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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부회장 대권 승계 임박?

첫 기자간담회 주재 등 활발한 대외 행보 … 신성장동력 확보 해외시장 공략 선두지휘

  • 홍기삼 머니투데이 산업부 기자 argus@moneytoday.co.kr

신동빈 롯데 부회장 대권 승계 임박?

신동빈 롯데 부회장 대권 승계 임박?

3월19일 중국 상하이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중국 지주회사 ‘롯데중국투자유한공사’ 출범식에 참석한 신동빈 부회장(가운데).

2년 전쯤 일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빌딩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신동빈(52) 롯데 부회장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출입기자입니다.” 신 부회장은 잠시 기자의 얼굴을 보는가 싶더니 이내 멀찍이 떨어졌다. 엘리베이터에서 “차 한잔 주시죠”라고 말을 건네며 26층까지 따라갔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 뒤에도 신 부회장을 출퇴근길에서 자주 마주쳤지만, 대화는 수분 이상을 이어가지 못했다. 한두 마디 단답형 대화가 오갔을 뿐이다. 다소 공격적인 질문에도 신 부회장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신 부회장 앞에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가로막고 있는 듯했다.

‘미래 롯데’ 청사진 제시 오너상 보여줘

신 부회장의 이런 모습을 기억하는 기자에게 최근 신 부회장의 행보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3월19일 신 부회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롯데중국투자유한공사’ 출범식에 앞서 한-중-일 3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신 부회장이 직접 주재한 기자간담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언론간담회 자리에 자주 얼굴을 비치기는 했지만 배석하는 형식이었다.

이 자리에서 신 부회장은 “중국에 제3의 롯데를 세우겠다” “롯데를 삼성 LG 같은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등의 야심찬 말을 쏟아냈다. 기자들과 일문일답이 길게 이어져도 시종일관 자신감을 드러내며 조목조목 답변했다. 롯데그룹에서는 절대적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 신격호 회장의 그림자라도 밟을세라 몸을 사리던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스스로 ‘미래 롯데’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오너상을 제시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자간담회 이후 열린 저녁 만찬에서 신 부회장은 부인과 장인 장모까지 대동해 중국 측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시키기도 했다. 기자들의 요청에 부인과 다정한 포즈를 취하는 연출에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룹 공식행사에서 신 부회장의 가족이 언론에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 부회장의 이 같은 과감한 행보에 대해 롯데 안팎에서는 그룹의 대권 승계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미 이러한 조짐은 올해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 부회장은 1월11, 12일 이틀에 걸쳐 중국 칭다오에서 롯데 식품부문의 아시아 지역 판매 확대 방안 마련을 위한 ‘롯데 아시아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국내 롯데제과를 비롯해 중국 인도 베트남 등 8개국 40여 명의 롯데 식품부문 법인 대표와 책임자가 참석한 회의였다.

롯데는 이 자리에서 동남아시아 각 지역에 진출한 제과 법인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남아시아 지역본사’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현지 판매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 신 부회장은 당시 회의에서 “현장에서 직접 보고 판단한 뒤 다각도로 판매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동남아 지역본사를 중심으로 식품부문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래 롯데’를 이끌어가는 신 부회장의 화두는 ‘글로벌화’다. 그동안 내수에 치중해온 롯데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롯데는 업종 특성상 미주와 유럽에 진출하는 것보다는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러시아 인도를 전략적 요충지로 삼는, 이른바 ‘VRICs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그중심에 신 부회장이 있다.

신 부회장의 이례적 행보는 본격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당연한 절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쟁사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편법증여 의혹, 탤런트 출신 부인과의 이혼 등 잇따른 악재를 딛고 지난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출입기자들과 ‘폭탄주 문화’를 공유하며 2차 노래방에까지 동석하는 등 언론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롯데는 오너와의 만남 자체가 힘든 편이었다. 때문에 롯데는 언론으로부터 ‘경쟁사에 비해 오너가 너무 닫혀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아버지의 그늘’ 벗어나기 과제도

신 부회장의 앞날에 장밋빛 미래만 보장된 건 아니다. 아직 스스로 헤쳐가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지난해 그룹의 얼굴인 롯데쇼핑을 상장했지만,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경쟁사인 신세계의 할인점 사업을 압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한국까르푸 인수마저 실패했다. 우리홈쇼핑 인수를 통해 홈쇼핑업에 진출했지만, 2대 주주인 태광과의 관계 개선은 여전히 요원한 편이다. 안전문제로 롯데월드가 문을 닫는 등 ‘롯데 브랜드’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는 추락했다. 이런 문제를 책임감을 갖고 신속히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롯데 안팎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신 부회장이 롯데의 후계자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분석이다. 여전히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 1인의 강력한 오너십에 의존해 움직이고 있다. 신 부회장이 정책본부장을 수행하면서부터 경영의 외연이 넓어지기는 했지만, 최종 결재권자는 아버지 신격호 회장이다. 롯데가 신성장동력을 통해 계속 성장해가기 위해서는 후계자 신 부회장 스스로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신 부회장의 자기부정 없이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신동빈 부회장은?

탁월한 국제감각 … 예의 바르고 깔끔한 젠틀맨


1955년 일본에서 신격호 롯데 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난 신동빈 부회장은 77년 3월 일본 청산학원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그해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대학 대학원에 입학, 80년 12월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일본으로 돌아온 신 부회장은 일본의 대표적인 증권회사 노무라증권에 입사한다. 1년 동안 근무한 뒤 82년부터 6년 동안 노무라증권 영국 런던지점에서 일했다. 이때 신 부회장은 탁월한 국제감각과 업무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제경제 및 국제금융 수업이 오늘날 신 부회장에게 중요한 지침서가 되고 있다고 한다.88년 4월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해 처음 롯데와 인연을 맺은 신 부회장은 국내 호남석유화학 상무(1990년 3월), 일본 ㈜롯데 이사(1990년 2월), ㈜코리아세븐 전무(1994년 8월) 등을 맡으며 경영수업을 받았다.95년 12월 그룹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97년 2월에는 그룹 부회장에 취임했다. 현재 ㈜롯데제과와 호남석유화학㈜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04년 10월부터 정책본부 본부장을 맡으며 그룹 차원의 실무적인 정책수립에 참여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2001년 2월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신 부회장의 생활은 의외로 소탈한 편이다. 웨이터에게 음식을 주문하거나 임원에게 업무관련 사항을 질문할 때도 꼬박꼬박 경어를 쓰고, 본인의 명함을 내밀 때도 반드시 두 손을 사용한다. 사무실에 출근할 때도 전용 엘리베이터가 없을 정도다. 86년 일본인 미나미 씨와 결혼해 1남2녀를 두고 있다.




주간동아 2007.04.03 579호 (p54~55)

홍기삼 머니투데이 산업부 기자 argus@money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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