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9

2007.04.03

‘대포와 뒷문지기’ 너희를 믿으마!

개막 앞둔 프로야구 구단들 홈런타자와 마무리 투수에 기대 집중

  • 김성원 JES 기자 rough1975@jesnews.co.kr

    입력2007-03-30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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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포와 뒷문지기’ 너희를 믿으마!

    브룸바, 오승환, 심정수, 한기주(왼쪽부터).

    비유컨대, 야구 그라운드는 361로의 바둑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대국자는 대국을 끝낸 뒤 계가(計家)하지만, 프로야구 감독은 경기 전 계가에 더 많이 신경 쓴다.

    1~5선발, 셋업맨, 패전 처리, 롱 릴리프, 마무리 등 촘촘히 나뉜 마운드 시스템과 톱타자→클린업 트리오→하위 타선으로 이어지는 방망이를 스프링캠프에서 조율하고 따지다 보면 계가, 즉 집 계산이 나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범경기가 시작됐고 다음 달 6일 프로야구가 팡파르를 울린다. 8개 구단 감독들의 집 계산은 이미 끝났다.

    이 계산이 오차범위를 허용하지 않는, 신산(神算)이 되려면 머릿속에 그려놓은 키플레이어가 100% 제 몫을 해줘야 한다.

    뒷문부터 계산한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삼성, 현대, 한화는 믿음직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했다. 올해도 마찬가지. 지난해 47세이브로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한 오승환이 삼성에 있다면, 현대는 조용준의 대타로 박준수를 점찍어놓았다. 한화 구대성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관통하는 ‘국가 대표’ 마무리 투수.  

    올 시즌 마무리 투수가 키플레이어인 팀은 롯데, SK, KIA다. 롯데는 SK에서 뛰던 카브레라를 영입했는데, 지난해 노장진의 무단 이탈로 고단한 시즌을 보낸 롯데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카브레라는 지난해 SK에서 평균자책점 1.63에 16세이브를 기록했음에도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방출됐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마무리 투수는 용병 도입 첫해와 둘째 해인 1998년과 99년을 제외하고 성공한 예가 거의 없다. 낯선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경기가 있는 날마다 컨디션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마무리 투수의 특성상, 카브레라가 롯데의 뒷문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성근 SK 감독은 오프시즌에 하는 팀 빌딩 작업 중 제일 먼저 마무리 투수를 낙점한다. 그런 다음 셋업맨과 롱 릴리프를 저울질하고, 5회까지 던져줄 수 있는 선수(김 감독의 선발 개념은 예전부터 남달랐다)를 선정한다. 올 시즌 SK의 키플레이어도 역시 마무리 투수. 김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로 뛴 정대현을 일단 마무리 투수로 나서게 할 작정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캐릭터로 볼 때 마무리 투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KIA는 2년차 마무리 투수 한기주가 올해 소포모 징크스 없이 믿음직한 모습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스프링캠프 때 직구 스피드가 150km 넘게 나오는 등 페이스가 좋아 뒷문 단속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KIA 코칭스태프의 생각이다. 한기주는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소화해냈고, 서클체인지업을 제3의 구종으로 장착했다.

    큰 방망이로 계산한다  

    2년 연속 정규리그 및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삼성의 선동렬 감독은 “선발진이 예년보다 더 좋지 않다”며 엄살이다. 선발의 한 축인 배영수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해 1년간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선 감독은 “타격은 지난해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라며 웃었다. 그의 너스레는 심정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02년, 2003년 이승엽과 홈런왕 싸움을 벌이던 그 심정수가 돌아왔다. 그는 지난해 어깨 수술로 단 26게임에 나서 1할4푼1리, 그리고 단 1개의 홈런만 기록했다. 심정수는 오프시즌의 캠프 연습경기 등에서 팀이 기록한 4개의 홈런 중 3개를 쳐냈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심정수가 부상 없이 평년작만 해도 삼성 타선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투수진이 안정된 것으로 평가받는 현대는 외국인 방망이에 승부수를 던졌다. 2004년 현대에서 뛰던 브룸바를 다시 불러들인 것. 당시 홈런 부문 2위에 올라서며 일본 진출 티켓을 거머쥔 브룸바는 일본 야구에 적응하지 못해 퇴출됐고, 현대는 테스트를 거쳐 재영입을 결정했다.

    김시진 현대 감독은 “(기존에 있었던) 서튼과 브룸바 중 누구를 선택할지 고심했다. 장타, 파워 등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기동력에서 차이가 났다. 서튼은 2루타가 나왔을 때 1루에서 홈까지 들어오기가 어렵다. 그래서 브룸바가 더 낫다고 평가했다”며 낙점 배경을 설명했다.

    한화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영우가 팀 성적의 주요 변수다. 입대 전까지 6년 연속 3할을 기록했을 만큼 좋은 방망이를 뽐내던 이영우가 홈런 타자 김태균을 제대로 보좌해야 한다. 아직 경기 감각이 다 살아나지는 않았지만, 시즌 초반을 잘 넘긴다면 3번 타자 중견수로 좋은 활약을 보일 전망이다.

    경기 초반 포석은 우리가 최고

    서울 라이벌 LG와 두산은 선발 마운드가 다른 구단보다 낫다는 평가다. LG는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를 선언한 이병규를 주니치에 내준 뒤 옆동네 팀 두산에서 토종 에이스 박명환을 40억원에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박명환은 하리칼라→봉중근→심수창→이승호 등으로 연결되는 LG 마운드에서 화룡점정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은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경필의 활약에 주목하고 있다. 프로 11년차 베테랑인 그는 1998년 10승, 99년 13승을 거둔 바 있다. 이경필이 2년여의 공백을 극복하고 팀에 안착한다면 5선발로 뛸 수 있다. 두산은 외국인 용병 선발듀오 리오스와 랜들, 그리고 김명제와 금민철로 1~4선발을 내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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