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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특파원의 Cafe de Paris

자전거 대여 시스템에 사회주의 색채 ‘물씬’

자전거 대여 시스템에 사회주의 색채 ‘물씬’

자전거 대여 시스템에 사회주의 색채 ‘물씬’

파리 곳곳에 설치된 무인 자전거 대여소.

프랑스 파리가 7월15일부터 ‘자전거 혁명’을 시작했다. 나는 이것을 ‘사회주의적’ 자전거 혁명이라 부르고 싶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이 사회당 소속이기도 하지만, 그 발상이 무척이나 사회주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파리 시내에는 750개의 무인 자전거 대여소가 설치돼 있다. 파리는 의외로 좁다. 대략 300m에 하나씩 대여소가 있는 셈이니, 어디서나 금방 찾을 수 있다. 나는 파리 15구역에서 사는데, 근처 지하철 정거장 앞과 거기서 100m쯤 떨어진 곳에 대여소가 있다.

이 대여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자전거를 원래 빌린 곳에 반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에펠탑에 가는 길이라면 집 근처 무인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꺼내 타고, 에펠탑 인근 무인 대여소에 세워두면 된다.

그렇다고 돈이 드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처음 30분은 공짜고, 30분을 초과할 때 내는 요금은 고작 1유로(약 1300원)다. 가히 환상적이다. 연간 자전거 이용료도 29유로에 불과하다. 당일 표를 끊으면 1유로를 선불로 내는데, 이는 30분 초과 사용에 대비하는 것일 뿐이다.

이 정도라면 누구나 ‘파리에 놀러 가면 자전거 한번 타봐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먼저 프랑스어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영어 서비스가 안 되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꺼내는 데까지 10개가 넘는 화면이 나오고, 복잡한 질문에 일일이 응답하면서 번호를 눌러야 한다. 어림짐작으로는 힘든 일이다.

또한 동전으로는 자전거를 빌릴 수 없다. 이용료가 공짜이긴 하지만 보증금으로 150유로를 내야 하는데, 신용카드로만 가능하다. 신용카드를 집어넣으면 ‘자전거를 24시간 내에 반납하지 않으면 150유로가 부과된다’는 메시지가 뜬다. 당장 150유로가 파리시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가져온 신용카드도 될까. 그게 좀 의문이다. 맨 처음 한국에서 가져온 비자카드로 시도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문제는 자전거를 빌린 다음이다. 파리에서 자전거는 자동차와 똑같이 취급된다. 인도가 아닌 차도로 다녀야 하고, 적색신호에서는 반드시 서야 한다. 당연히 안전이 문제가 된다. 게다가 헬멧도 없을 텐데….

또한 파리 시내에는 일방통행이 많다. 이것에 익숙하지 않으면 원하는 곳을 찾지 못한 채 뱅뱅 돌기 일쑤다. 좌회전은 대부분 비보호이기 때문에 눈치가 이만저만 좋지 않으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설프게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가는 당황해서 사고가 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사회주의적으로 싼 가격이 고맙지만, 사회주의적으로 공급자 마인드로 설계된 불친절한 파리의 자전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에펠탑 인근 센강에는 자전거도로가 잘 닦여 있다는 점이다. 어렵게 손에 넣은 파리의 공짜 자전거로 이 길을 씽씽 달리며 파리 시내를 구경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주간동아 2007.07.31 596호 (p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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