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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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천 북한통 … 내년 대권 도전장

  • 이기홍 동아일보 워싱턴특파원 sechepa@donga.com

    입력2007-04-18 1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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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은 다 내 친구입니다. 언제든 환영합니다.”

    기자는 지난해 9월18일 주미 한국대사관 간부 2명과 함께 미국 뉴멕시코주에 들를 일이 있었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대사관 간부가 “북한통인 빌 리처드슨 주지사를 만나 인사하고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라며 주지사 비서실로 전화를 걸었다. ‘주지사 만나기가 그렇게 쉬울까’ 하며 기대도 안 했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그럼 빨리 오라”는 답변이 왔다. 마침 주지사가 앨버커키 지사 사무실(뉴멕시코 주도는 산타페)에 와 있다는 것이었다.

    3평 남짓한 지사 사무실에 들어서자 주지사는 환한 얼굴로 맞아줬다. 선거가 달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을 내줬다. ‘지구촌 분쟁 해결사’를 자처하며 북한을 5차례나 방문한 한반도통으로서 친밀감의 표현이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터프츠대학을 거쳐 플레처 스쿨에서 법학과 정치학 석사를 받고 국무부에서 일하다 1973년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옮겼다. 78년 뉴멕시코주 산타페로 이사해 80년 연방하원 선거에 처음 출마, 간발의 차로 고배를 마셨으나 2년 후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에 신설된 선거구에서 당선돼 14년간 하원의원을 지냈다.

    의원 시절 그는 인디언을 위한 여러 법률 제정을 주도했고 니카라과 과테말라 쿠바 페루 북한 수단 등 곳곳의 분쟁지역을 방문했다. 97년 유엔대사, 98년 에너지 장관 등의 요직을 맡다가 2002년 뉴멕시코 주지사에 도전해 당선됐다.



    민주당 소속답지 않게 소득세 감면 등의 조치를 통해 경제개혁을 시도했고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68%의 압도적 득표로 재선됐다. 1996년 11월 평양을 방문해 간첩죄로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을 석방시킨 것을 계기로 북한과 친분을 맺었고 2005년과 2006년 초에도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에 갔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2008년 대선 출마 의지를 피력해왔고 지난달 이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2007년 1/4분기 모금액이 600만 달러에 불과하며 전국적 지명도도 낮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 가운데 유일한 주지사 경력자이고 외교경륜, 비토세력이 적다는 점 때문에 “무시 못할 도전자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미사일 및 핵실험으로 미뤄오다 유해송환을 명분으로 강행한 이번 방북을 통해 미국의 주요 일간지 지면에 등장했고, 앞으로도 방송 토크쇼 출연 요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대북 외교를 디딤돌로 얼굴 알리기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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