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9

2007.06.12

초자연 수사 드라마 “시청률 꼼짝 마”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7-06-07 1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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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자연 수사 드라마 “시청률 꼼짝 마”
    지난 시즌 방송된 미국 드라마(미드) 중 최고 인기작으로 꼽히는 ‘히어로즈’는 ‘고스트 위스퍼러’ ‘미디엄’ ‘4400’ 등과 함께 ‘초자연 드라마’(초능력이나 심령 현상을 소재로 한 작품) 돌풍을 일으킨 작품이다. ‘히어로즈’의 성공은 초자연 드라마가 더는 마니아만을 위한 특별한 장르가 아님을 입증했다. 이것이 NBC가 ‘히어로즈’에 이어 ‘레인즈’를 제작한 이유다. 3월부터 4월까지 총 7편이 방송된 ‘레인즈’는 피해자의 영혼과 교감하며 사건을 해결해가는 형사 레인즈의 이야기를 담은 수사물이다.

    수사 중 절친했던 파트너를 잃은 아픔이 있는 레인즈는 살인사건 피해자의 집에서 환영을 보게 된다. 피해자의 환영이 그에게 말을 걸어오자 그는 크게 당황한다. 사건을 해결하기 전까지 피해자의 환영이 자신을 따라다닐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환영과 대화를 나누며 수사를 진행한다.

    ‘레인즈’가 ‘고스트 위스퍼러’ ‘미디엄’ 등과 다른 점은 환영들이 사건을 예지해주거나 수사에 결정적 단서를 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레인즈’에서 환영들이란 그저 레인즈 형사의 머릿속에 입력된 정보가 만들어내는 환영일 뿐이다. 그러므로 레인즈가 어떤 정보를 얻느냐에 따라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말투 등이 바뀐다. 이를테면 피해자인 미모의 여대생이 사실은 몸을 파는 여성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평범한 여대생의 옷차림이던 그가 짙은 화장에 치어리더 복장을 한 요염한 아가씨로 바뀌는 식이다. 이 장면들은 매우 코믹하다. 이런 설정들은 심각한 드라마에 쉼표를 주기 위해 삽입된 것이겠지만, 때로는 사회 약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고정관념에 대한 신랄한 질책으로 보이기도 한다.

    ‘레인즈’를 재미있게 해주는 가장 큰 요소는 주인공 레인즈다. ‘하우스’와 ‘몽크’의 주인공들을 적절히 섞어놓은 것 같은 마이클 레인즈는 무뚝뚝하고 냉소적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따뜻한 가슴을 지닌 인물이다. 노숙자 살해사건을 맡은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그의 이런 성향은 두드러진다. 고급 빌딩 건설 담당자가 “이런 노숙자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우리가 손해를 봐야 하느냐”고 따지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당신 신발자국을 범인의 것과 분리해야 하니 본을 뜨게 벗으라”고 말한다. 본을 뜨게 되면 그가 신고 있던 고가의 신발이 엉망이 된다는 것을 아는 레인즈의 깜찍한 정의실현인 셈이다.

    ‘레인즈’는 영화 ‘스피드’의 각본가이며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으로 에미상을 받은 그레이엄 요스트가 제작을 맡았고, ‘쥬라기 공원2 : 잃어버린 세계’ ‘인디펜던스 데이’ 등으로 유명한 제프 골드블럼이 레인즈 역을 맡아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반가운 얼굴이 하나 더 있다. ‘쥬라기 공원3’와 ‘스타트랙’ 등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한국계 배우 린다 박이 나중에 레인즈의 파트너 형사가 되는 샐리 랜스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레인즈’를 “몇 년 전부터 불고 있는 ‘수사물 열풍’과 최근의 ‘초자연 드라마 돌풍’을 따뜻한 감성으로 조화시킨 작품”이라 소개한 스토리온의 최인희 팀장은 이 작품이 “국내 팬들에게 또 다른 미드 열풍을 불러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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