집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도 학생 때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면서 고통을 겪었던 민주화 1세대로, 어제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개인사적으로 가장 ‘잔인한 6월’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이명박 대통령이 6월11일 전날의 촛불집회를 본 후 밝혔다는 소회입니다. 그는 “새로운 각오로 정부도 출발하려고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아마도 일괄사의를 표명한 내각에 대한 첫 개각 단행과 함께 청와대 수석 진용을 재편함으로써 국정 난맥상을 수습하는 한편, 자신이 이끄는 실용정부의 업그레이드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겠지요.

    마땅히 그래야 할 겁니다. 대한민국이 세계만방에 이렇듯 국위를 떨친 게 얼마 만일까요? 외신들은 촛불집회에 대한 상세한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이 대통령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에서 시작해 ‘용접명박’ ‘레고명박’이라는 신(新)사자성어를 만들어내는 등 화제를 불러온 ‘컨테이너 장벽’에 이르기까지 ‘국위(國威)’ 아닌 ‘국위(國危)’를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국가원수로서 이 대통령의 국위(國位) 또한 그만큼 약화됐습니다.

    그럼에도 촛불은 쉽사리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 대통령이 4월 말 첫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부터 시작돼 한나라당의 야심찬 ‘재보선 불패신화’까지 무너뜨리며 40여 일 동안 타오른 기세 때문일까요?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선 촛불집회 상설화 논의마저 이뤄질 정돕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는 7월 초까지 촛불집회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 대통령은 기록적 인파가 몰린 이번 6·10 촛불집회와 관련해 “큰 사고가 없어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큰 사고(事故)’는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큰 사고(思考)’는 마땅히 있어야만 할 겁니다. 그가 말한 ‘새로운 각오’에 그와 같은 큰 생각이 담겨 있길 바랍니다. 진정한 인적 쇄신이란 사람 바꾸는 것 이전에 사람들의 마음부터 바꾸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 아닐까요?
    손과 마음이 다른 이유
    연애해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한번 고무신 거꾸로 신은 애인의 마음을 되돌리는 건 새로운 상대를 찾아 헤매는 일보다 훨씬 공이 드는 법입니다. 이래저래 대통령의 ‘대(對)국민 외사랑’만 깊어가는 6월입니다. 문득 이런 경구가 생각나네요.

    ‘A broken hand works, but not a broken heart(부러진 손은 고칠 수 있어도 상처받은 마음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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