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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게릴라의 개성만점 배낭여행 (27) 중국 타슈쿠르간

고산 증세에 숨 막히고, 절경에 숨 멎을 듯

  • 글·사진 황성원

고산 증세에 숨 막히고, 절경에 숨 멎을 듯

실크로드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을 헤매다 서역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카슈가르. 사람들은 흔히 이곳을 여행의 종착지로 삼지만,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곳을 시발점으로 해 파미르 고원으로 떠난다.

카슈가르에서 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중파공로(中巴公路)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길 가운데 하나다. 이 길을 따라가려면 카슈가르의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파미르로 오르는 버스를 타야 한다. 매일 아침 9시 반에 출발하는 이 버스의 종착지는 작은 마을 타슈쿠르간. 만약 파키스탄으로 넘어가고 싶다면 카슈가르 국제버스 정류장을 이용하면 된다.

고산 증세에 숨 막히고, 절경에 숨 멎을 듯

1.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통하는 카라쿨 호수.
2. 타슈쿠르간 마을을 거닐다 만난 타지크족 목동.

겨울엔 폭설로, 여름엔 만년설이 녹은 물로 인해 이곳에서는 늘 길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다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다 보면 어릴 적 시골길을 달리던 버스 안의 추억이 떠오른다.

출발한 지 4시간 만에 검문소에 도착한다. 중국인들은 통행증 검사를 받지만, 외국인은 여권만 있으면 통과다. 검문소 부근에는 작은 가게들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구불구불 길을 오르며 산을 넘으면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곧 마른 산 위로 보이던 설산(雪山)들이 위용을 드러낸다. 이렇게 내리막길을 달리다 산을 두 개 정도 끼고 돌면 설산과 맞닿은 푸른 호수가 나타난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고 불리는 카라쿨 호수다. 버스 안의 몇몇 여행객은 이곳에서 내린다. 눈에 담기에는 너무 광대한 풍경이라 내려서 잠시 둘러보고 싶지만, 사람들이 내리자마자 버스는 금방 출발하고 만다.



광활한 초원·만년설 녹은 개울이 빚은 그림 같은 풍경

잘 닫히지 않는 창문 틈으로 찬바람과 매캐한 모래먼지가 들어온다. 뿌연 먼지 사이로 설산이 희뿌옇게 보인다.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팬 것처럼 보이는 설산은 바로 해발 7546m의 무즈타크 아타봉이다.

카슈가르를 떠난 지 8시간이 흘러 가로등이 늘어선 마을 어귀에 도착한다. 해발 3200m의 타슈쿠르간이다.

고산 증세에 숨 막히고, 절경에 숨 멎을 듯

3. 파미르 고원으로 가는 검문소 부근의 가게들.
4. 석두성 성벽.
5. 드넓게 펼쳐진 타슈쿠르간 초원.

마을에 들어서자 볼이 붉게 상기된 이국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푸른 눈과 붉은색 머리카락을 지닌 아름다운 타지크족 아가씨의 모습에 반한 것도 잠시, 곧 고산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술이 더 창백해지기 전에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하루 정도 쉬면서 적응하면 해발 3200m에서의 생활도 그리 힘들지는 않다.

30분가량 걸으면 타슈쿠르간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이곳을 좀더 알고 싶다면 타지크족 민속박물관이 제격이다.

중국 내 4만명 정도 되는 타지크족은 서역을 경영하던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역사의 방랑자로 지내다 이곳에 정착했다. 그들은 새로운 것은 모두 받아들인다는 포용력과 전통을 지켜나간다는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고원에서 살아가는 타지크족은 중앙아시아의 모든 언어를 구사하며 (심지어 중국어까지), 모든 이방인들에게 관대하다.

타슈쿠르간의 초원으로 향하는 길에는 파미르의 관문이던 석두성(石頭城)이 있다. 온통 돌무더기로 이뤄진 석두성은 1400년 전에 지어진 요새로, 그 성터에 올라가면 사방이 모두 절벽이다. 석두성 앞에는 타슈쿠르간 강과 타슈쿠르간 초원이 펼쳐진다.

석두성에 오르니 까마귀 소리와 함께 바람소리가 귓전을 스친다. 마치 이 요새를 지키다 어느 곳에 묻혔을 병사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석두성을 둘러본 뒤 타슈쿠르간 초원을 향해 내려간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개울, 저 멀리 보이는 무즈타크 아타봉…. 나는 초원을 걷다가 신발을 벗은 채 개울을 건넌다. 양 치는 목동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이 건네는 빵 한 조각과 우유를 먹으며 허기를 채운다.

해질 무렵 음악이 흘러나오는 한 식당으로 들어갔더니 마을 사람들이 이방인을 위해 흥겨운 자리를 마련해줬다. 박물관에서 만난 타지크족 아가씨도 수줍어하던 내게 춤을 청하고, 양을 몰던 꼬마 아가씨는 내 손을 이끌며 할아버지와 술친구 하도록 권한다.

타지크족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전통무인 독수리춤을 춘 뒤 포옹을 나누며 짧은 저녁시간을 마친다. 해는 지고, 밝은 달빛과 별빛이 마을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다시 오기 힘든 이 길을 좀더 기억할 수 있도록.

이른 새벽, 마을을 떠나는 차를 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런데 차가 떠나는 그곳에서 푸른 눈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날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내게 하얀 손수건을 건넨다. 짧은 포옹과 함께. 나는 “그렇게 하겠다”는 거짓말을 남긴 채 길을 재촉했다. 마음속으로는 그 말이 거짓이 아니길 바라면서….



주간동아 2007.04.10 580호 (p84~85)

글·사진 황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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