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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일가, 물류회사로 ‘누워 돈 먹기’

LG家 범한판토스, SK家 M&M 등 그룹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덕 매년 급성장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재벌 일가, 물류회사로 ‘누워 돈 먹기’

재벌 일가, 물류회사로 ‘누워 돈 먹기’
‘구본호 테마주’? 올해 초 코스닥 시장에 등장한 새로운 테마다. LG그룹 구씨(氏)의 일원인 구본호 ㈜범한판토스 대주주가 투자한 코스닥 종목이 연일 시장의 관심을 모으면서 주가가 요동치자 나온 얘기다. 구씨의 조부는 LG그룹 창업주 구인회의 동생 고(故) 구정회 씨이며, 아버지는 구자헌 씨다. LG 구본무 회장과는 6촌 사이.

‘구본호 효과’는 그가 키오스크 통합 솔루션 개발업체인 미디어솔루션(현 레드캡투어)과 이동통신중계기 업체인 액티패스의 경영권을 인수할 때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말 구씨의 미디어솔루션 인수 사실이 알려진 이후 이 회사의 주가는 12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액티패스도 올 1월2일 구씨의 투자 공시가 나가자 11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구씨가 코스닥에서 이처럼 위력을 발휘한 것은 그가 LG그룹의 후광을 업고 알짜배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1977년 설립된 범한판토스는 종합 물류업체. 고객은 주로 LG 계열사들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범 LG가(家) 물량이 매출의 90% 정도를 차지하지만 이는 LG가 전체 물량의 5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보유주식 상승·배당금 등으로 큰 수익

구씨는 현재 범한판토스의 지분 46.14%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로, 1대 주주는 나머지 53.86%를 갖고 있는 그의 어머니 조금숙 씨. 범한판토스의 당기순이익은 2004년 220억원, 2005년 207억원, 2006년 200억원 등 200억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4년 주당 1만원씩 배당을 실시, 구씨는 어머니와 함께 10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으며, 다음 해엔 125억원을 배당받았다.



LG와 GS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는 회사로는 범한판토스 외에도 ㈜승산이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범한판토스가 해외 운송 주선을 한다면, 승산은 그 화물을 공항이나 항구로 보내는 국내 운송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승산은 공정거래법상으로는 GS 계열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허완구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GS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허완구 회장은 LG그룹 창업주 구인회에게 거액의 자본을 투자, LG그룹의 주춧돌을 놓은 만석꾼 허만정의 5남으로, 허창수 GS 회장의 삼촌이다. 허완구 회장은 LG그룹이 한창 사세를 확장할 때 거기에 투자했는데, 나중에 이를 돈으로 돌려받는 대신 그룹의 운송사업 부문을 떼어받았다고 한다. 회사 이름 승산은 허 회장의 고향 마을에서 따왔다.

승산은 지난해 10월 계열 ㈜SLS와 함께 국내 운송업을 모두 하이비지니스로지스틱스㈜에 양도했다. 하이비지니스로지스틱스는 LG전자의 자회사. 승산 관계자는 “국내 운송업이 저수익 사업이라 구조조정 차원에서 넘긴 것”이라면서 “현재는 부동산 임대업을 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모색 중이다”라고 말했다. 승산 사장을 맡고 있던 허 회장의 아들 용수 씨는 올해 초부터 GS홀딩스 상무로 일하고 있다.

조만간 ‘구본호 테마주’에 이어 ‘최철원 테마주’도 뜰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물류를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는 마이트앤메인㈜(이하 M·M) 최철원 사장 역시 우회상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M·M 주식 87.91%를 보유한 1대 주주이기도 하다.

재벌 일가, 물류회사로 ‘누워 돈 먹기’

인천 중구 항동 M·M 본사 건물(왼쪽)과 서울 여의도동 범한판토스 본사 사무실.

M·M은 지난해 말 금융감독위원회에 등록법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신청서에서 M·M은 증권거래소 또는 코스닥 상장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M·M이 합병 대상으로 선정한 기업의 주가는 최소 5배는 뛸 것”이라는 예상이 나돌고 있다.

2002년 인천에서 보세창고업을 주사업으로 해 설립된 M·M은 설립 이후 고속성장을 해오고 있다. 설립 첫해 53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2003년 183억원, 2004년 366억원, 2005년 448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450억원.

범한판토스와 M·M에 앞서 한때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비슷한 업종의 회사가 바로 글로비스다. 글로비스는 선진 물류시스템을 도입해 물류비를 절감하기 위한 ‘명목’으로 설립된 현대·기아차그룹의 물류전담 업체. 2005년 말 상장 당시 이 회사 공모가는 2만1300원이었으나, 2006년 초 한때 장중 9만1100원으로 폭등하기도 했다. 3월20일 현재 종가는 2만7250원.

글로비스의 성장 역시 눈부셨다. 2001년 설립 첫해 198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래 불과 4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1조5408억원). 지난해 매출액은 1조8851억원. 순익도 설립 첫해 65억원에서 급증, 2005년 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익은 현대차 비자금 사건의 여파 때문인지 667억원으로 줄었다.

