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4

2007.09.25

정치 타이밍 문맹… 1년 만에 결국 사퇴

  • 도쿄=서영아 동아일보 특파원 sya@donga.com

    입력2007-09-19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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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타이밍 문맹… 1년 만에 결국 사퇴
    ‘상황을 읽지 못하는 사람.’ 9월12일 전격 사임 의사를 밝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흔히 이렇게 불렸다. 정치가의 기본 자질이 정국을 읽고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라 한다면, 그는 늘 이 부분에 맹점을 보여왔다.

    아베 총리는 11월1일로 기한이 다가온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의 연장 문제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7월 참의원에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오도 가도 못할 처지에 놓였던 것. 더욱이 지난해 9월 집권 이래 계속돼온 국정 혼란, 참의원 선거에서의 패배 등 그가 그만둘 이유는 산적해 있었다.

    그러나 그가 가장 크게 내세운 사임 이유는 “인도양에서 해상자위대의 급유를 계속하기 위한 국면 전환”이었다. 이후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관방장관은 총리 사임에는 건강 문제도 있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7월29일 참의원 선거에서 ‘역사적 대패’를 한 뒤에도 그는 “개혁 계속”을 외쳤고, 8월27일에는 2기 내각까지 구성했다. 그리고 9월9일 호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등에게 다국적군에 대한 해상자위대 급유 활동을 계속할 것을 약속한 상태였다. 결국 그는 최후까지도 타이밍을 못 맞춰 ‘무책임의 극치’라는 비판을 뒤집어써야 했다.

    9월13일 일본 언론에 드러난 여론은 “그는 (총리가 될) 그릇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전후 태생 첫 총리’이자 ‘전후 최연소 총리’라는 화려한 수사와 함께 일본 총리직에 앉을 때만 해도 그는 이런 결말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 최고의 정치인 집안 출신이다.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외손자이자,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상의 차남인 그는 말 그대로 ‘도련님’으로 자랐다. 1982년 당시 외상이던 아버지의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했으며, 아버지가 사망하고 2년 뒤인 93년 37세의 나이로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下關)에서 중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전 총리는 A급 전범으로 투옥됐다가 무죄 석방된 뒤 총리가 된 인물이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신념이나 지향은 모두 기시 전 총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려한 출신 배경을 바탕으로 그가 일약 정가의 실력자로 떠오른 것은 2002년 9월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방북 때였다. 관방장관으로서 북한 방문에 동행한 아베는 북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납치를 인정하고 사죄하지 않을 경우, 평양선언에 서명해선 안 된다”고 고집을 부렸고, 결국 사죄를 받아냈다. 이후 그가 총리 자리에 앉는 데는 몇 번의 ‘북풍’도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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