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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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민심과 ‘신정아 신드롬’

  • 입력2007-10-04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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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 때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이 있다지요. 대학생 친척에게 “취업 준비는 잘 되느냐”고 묻는 것은 듣기 싫은 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알고 있음에도 서먹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조카에게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옆에 있던 중학생 딸아이가 “듣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는 질문”이라며 바로 면박을 주더군요.

    뭐니뭐니해도 추석 민심으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신정아 씨일 것입니다. 그를 둘러싼 화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 탓에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등 경선후보들이 손해를 봤다지요. 추석 민심의 주역 자리를 뺏긴 데 대한 불만이 기자에게 전달될 정도이니, ‘신정아 신드롬’이 괜한 말은 아닌 듯합니다.

    돈, 권력, 여자라는 통속적인 코드 외에도 이 신드롬을 몰고 온 배경에는 몇 가지 코드가 더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신씨가 입은 세련된 옷입니다. 그는 소위 명품 옷을 차려입은 모습을 언론에 자주 노출했습니다. 이번 호 ‘주간동아’에 실린 기사를 보면, 관련 명품 브랜드들은 매출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 서운해하면서도 적지 않은 홍보효과에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고 합니다.

    프랑스 언론이 ‘한국 성(性) 혁명의 상징’으로 하리수를 소개했다지요. 신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나이를 초월한 ‘우정과 사랑(?)’도 이에 못지않게 화제를 모았습니다. 조금씩 흘러나오는 연서(戀書) 내용은 두 사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부추깁니다.

    신씨를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궁금증은 아직까지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최고 권력자일 것입니다. 추석 밥상머리에서 “그가 누구냐”는 질문이 수도 없이 오고 갔을 테지요. 사실 국민은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 국민의 마음을 헤아린 최고 권력층에서 해명에 나섰지만, 국민은 신뢰를 보내지 않습니다. 이른바 네거티브의 힘이겠지요.



    ‘신정아 신드롬’이 이런 추세로 전개된다면 코앞에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조차 국민의 관심권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회담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 기반을 조성해야 할 이번 회담은 전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신씨 사건이 빨리 마무리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난감한 쪽은 검찰일 것입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하면서 체면을 구겼습니다.

    애초 검찰이 신씨 사건의 궁금증을 다 풀어주기란 불가능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신정아 신드롬’의 실체는 이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불신 현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은 권력자 변양균의 해명을 믿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권력에 기대 호가호위하던 신씨의 말도 불신합니다. 최고 권력층의 설명을 그들만의 논리로, 변명으로 치부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이런 ‘신뢰의 상실’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요.

    추석 민심과 ‘신정아 신드롬’
    민심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력(動力)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역사와 사회를 후퇴시키기도 합니다. 내년 추석 민심은 미래를 향한 동력으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간동아 차장 김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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