재벌 일가, 물류회사로 ‘누워 돈 먹기’

2월5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굳은 표정으로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글로비스, 현대·기아차 물류 전담

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그룹의 물류를 전담한다는 점에서 범한판토스나 M·M과 비슷한 유형의 회사다. 그러나 범한판토스와 M·M이 오너의 친족이 설립한 반면, 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 부자가 직접 출자했다는 점이 다르다. 2006년 말 현재 정 회장과 정 사장의 지분은 각각 28.12%와 31.88%.

범한판토스, M·M, 글로비스는 3자 물류 업체다. 화주(貨主)에게 운송 의뢰를 받아 전문 운송업체에 용역을 주는 형식이다. 따라서 화주만 장기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선박이나 항공기를 직접 소유할 필요가 없어 손쉽게 사업을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수 관계에 있는 재벌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하는 업체들”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은 물론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구본호씨가 미디어솔루션 주가 폭등 과정에서 보름 만에 일부 지분을 홍콩계 투자사에 팔아 330억원의 차익을 챙긴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액티패스는 구씨의 투자 공시가 나오기 직전에 주가가 급등, 정보가 사전에 샌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또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글로비스 등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돼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세간의 시각을 잘 알아서일까. 최철원 사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몸을 낮춘다고 한다. 그를 만나본 한 인사는 “최철원 사장이, 현재 하고 있는 사업도 부모를 잘 만난 덕이라며 겸손하게 말하더라”고 칭찬했다. SK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는 그의 아버지 최종관 씨가 형인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을 도운 것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그룹의 물류사업권을 준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공정위, 부당 내부거래 유심히 살펴야

재벌 총수 일가의 물류사업에 대해 한성대 무역학과 김상조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현대차 비자금 사건 이후 그룹의 물류를 전담하는 회사로서는 처음으로 글로비스에 대해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다른 회사 역시 공정위가 유의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회사 기회의 편취’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 기회의 편취란 경영진 및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지배주주가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봉쇄하고 이를 자신이 대신 수행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정 회장 부자가 직접 출자해 설립한 글로비스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지배주주 친족이 설립한 범한판토스, M·M, 승산 역시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는 해당 그룹이 존속하는 한 계속 사업을 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물류회사를 운영하는 재벌그룹 오너의 친족 처지에서는 누워 떡먹기식 사업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경영 합리화에 대한 압박도 전혀 받을 필요가 없으니 한국은 재벌그룹 오너 일가가 ‘기업 하기 좋은 나라’임이 틀림없다”고 비꼬았다.

재벌 오너가 ‘좋아하는’ 업종은?

IT·유통업, 재산 증식 수단 1순위


재벌 일가, 물류회사로 ‘누워 돈 먹기’

지난해 11월17일 아시아나IDT의 슈퍼컴퓨터 3호기 가동식 장면.

재벌 오너 일가가 손쉽게 사업을 벌여 재산 증식 수단으로 삼는 업종은 물류업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정보통신(IT)과 유통업이다. SK그룹의 SK C&C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IDT 등이 전자의 대표적인 회사라면, 후자의 대표적인 회사로는 LS그룹의 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 대림그룹의 대림코퍼레이션 등을 들 수 있다.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먼저 총수 일가가 대주주로 있고, 계열사와 밀접한 사업 연관성을 가지거나 계열사의 기존 사업 부문을 인수했기 때문에 계열사들과의 거래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또 해당 그룹이 존속하는 한 없어서는 안 될 사업 부문이기도 하다. 한성대 무역학과 김상조 교수는 “최근 들어 기업 경영에서 IT가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재벌 총수들이 유행처럼 IT 회사를 재산 증식 수단으로 삼는다”고 지적했다.SK C&C와 금호아시아나IDT는 그룹 계열사들의 IT 분야 용역을 안정적으로 수주해 급성장했다. 2005년 12월 설립된 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는 LS니꼬동제련으로부터 전기동을 매입해 LS산전, LS전선 등에 납품하는 회사. 또 1994년 설립된 대림코퍼레이션은 처음 대림산업의 석유화학제품 수출을 담당하다 96년 대림산업의 유화사업부 내수영업 부문을 인수함으로써 고속성장하고 있다.이 가운데 SK C&C와 대림코퍼레이션은 그룹의 지주회사 구실을 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와 거래관계를 통해 급성장한 다음, 이들 계열사 지분을 차례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 지주회사 지분만 2세에게 상속하면 그룹 전체의 경영권까지 자연스럽게 물려주게 된다.시장에서는 이들 회사의 거래관계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현재로선 요원한 한 듯하다. SK C&C와 거래관계가 많은 SK텔레콤이 겨우 사외이사의 주도로 내부거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도. 이를 주도했던 SK텔레콤 사외이사 김대식 교수(한양대 경영학과)는 “이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좋은 거래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사들도 있어 어안이 벙벙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7.04.03 579호 (p50~52)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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