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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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보다 실리 … 외유내강형 통상전문가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7-05-16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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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끝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5월7일 한-EU(유럽연합) FTA 협상이 시작됐다. 이번 협상의 한국 측 수석대표는 김한수(53·사진) 외교통상부 FTA 추진단장.

    김 대표는 국내에 몇 안 되는 다자간 통상전문가다. 1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들어선 그는 통상산업부(현 산업자원부)에서 구주통상담당관과 세계무역기구담당관으로 일했다. 그리고 1998년 신설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로 옮기면서 FTA 전문가로 변신했다.

    다자통상총괄담당팀 팀장을 맡아 ‘FTA 기본추진계획’을 입안한 데 이어, 다자통상협력과 과장과 자유무역협정국 국장을 역임하면서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거의 모든 FTA 협상에 참여했다. 아세안을 비롯해 인도 캐나다 멕시코 등과의 FTA 협상에서 수석대표를 맡았으며, 올 3월 열렸던 한-중 FTA 산·관·학 공동연구 1차회의에 수석대표로 참석한 바 있다. 사실상 한국 FTA 역사의 산증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김 대표는 한미 FTA 협상팀의 주역들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제네바 사단’으로 분류된다. 2000년부터 약 3년간 주 제네바 공사 참사관을 지내면서 국제 감각과 다자간 통상협상 기술을 전문화했다. 즉, 이 기간에 세계의 시장개방 흐름과 국제협상 노하우를 취득했던 것이다.

    김 대표의 성격은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다. 형식보다는 실리를 추구한다. 본인이 솔선수범하면서 직원들을 아우르는 ‘조용한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평가. 논리 정연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국내에 한미 FTA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자, 한 언론사에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한 글을 싣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그 글에서 “FTA는 상대국과 주고받기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하되, 이를 통한 개방과 제도 정비로 경제체질 개선과 시스템의 진보를 아울러 도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바로 세계경제의 냉엄한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협상을 시작하며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EU와의 FTA는 상호무역을 확대하는 쪽으로 좋은 그림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과 달리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5월10일 현재 한-EU 양측은 전체 품목 수 및 금액을 기준으로 95% 수준에서 개방키로 합의하고, 모두 6개 분야에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의 성격처럼 이번 협상에서 과연 한국이 형식보다 실리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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