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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용의 올 댓 와인

무통 로쉴드 1945 ‘맛보기 전엔 죽지 마라’

  • 조정용 아트옥션 대표·고려대 강사

무통 로쉴드 1945 ‘맛보기 전엔 죽지 마라’

무통 로쉴드 1945 ‘맛보기 전엔 죽지 마라’

와인경매 역사의 새로운 기록, 무통 로쉴드 1945.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산이다. 2월 말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사상 최고 가격인 31만700달러에 낙찰된 샤토 무통 로쉴드 1945 빈티지다. 이전까지는 1985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된 샤토 라피트 로쉴드 1787 빈티지가 기록한 15만 달러가 최고가였다.

와인 한 병이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와인 중에는 골동품처럼 희귀해서 럭셔리 아이템으로 변모한 부류가 있다. 와인이라고 다 같은 와인이 아닌 것이다. 이런 와인들은 경매장에서 주로 거래된다. 경매는 입찰자에게 더 높은 가격을 부추겨 최고가에 매매를 성사시킨다. 이론상으로는 두 사람만 입찰해도 값이 무한대로 오를 수 있다. 어느 한쪽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렇듯 최고가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던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무통 로쉴드 1945는 20세기 최고의 와인이다. 얼마 전 영국 와인전문지 ‘디켄터’는 죽기 전에 꼭 마셔야 할 와인으로 이를 첫 번째로 꼽았다.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 역시 100점 만점으로 평가했을 정도다. 그는 향후 40년 이상 숙성될 잠재력을 지녔다고도 주장했다.

소더비 경매서 31만700달러 낙찰, 최고 입증

고급 와인 가게에 가끔 이 와인이 진열된다. 보통 1만 달러면 흥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30만 달러는 너무하다 싶게 비싼 가격이다. 경매 책자를 보면 그 용량이 일반 와인과는 다르다. 4.5ℓ들이 한 병이다. 이를 ‘여로보암’이라 부르는데, 750㎖로 환산하면 6병이다. 결국 병당 5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가격의 5배가 넘는 가격이다.



왜 이렇게 비싼 값에 낙찰됐을까. 첫째 이유는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출품 와인이 진품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아주 값비싼 와인은 거의 관상용이라 품질이 들통날 염려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가짜 와인을 제조, 유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품 논쟁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은 양조장 와인을 직접 경매하는 것이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 경매 위탁자는 바로 무통 로쉴드의 성주인 로쉴드 여남작이다. 그는 양조하자마자 오늘날까지 샤토 지하 셀러에 저장한 것이다. 이보다 더 확실한 보증서가 어디 있겠는가?

둘째로 완벽하게 저장된 와인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번도 이동한 적이 없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수많은 운송 과정을 거친다. 배를 타거나 차를 타고 이 창고에서 저 창고로, 이 가게에서 저 가게로 수도 없이 이동한다. 하지만 움직임이 적을수록 자연스럽게 숙성된다. 그러니 이번 출품은 최고 조건에서 저장된 일등품 와인이다.

셋째로 엄격한 시음을 거쳐 품질을 확인한 와인이기 때문이다. 경매를 주관한 세레나 서클리프에 따르면 매우 신선한 와인이었다고 한다. 샤토의 지하 셀러에 재어놓았기에 큰 부담 없이 와인을 맛볼 수 있었다. 물론 맛보기로 소진한 용량은 다시 채워 4.5ℓ로 정확히 맞췄다. 특히 이 병은 대용량이라 신선도가 훌륭했다는 후문이다.

끝으로 코르크를 새로 갈았기 때문이다. 코르크는 참나무 줄기의 겉껍질인 순도 100%의 자연산이라 20~30년 와인을 숙성하다 보면 함께 삭는다. 코르크가 삭으면 밀봉에 문제가 생겨 와인을 산화하는 주범이 된다. 이번 경매 출품을 위해 새로운 코르크로 다시 밀봉했다.

이번 경매는 큰 의미가 있다. 새 기록은 종전의 경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난 기록은 사실상 마실 수 없는 와인이었다. 제퍼슨의 소유로 추정돼 입찰 경쟁이 커졌을 뿐, 마실 수 없는 박제된 와인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살아 있는 와인, 마실 수 있는 와인이었다. 바야흐로 진정한 와인 투자의 시대가 왔다.



주간동아 2007.06.19 590호 (p90~90)

조정용 아트옥션 대표·고려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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