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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통해 韓流와 漢流 소통 물꼬”

베이징서 한중 합작 ‘너는 내 운명’ 촬영 중인 박철수 감독 “드라마 통·번역 전문가 양성해야”

  • 베이징=신혜선 자유기고가

“드라마 통해 韓流와 漢流 소통 물꼬”

“드라마 통해 韓流와 漢流 소통 물꼬”
1990년대 중반 영화 ‘301·302’ ‘학생부군신위’ 등을 통해 새로운 한국 영화의 흐름을 이끈 박철수(58) 감독이 지금 ‘너는 내 운명’이란 드라마로 한국은 물론 13억 중국 시청자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에는 ‘비목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너는 내 운명’은 중국 베이징에서 한창 촬영 중이다.

박철수 감독의 행보는 지난 몇 년간 ‘열풍’이라는 수식어를 끼고 살았던 ‘한류’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든 시점에 이뤄진 터라, 그 결과에 많은 이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다.

“88년 방송국을 떠난 후(박 감독은 10년 동안 방송사 PD였다) 꽤 오랜만에 손대는 드라마인데, 사실 한중 합작드라마라는 것에 더 의미가 있지요.”

“일방적인 韓流는 정상적 교류 아니다”

그가 영화 ‘가족시네마’를 찍을 때였다. 일본 배우가 출연한다는 이유로 국내 상영이 불투명해지자 그는 “차라리 망명을 하겠다”며 촬영을 감행했고, 이 영화는 98년 그해 제35회 시카고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제7회 춘사영화제 감독상, 제36회 대종상영화제와 제20회 청룡영화제에서 각색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무도 못 말리는 도전의식이랄까 변화욕구랄까, 스스로 인정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적지 않은 나이인 그를 중국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중국 시청자들의 요구 수준이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그것에 이르기 직전인 듯해요.”

그러나 박 감독의 기대치에 맞춰 작품을 제작하긴 쉽지 않았다. 동시제작제가 대세인 우리나라에 비해 중국은 100% 사전제작제라는 장점이 있긴 하나, 적은 제작비로 짧은 기간에 작품을 완성해야 하므로 소품이나 장소, 세밀한 더빙이나 음악, 음향효과에 충분히 신경 쓸 수 없었다고 한다. 현대극인 경우 100% 로케이션 촬영인데, 모두 후시녹음이다 보니 생동감이 떨어진다는 것도 그가 안타까워하는 점이다. 한국 드라마의 높은 경쟁력은 무엇보다 높은 눈높이의 시청자들 입맛을 맞추는 과정에서 얻어진 결과물로, 그러한 결과물을 가지고 중국 드라마 제작시스템에 맞춰 퍼즐 맞추듯 촬영을 한 게 ‘너는 내 운명’이라는 설명이다.

“한류는 중국의 자기 발전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방의 기본은 가장 가까운 곳으로부터 문화상품과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는 것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한국은 중국에게 가장 가까운 나라였고, 일찍 산업화한 성과물을 중국에 건네준 게 한류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통해 韓流와 漢流 소통 물꼬”

박철수 감독이 한중 합작 드라마 ‘너는 내 운명’의 베이징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고 있다. ‘너는 내 운명’의 한장면(아래).

2003, 2004년 상하이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며 중국인들에게 이름을 알렸고, 평생을 창작인으로 살아온 그로선 최근의 한류 약세를 비롯해 한중 문화교류 과정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자주 들리는 것에 반성과 고민이 적지 않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의 스타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된 한류는 정상적 교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류란 쌍방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너는 내 운명’이 그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너는 내 운명’은 박 감독이 MBC PD로 있을 때 연출한 ‘베스트극장-세화의 성’(85년 1월29일 방영)에서 모티프를 빌려왔다. 그의 눈에 비친 중국은 한국의 80년대와 비슷하다. 황금만능, 무한한 상승욕구, 무엇이든 소유하려는 욕망 등. 그는 산업화가 젊은이들의 순수함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가, 순수한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먼저 산업화를 거친 한국인의 처지에서 중국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을 담아 ‘너는 내 운명’을 만들었다.

귀국 막고 손 내미는 중국 제작사들 적지 않아

일찍이 박 감독과 ‘녹색의자’에서 함께한 심지호와 신인 윤주영 등 한국 배우들과 싱가포르 출신이면서 한국의 CF에서도 선보인 푸씬인(府馨尹), 중국의 신예 남자배우 쩡궈린(鄭國霖)이 4명의 주인공으로 참여했다. 중국의 드라마 관계자들은 박 감독의 초기 작품 ‘니르바나의 종’(1981)에서부터 ‘301·302’(1995) ‘학생부군신위’(1996) ‘가족시네마’(1998)와 ‘봉자’ (2000) ‘녹색의자’(2005)에 이르는 대표작들을 소개하며 그의 연출방식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박 감독은 드라마가 방영되면 중국인들은 한국의 연출·편집 등을 감상할 것이고, 한국에서는 중국 연기자들의 연기를 맛보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어떤 것보다 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매체는 ‘감정’이라는 글로벌랭귀지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작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 ‘상호신뢰’가 깨지면 작업은 지연되고 이가 어긋나, 결과는 100% 실패라고 말한다.

“중국적 특수성, 한국적 특수성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예술은 그런 점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보편적 질서를 창출하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깨고 양보하면서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보자는 ‘상호합의’가 한중 합작, 한중문화 상호 상승의 기본이라고 봅니다.”

영화감독으로 이미 일본, 프랑스, 미국 등과 합작했던 경험을 가진 그는 합작의 두 가지 유형으로 ‘자본을 투자하는 합작’과 ‘연기자와 스태프 등 사람의 합작’을 든다. 어느 쪽이든 목적은 효과의 극대화에 있다. 그런데 여기서 효과란 돈 버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창작은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에서 출발합니다. 문화 소비자들은 새로운 어떤 것을 즐기려 하고, 창작자는 그걸 충족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새롭고 발전된 문화가 나옵니다. 합작은 이런 목적을 위한 한 가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중국처럼 공동의 역사를 소유하는 나라의 경우, 양국의 역사와 관심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면 둘의 관계를 문화적 파트너 이상의 정치·경제적 동반자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류의 끝자락(?)이라는 평가가 대두되는 시점에서의 행보이기에 더욱 유심히 향후 한중 합작 드라마의 가능성을 타진해보았다는 그는 그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음을 한숨으로 대변한다.

그는 한중 드라마의 원활한 합작을 위해 한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드라마 통·번역을 위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할 것 같아요. 단순한 통역이 아니라 한중 드라마 전문가 집단이 형성돼 드라마적 용어, 드라마적 언어를 개발한다면 향후 한중 문화교류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1년여의 장정을 마치고 밀린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귀국하려는 박 감독을 붙잡는 중국 제작회사들이 적지 않다. 그 역시 탐험가처럼 안팎에서 생긴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하며 노하우를 쌓아서 한창 상승기에 있는 중국 드라마 시장에서 활동할 욕심도 갖고 있다. 일단 박 감독은 한국의 영화감독 처지에서 다시 중국과의 문화교류 계획을 모색하고자 한다. 중국인들이 주목하는 ‘한국의 명장’ 박철수 감독의 새 드라마 ‘너는 내 운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를 기대한다.



주간동아 2007.03.27 578호 (p62~63)

베이징=신혜선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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