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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가 사랑하는 시

안개가 흔적을 남기지 않듯이

안개가 흔적을 남기지 않듯이

안개가 흔적을 남기지 않듯이

레너드 코헨 Leonard Cohen(1934~)

안개가 흔적을 남기지 않듯이

저 어두운 녹색의 언덕 위에

안개가 흔적을 남기지 않듯이

내 몸은 당신에게 영원히

상처를 남기지 않을 거야



바람과 매가 부딪칠 때,

하늘에 무슨 흔적이 새겨질까?

그렇게 당신과 나는 우연히 만났지,

그리고 몸을 돌려, 같이 잠들었지

달도 별도 없는

많은 밤들을 견디었으니

한 사람이 멀리 떠나더라도

우리는 참아야 하겠지

‘나는 너의 남자(I am your man)’를 불렀던 캐나다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 그의 목소리처럼 감미로우며 삶의 여러 무늬가 아름답게 새겨진, 내용과 형식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시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어떤 여자라도 넘어갈 끝내주는 연애시. 같이 잤던 여자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영원히 기억되고픈 남자의 염원이 절절히 읽힌다. 달도 별도 없는 어둡고 지루한 밤 뒤에 찾아온 아주 특별한 만남이기에.

컴퓨터로 소통하고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시대에 사랑이 어떻게 살아남을까. 하늘을 나는 매는 없지만, 우리 곁에 아직 안개와 바람과 푸른 언덕이 남아 있으니 희망을 가져야겠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돼지들에게’ 등으로 유명한 시인 최영미 씨가 이번 호부터 평소 애독하는 시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피라미드에 적힌 시에서부터 현대의 레너드 코헨까지, 우리가 놓쳤던 시의 정수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소개하는 시만큼 멋진 촌평에도 매혹될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주간동아 604호 (p15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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