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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 수 보면 지지율 보인다?

유력 대선후보들 본격 경호전쟁 … 李 청자봉, 朴 박사모에서 그림자 수행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경호원 수 보면 지지율 보인다?

경호원 수 보면 지지율 보인다?

3월1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장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3월1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한국국제전시장) 전시장엔 행사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각지에서 수십 대의 버스를 전세내 올라온 당원과 지지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건장한 체구에 검은색 양복을 입은 무리가 질서유지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100명은 족히 돼 보였다.

양복 가슴에 똑같은 문양의 배지를 단 이들은 자신들을 ‘청자봉’ 소속이라고 소개했다. 청자봉? ‘청년자원봉사단’의 약자라고 한다. 이들은 오후 2시 행사 시작을 앞두고 도착한 이 전 시장을 예정된 좌석까지 안전하게 안내하기 위해 온몸으로 인파를 뚫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곳곳에 배치돼 주변 경계를 하던 이들은 행사가 끝나자 또다시 이 전 시장을 에스코트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이 전 시장에게 몰려드는 인파를 몸으로 막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비켜~!”라는 대충 반말과 함께.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들어선 것일까. 유력 대선후보들의 경호전쟁이 시작됐다. 특히 유력 대선후보 진영에선 안전을 위해 경호조직을 크게 강화한 데 이어, 새로운 대규모 경호조직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출판기념회에 100여 명 경계

현재 한나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는 이 전 시장. 모든 매체의 여론조사 결과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동안 이 전 시장의 안전을 책임질 만한 경호팀은 따로 없었다. 경찰 간부 출신인 김모 씨와 이 전 시장이 대규모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충원되는 사설 경호원 2~3명이 전부였다.

그런데 최근 이 전 시장 측은 별도의 경호팀을 꾸렸다. 안국포럼의 한 관계자는 “현재 김씨를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된 경호팀이 움직이고 있다. 사설 경호업체와는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만든 조직이다”라고 말했다.

경호원 수 보면 지지율 보인다?

2월1일 서울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경호를 받으며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2만여 인파가 몰려든 출판기념회 같은 대규모 행사를 안전하게 유치하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이 시장 측은 평소 누군가로부터의 예측할 수 없는 테러나 위해를 염려해오던 터였다. 지난해 둔기를 든 노숙자가 이 전 시장의 차량으로 달려들다 검거된 적도 있고, 이 전 시장 집으로 살해협박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북한의 테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해진 공보특보의 말이다.

“(경호 상태가) 굉장히 취약하고 불안하다.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상태다. 사실상 외부 위협이나 공격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전 시장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규모 경호조직인 청자봉이 투입된 것은 이런 전후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날 행사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청자봉은 어떤 조직인가. 취재 결과 이 조직은 ‘포럼 한국의 힘’(회장 이영수·이하 ‘한국의 힘’)의 산하기관으로, 이날 행사를 위해 급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힘’은 지난해 말에 만들어진 단체이고, 이영수 회장은 한때 한나라당 청년조직분과위원장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행사에 참여한 청자봉 조직원 가운데 일부는 이 조직의 간부가 대표로 있는 한 사설 경호용역업체 직원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청자봉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이명박 전 시장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순수한 자원봉사단체”라고 주장하면서 “아직은 공식적인 단체가 아니어서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며 더 이상의 답변을 피했다.

이 회장은 “한국의 힘은 280여 개 지부를 갖고 있는 전국적인 조직으로, 청자봉은 그중 한 조직에 불과하다”면서 “때가 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 캠프인 안국포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으로 어느 정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만 짤막하게 언급했다.

이 전 시장을 위한 자발적 경호단체는 또 있다. 이 전 시장의 팬클럽인 ‘명박사랑’(대표 임혁)이 공수특전단 출신 회원을 주축으로 꾸린 경호팀이다. 임혁 대표는 “현재는 20명 정도의 조직인데, 최종적으로 8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호원 수 보면 지지율 보인다?

2월13일 부산진구 부전동 시장을 방문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한 상인과 악수하고 있다.

잦은 행사 참여 박근혜 수비대 등장

하지만 명박사랑의 경호 활동은 이 전 시장 측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시작된 것이어서 어느 정도 구실을 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출판기념회장에서 방탄조끼를 전달하겠다고 발표했던 명박사랑 측의 계획이 무산된 이유도 이 전 시장 측과 전혀 사전 협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날, 서울 신촌 봉원사를 찾은 데 이어 다음 날부터 경남지역 투어에 나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도 지난해 테러를 당한 이후 단 하루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대민 접촉이 잦아지면서 경호 문제가 캠프의 최대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경호요원을 늘리자니 위화감이 조성될 테고, 그렇다고 사람들을 안 만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현재 박 전 대표 측이 운영하는 경호팀은 여성 1명과 남성 2명으로 모두 무술 유단자들이다. 지난해와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이들 중 여성 경호원은 서울 실내행사에만 동행하고 있고, 지방투어에는 남성 경호원 두 명이 박 전 대표의 경호를 책임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수행비서를 겸해 경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정현 특보(한나라당 부대변인)의 설명이다.

경호팀의 인원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박 전 대표의 경우 여성 정치인이라는 ‘묘한 매력’이 더해져 가깝게 접근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이 경호를 더욱 어렵게 하는 부분. 박 전 대표는 가는 곳마다 사인과 악수, 사진촬영 요구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돕기 위해 박 전 대표의 팬클럽인 ‘박사모’가 나섰다. 그림자 경호를 원칙으로 한 ‘박근혜 수비대’가 그것. 그림자 경호란 대원들이 행사장에서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일반 시민으로 위장해 박 전 대표 모르게 안전을 지켜준다는 의미다. 명단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수비대원들은 절반 정도가 여성들이고, 이 가운데는 특히 아주머니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맴돌고 있는 한나라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김근태 의원 등도 위험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 2월 초 정 전 장관은 일부 우익단체 소속 회원들에게 차량 테러위협을 받아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정 전 장관 측의 정기남 기획실장은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구국결사대’와 ‘라이트 코리아’ 등 두 개 정도의 단체에서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그들이 우발적인 사고였다고 사과를 해와 재발 방지를 약속받는 선에서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 측은 그러나 아직까지 별도의 경호팀을 꾸리지는 않았다.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 정 실장은 “현재로서는 경호를 위한 특별한 계획이 없으며, 앞으로도 없다”면서 “대선후보로 결정되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경호를 배려해주기 때문에 별도로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후보들 “아직은 필요 없어”

손 전 지사와 김 의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손 전 지사 측 관계자의 이야기다. “그동안 안전에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별도의 경호요원이 필요 없었고, 현재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김 의원 측은 “당 의장 때도 없었는데 지금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등 유력 야당 후보에 대한 대선 직전 테러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훈 의원은 대선 후보들의 경호 시기를 공식선거 개시일에서 대선후보로 확정됐을 때로 앞당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 ‘요인경호법안’을 제출했다.

또 김기춘 의원은 대선후보가 사망할 경우 선거일을 한 달 정도 연장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대선후보 등록 이후 5일 이내에만 후보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후 테러를 당했을 경우 새로운 후보로 교체할 수 없는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취지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정략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하지만,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주간동아 2007.03.27 578호 (p22~24)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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