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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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독립운동사는 좌익 인사 빠진 반쪽짜리”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7-05-16 1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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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독립운동사는 좌익 인사 빠진 반쪽짜리”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동대학원 석사<br>·서강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br>·한국정당학회 회장,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회장<br>·현재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주하 이강국 허헌 김두봉…. 이들이 일제강점기 조국을 위해 활동한 독립운동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동안 정리된 우리 항일독립운동사는 사실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과거 독재정권의 반공주의 이데올로기하에서 사회주의 운동 진영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이 대부분 삭제되고 철저히 배척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에서 좌익 독립운동사나 운동가와 관련해 제대로 연구해온 것도 아니다. 북한은 김일성 우상화를 위해 오히려 더 심하게 왜곡했다.

    문제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우리 민족의 항일독립운동사가 완성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이념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의 총칼과 갖은 회유 속에서도 저항을 지속하며 국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자 통로였다.

    경남대 심지연 교수(59·정치외교학)는 15년째 이 사라진 반쪽의 항일독립운동사를 채우는 일을 하고 있다. 사회주의 운동 진영, 이른바 좌익 독립운동가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는 것. 1993년 ‘잊혀진 혁명가의 초상 : 김두봉 연구’를 시작으로 94년 ‘허헌 연구’, 2000년 ‘송남헌 회고록’, 2006년 ‘이강국 연구’와 최근 발간한 ‘이주하 연구’가 그 결과물이다. 심 교수의 말이다.

    “역사는 하나의 정파만의 것이 아니다. 사회가 자본주의라는 한 이념만으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정파와 이념들 속에서 역사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동안 좌익 독립운동가들은 빨갛게 지워졌다. 그 공백이 너무 크다. 그 때문에 (내 작업은) 역사의 재해석이 아니라 역사의 보완작업이라 할 수 있다.”



    심 교수가 좌익 독립운동가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1980년대 초반부터다. 82년 대학원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근현대사 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많이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가 좌익 독립운동가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낀 것은 80년대 군부독재 시절에 나타났던 여러 가지 사회적, 학문적 병리현상들 때문이다.

    “80년대 군부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항일독립운동사에 대한 연구가 더욱 협소하고 편향적이 됐다. 그리고 젊은 세대는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북한의 주장에 맹목적으로 동조하고, 좌익 독립운동가들을 또 다른 차원의 편향적 시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그런 시각을 바로잡을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심 교수의 작업은 현재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과거사 진상규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사회주의 진영의 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심 교수는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심 교수의 평가다.

    “방향이 잘못됐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금처럼 친일행위를 규명하려는 것은 일시적인 분풀이나 한풀이에 지나지 않는다. 친일행위보다 일제에 저항했던 행위가 더 중요하며, 그 부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독립운동가와 친일파가 분명히 구분되지 않겠는가.”

    심 교수는 이어 “비록 공산주의자지만 이들을 현대사에 포함시킬 때 우리 역사가 더욱 다양해지고 풍부해질 것”이라면서 “능력이 허락하는 한 이들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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