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1

2007.09.04

툭하면 언론 탓 하더니 앞장서 재갈 물리기

  • 황장석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surono@donga.com

    입력2007-08-29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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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툭하면 언론 탓 하더니 앞장서 재갈 물리기
    정부의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방안’과 관련해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이 있다. 8월14일 경찰에 대한 취재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침을 발표했다가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이택순(55·사진) 경찰청장이 그 주인공이다. 경찰은 취재 제한조치에서 이를 총괄 지휘하는 국정홍보처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 청장은 참여정부 전까지만 해도 소위 ‘잘나가는’ 인사는 아니었다는 것이 경찰 내부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는 2000년 경남지방경찰청 차장, 2001년 경찰청 교통관리관을 거쳐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03년 경남경찰청장이 됐다. 2004년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냈고, 2005년 경기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지난해 2월 허준영 경찰청장이 시위 농민 사망사건으로 중도하차하면서 경찰청장에 전격 발탁됐다. 경찰 안팎에선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가 이 청장의 용산고 1년 후배라는 점도 인사 발령의 한 원인이 됐으리라 보고 있다.

    큰 무리 없이 경찰조직을 이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 청장은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 수사 문제로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경찰의 사건 은폐 시도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게다가 사건 발생 직후 이 청장이 한화증권 유기왕 고문과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되면서 청탁 논란까지 일었다. 경찰 내부에서 사퇴론이 제기되고 언론의 비판을 받았지만, 그는 꿋꿋하게 버텼다.

    경찰청이 국정홍보처보다 ‘오버’해 사실상의 취재 봉쇄 방안을 내놓은 이유도 한화 사건을 거치면서 강화된 이 청장의 부정적인 언론관 탓이라는 것이 경찰 내부와 언론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청장은 한화 사건 당시 유 고문과의 골프 회동 의혹에 대해 “(언론이) 사건의 본질과 관련된 걸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앞서 3월에도 한 워크숍에서 “작년에 경찰관 구속자 수가 늘어난 것은 성인오락실 단속과 관련해 오락실 업주와 사적인 친분관계에 있던 (경찰) 직원들의 실수가 언론에 대서특필됐기 때문”이라며 언론 탓을 한 적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은 벌써부터 취재 제한조치를 자발적으로 실행하는 분위기다. 경찰청 한 고위간부는 “청장이 언론을 상대로 저러고 있으니 당분간 기자들과의 접촉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이 청장은 용산고와 서울대 지리학과를 나왔다. 1976년 제 1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동력자원부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으며, 83년 경찰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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