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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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게이트’로 불똥 튀고 떨고 있는 ‘申의 남자들’

신정아씨 의혹 눈덩이 ‘희대의 스캔들’로 비화 변양균 전 실장, 신씨 도피 도움 증거 속속 확인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7-09-19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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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형 게이트’로 불똥 튀고 떨고 있는 ‘申의 남자들’
    ‘신정아 스캔들’이 점입가경이다. ‘러브레터’에 이어 9월13일에는 신정아씨의 얼굴을 한 누드사진이 공개돼 온 나라를 뒤집어놨다. 단순한 학력위조 사건이 청탁·로비 사건으로, 권력형 스캔들로 발전하고 있다. 상황을 주시하던 언론과 국민도 ‘누드작품’(?)을 계기로‘원초적 상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추석을 앞둔 민심은 온통 신정아와 그의 남자들로 모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남자로는 변양균 전 대통령 정책실장이 유일하다. 그러나 상황의 전개 속도나 방향으로 보아 이번 스캔들은 변양균 드라마 한 편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다. 누드사진 의혹속에 정·관계와 미술계 몇몇 인사들 이름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속편(續編)’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른바 ‘신의 남자’로 거론되는 이들의 존재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신정아 사건은 총체적 스캔들로 비화해 대선 정국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신정아는 과연 ‘팜므 파탈’인가. 그의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서성거렸을까.

    애당초 ‘신정아의 남자들’에 대한 국민의 관음증을 자극한 곳은 다름 아닌 검찰이었다. “신씨와 e메일을 주고받은 정·관계 고위 인사가 다수에 이른다”는 얘기도 검찰 주변에서 처음 제기됐다. 물론 이들이 모두 신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단서는 없다. 그러나 미술계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루머는 ‘신의 남자들’에 대한 세간의 의혹이 뜬소문만이 아님을 뒷받침해준다.

    특히 누드사진을 공개한 ‘미술계 원로’가 많은 시선을 받고 있다. 원로로서 왕성한 활동을 해오던 그가 이 시점에 ‘신의 남자’로 거론되는 배경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기자의 방문을 받은 이 원로의 한 측근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콧방귀를 뀌었지만, 소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고위 인사 A, 교수 B, 예술계 C씨 등 구체적 이니셜 등장

    변 전 실장이 몸담았던 기획예산처와 청와대 주변, 정·관계와 불교계 등 신씨의 발길이 머문 곳마다 빠짐없이 ‘장밋빛 소문’이 피어오르고 있다. 정부 고위인사 A씨, 국립대 교수 B씨, 사립대 미대 교수 C씨, 불교계 고위인사 D씨 등 구체적인 이니셜도 등장한다. A씨의 경우 변 전 실장 이전부터 신씨와 연을 맺어왔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퍼져 있는 상태. 30대 중반의 조각가 E씨와 소설가 F씨 등 비교적 젊은 예술가들도 누리꾼 사이에서 시선을 모으는 인물들이다.

    ‘신정아 스캔들’은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다. 불교계 인사들과 가깝게 지냈던 그의 동선(動線)이 화근을 몰고 왔다. 교계 몇몇 인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고, 불교계도 이런저런 소문이 떠돌고 있음을 안다. 한 인사는 “요즘 (불교계에) 신씨 문제로 밤잠을 못 자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선주자인 이해찬 전 총리는 변 전 실장과의 친분이 알려지면서 본의 아니게 구설에 휘말린 경우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에 비하면 덜 억울한 축에 속한다. 이 전 총리는 “일면식도 없다”고 했지만, “성곡미술관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는 증언이 이미 나온 상태.

