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9

2007.11.06

‘의술 vs 인술’ 어느 쪽이 중요?

  • 이명재 자유기고가

    입력2007-10-31 1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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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술 vs 인술’ 어느 쪽이 중요?

    ‘패치 아담스’

    옆에 있으면서도 먼 곳처럼 느껴지는 곳이 있다. 심리적 오지라고나 할까. 요즘 봇물을 이루고 있는 의학 드라마는 그 같은 오지를 찾아가는 여행기 같다. 의사와 병원이라는, 평소 자주 가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공간과 직업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점이 그렇다.

    이들 의학 드라마에는 흔히 두 유형의 인물이 등장한다. (뛰어난 의술을 가졌지만) 차가운 의사와 인간미 넘치는 의사. 거의 법칙이라 해도 될 만큼 전형적이다.

    현실에서 사람들이 의사에 대해 갖는 생각은 대부분 전자다. 그래서 관객들은 영화에서 인간적인 의사를 보고 감격한다. 영화 ‘패치 아담스’의 주인공 얘기다. 의대생 아담스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동료 환자에게서 깨달음을 얻고 새 인생을 시작한다. ‘상처를 치유하다’라는 뜻의 ‘패치(Patch)’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의사에게 필요한 것은 의대에서 가르치는 딱딱한 규칙보다 환자의 마음속 상처까지 치유하고 어루만지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을 도울 때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런 말이야말로 환자들이 의사에게서 듣고 싶은 말이다. 사람들은 형식적으로 대하는 현실의 의사를 떠올리며 패치 아담스와 같은 의사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하기는 대학 당국이 패치를 못마땅히 여겨 결국 쫓아내는 걸 보면 영화 속에서도 패치는 예외적인 존재다.



    그러나 사실 현실이 이렇게 극단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라서 특히 비정하다거나 냉혈한이란 법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 느끼는가. 그만큼 의사를 여느 직업과 다르게 보기 때문인 듯하다. 생명을 다루는 ‘인술’이라는 점에서 의사는 어느 기능인과는 다른 기대를 받는다. 병원은 본질적으로 인본적이어야 할 곳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특별한 기대가 전적으로 부당하지는 않아 보인다.

    의사들로선 좀더 환자들 처지가 돼야 할 듯하다. 마음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 영화 ‘닥터’에는 이 같은 종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환자는 자기의 의술을 발휘하는 대상일 뿐 아무런 애정이 없던 잭이라는 성공한 의사가 어느 날 암 진단을 받고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환자 처지에 선 잭의 눈에 비친 병원은 전혀 다른 곳이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자신의 과오를 뉘우친다. 영화 속 얘기지만 모든 의사들에게 잭과 같은 경험을 해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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