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6

2007.05.22

‘고도를 기다리며’ 극작가 전시장에서 조우

  • 파리=이지은 오브제아트 감정사

    입력2007-05-16 17: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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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를 기다리며’ 극작가 전시장에서 조우

    사뮈엘 베케트의 얼굴 초상사진.

    움베르트 에코는 ‘작가가 사후에 명예를 지키는 법’이라는 에세이에서 모든 사적인 편지를 불태워버리라고 충고했다. 하긴 작가가 한 마리 고고한 홍학도 아닐진대 인간적인 자신의 사소한 고민과 번민을 사후에라도 만인 앞에 드러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작가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출판사들은 작가 사후에 남겨진 알려지지 않은 원고에 눈독을 들이게 마련이다. 이제 작가들은 미술관 큐레이터도 경계 대상으로 올려야 할 것 같다. ‘고도를 기다리며’로 유명한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전’이 프랑스 최고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에서 열리고 있으니 말이다.

    3월14일부터 6월27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손으로 쓴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초본과 당시 주고받았던 편지, 생전 베케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TV 인터뷰 시리즈까지 베케트의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이 공개됐다.

    무대장치와 동선을 고민했던 베케트의 착상과 생각의 발전 과정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그 속에서 작가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다. 또 지성적인 남자의 대표라도 되는 듯 남다른 기(氣)를 과시하는 베케트의 초상사진과 그림은 엽서로라도 사고 싶을 정도다.

    “과연 미술 전시장에서 극작가에 대한 전시가 가능한가”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이토록 진지하게 한 작가를 다루고, 그의 작품과 인생을 비주얼적으로 보여주는 기회라면 가능하다고. 그리고 세상의 모든 작가들은 이런 영광을 기다린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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