    신씨를 교수로 채용했던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도 뒤늦게 ‘신의 남자’에 이름을 올린 경우다. 여의도가 집인 그가 현재 신씨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의 바로 옆동에 살고 있음이 확인되면서부터다. 그가 이사한 시점도 신씨의 이사 시점과 거의 일치해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청와대는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가 신씨에게서 여러 점의 그림을 샀다”는 의혹이 나오자 대변인실을 통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두 차례(2006년)에 걸친 신씨의 청와대 방문 배경에도 의혹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권력형 게이트’로 불똥 튀고 떨고 있는 ‘申의 남자들’
    소문에 따르면 이들 ‘남자들’은 후견인, 후원자 역할에 충실했다. 고가의 보석을 선물하고 수백 통의 ‘러브레터’를 보냈던 변 전 실장의 그간 행적이 그런 정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변 전 실장은 신씨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9월9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서 본인이 밝힌 것처럼 그는 ‘신씨가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이 되도록’ 도와줬다. 그 이전인 2005년에는 기획예산처 장관 신분으로 신씨를 동국대 교수로 만들기 위해 적극 나서기도 했다. 최근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은 검찰에서 “변 전 실장이 ‘예일대 후배로서 매우 촉망받는 큐레이터’라며 신씨를 추천했고, 자신은 학력에 대해 별다른 의심 없이 신씨를 임용했다”고 진술했다.

    변 전 실장은 신씨의 가짜학력 문제가 터진 후에도 신씨에 대한 조력을 아끼지 않았다. 최초로 의혹을 제기한 장윤 스님에게 압력을 넣어가면서 사건 무마를 위해 애쓴 것. 장윤 스님이 말을 듣지 않자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을 직접 찾아가 “장윤 스님을 말려달라”는 압력성 부탁도 서슴지 않았다.

    검찰이 신씨의 집에서 압수한 물품 중에는 고가의 보석세트가 있었다. 변 전 실장과 신씨,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케 할 수 있다고 했던 ‘물건’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체모 세 가닥도 신씨 침대에서 수거했다”고 귀띔했다.

    변 전 실장은 신씨의 해외도피를 도왔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와 동국대 측의 검찰 고발이 늦어진 배경, 논란의 와중에 신씨가 유유히 입국해 신변을 정리하고 출국하는 과정 등에 변 전 실장이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6일 신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신씨가 사용해온 유선전화 통화 내역을 조회하던 중 특이점을 발견했다. 장윤 스님 등 이번 사건 관련자들과의 통화 내역이 무더기로 쏟아진 것이다.

    검찰은 이 통화의 상당 부분이 신씨가 아닌 변 전 실장과 관련자들 간의 통화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검찰은 허위학력 의혹이 불거진 이후 신씨가 잠시 귀국해 신변을 정리했던 7월12일부터 16일 사이에 문제의 통화가 집중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신씨와 관련자들 유선전화 통화 내역 확인

    변 전 실장은 금전적으로도 신씨를 도왔다. 장관 재직 시절 그는 신씨에게서 여러 점의 그림을 구입해 장관실에 걸었다. 물론 나랏돈이 사용됐다. 만약 이것이 신씨에게 경제적인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직권남용, 국고손실죄에 해당한다.

    기업들이 줄지어 신씨의 일을 도왔던 이면에도 변 전 실장과 같은 고위직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변 전 실장의 고교 동문이 사장으로 있던 대우건설, 산업은행 등이 신씨가 기획한 전시회를 줄지어 후원했으니 그런 의심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신씨는 성곡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10여 개 기업으로부터 수억원이 넘는 지원을 받아냈고, 2003년에는 직접 본인 이름으로 정부의 해외문화교류사업 부문에 지원을 신청해 12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누군가 그를 지속적으로 도와주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합성 의혹을 받고 있는 누드사진이 공개된 이후 원로화가 K씨는 사진제공자라는 소문에 휩싸였다. “누드화로 유명한 K씨의 부인이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하기 위해 사진을 언론사에 제보했다”거나 “신씨의 누드화를 그리기 위해 찍은 사진이 흘러갔다”는 식의 소문들이다. 기자는 수차례에 걸쳐 K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언제, 어떤 형태로 끝날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 관심사가 된 신씨와 남자들이 주고받은 e메일 등은 조만간 일부라도 공개될 전망이다. 문제가 터진 후 신씨는 한국을 떠나 자리를 피했지만 변 전 실장을 비롯한 ‘신의 남자들’은 숨을 곳도 없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세속의 권력자일 수 있고, 명예를 가진 사회 지도층일 수도 있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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