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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 해명 기자회견 또 하나의 ‘나훈아 쇼’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루머 해명 기자회견 또 하나의 ‘나훈아 쇼’

루머 해명 기자회견 또 하나의 ‘나훈아 쇼’
“제가 지금부터 여러분이 원하는 걸 시작하겠습니다.” “밑이 잘렸다고요? 원한다면 5분간 보여드리겠습니다.” “남의 부인을 탐하려 했다면 제가 여러분 집에서 기르는 개××입니다.” “기자들이 펜으로 나를 죽였습니다.” “나를 탁구대에 올려놓고 핑퐁을 쳤습니다.” “제발 김혜수 김선아 문제는 바로잡아주세요.”

국내 최고의 스타 가수 나훈아(61·사진)가 한국 연예사에 기록될 만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1월25일 나훈아의 기자회견이 있었던 서울 한 호텔에는 무려 700명이 넘는 기자와 중년 팬들이 모여들었다. 한 케이블 뉴스채널은 이를 생중계까지 했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지난 1년여 동안 나훈아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자회견에 나선 나훈아는 “오늘 날씨가 제 속마음만큼 시리고 차갑다”는 말로 현재의 심경을 내비쳤다.

지난해 3월 이후 끊이지 않았던 그를 둘러싼 루머는 중병설, 해외도피설을 넘어 조폭 폭행설, 여배우 염문설로 이어지며 전국을 떠돌았다. 루머의 내용은 하나같이 한 편의 영화 같았다. 특히 젊은 여배우의 조폭 남자친구가 분개해 야쿠자를 동원, 나훈아 신체에 치명적 위해를 가했다는 루머는 압권이었다.

나훈아는 이러한 의혹과 루머, 온갖 추측보도를 “더는 참지 못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통해 분노를 폭발시켰다.



나훈아는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하얀 턱수염에 꽁지머리와 검은 계열의 넥타이,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그리고 “오늘은 제가 말할 차례”라며 일체의 질문을 불허했다.

그는 미리 써온 메모도 없이 55분간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때로는 ‘개××’ 등 격한 단어를 사용하는가 하면, 신체 훼손으로 지목된 아랫도리를 언급할 때는 탁자에 올라가 바지를 내리는 제스처까지 취했다. 회견장 뒤쪽에 있던 나훈아 팬들은 “믿어요. 벗지 마세요”라며 울먹였다. 여배우와의 염문설에 거론된 김혜수 김선아에 대해서는 “그 젊은 처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바로잡아달라”고 여섯 번이나 강조했다.

한 마리 백호가 포효하는 듯했던 기자회견에 대해 대부분의 기자들은 “대단한 열정과 분노, 카리스마를 느꼈다”고 수군거렸다. 내용과 상관없이 10분 정도로 끝나겠거니 했던 기자회견이 마치 나훈아 쇼 같았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상당수 직장인들까지 생중계를 보기 위해 리모컨을 잡았을 정도로 나훈아 문제는 사회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나훈아에게는 미국에서 명문대를 나온 두 아들이 있다. 아내는 하와이에 거주한다. 이날 참석한 한 지인은 “예순을 넘긴 대형 스타가 바지를 벗으면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 심정을 자식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할지 정말 안쓰럽다”고 말했다.

대중 호기심과 궁금증은 현재진행형

나훈아의 기자회견은 이른바 음성적인 루머 생산과 정보지(찌라시) 문화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게 한다. 오랜 기간 되풀이되고 있는 정재계와 증권가 루머의 생산과 유통, 확산은 이 같은 기형적인 피해자를 낳게 했다. 김태희 결혼설이나 변정수 사망설 등도 마찬가지의 후유증을 낳았다.

나훈아 기자회견은 연예 저널리즘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단순히 흥미를 위한 이니셜 기사의 난무, 사실 확인이 덜 된 불완전한 추측기사, 선정적·자극적인 보도 태도 등에 대해 비판했다. 나훈아는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나훈아 기자회견은 한편 지나친 신비주의가 오히려 화를 불렀다는 반응도 나온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을 맞았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이 열렸음에도 대중은 여전히 호기심과 궁금증, 루머의 진상에 대해 속시원히 해소하지 못한 듯하다. 왜 그는 질문을 봉쇄했을까. 병원진단서를 보여주면 되는데 왜 바지 벗는 시늉까지 했던 걸까. 그렇게 대중의 호기심은 또다시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것이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이중심리인지도 모르겠다.



주간동아 2008.02.19 623호 (p104~105)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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