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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맛이야!|식당이란

맛보다 이미지 팔아야 대박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foodi2@naver.com

맛보다 이미지 팔아야 대박

맛보다 이미지 팔아야 대박

일산의 대형 음식점들(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음식 관련 글을 쓰다가 식당을 차리거나 고용 사장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식당에 대한 폭넓은 견문으로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성적은 생각 밖으로 저조했다. 현재 그들의 식당이 잘되고 있다는 소문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나도 식당을 개업하라는 숱한 유혹을 받는다. 동업을 제안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내 자그마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적어도 쪽박은 차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이다. 나도 맛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일이라면 이런 유혹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외식사업은 복잡한 요소들이 참 많이 작용한다. 외식 트렌드를 알아야 하고 입지 선정, 메뉴와 인테리어 컨셉트, 손님 접대 요령 등 따져야 할 요소들이 참 많다.

그래서 맛 칼럼니스트는 ‘맛있는 음식’에 집중할 뿐, ‘장사 잘되는 식당’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도 내 경험에서 한 수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있으면 농담 삼아 이런저런 말들을 들려주기는 한다.

“손님을 끌려면 먼저 그들의 식당 선택 기준을 표준화, 계량화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외식 컨설팅 관련 자료를 보면 이런 평가표들이 있긴 합니다. 왼쪽에 맛, 인테리어, 입지, 친절도, 위생, 유행성, 가격 등의 항목을 만든 뒤 오른쪽에 점수를 매겨 기준표를 작성하는…. 그런데 제 경험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아주 의외의 기준으로 식당을 선택하기 때문에 평가표가 현실성이 전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곳 그 식당’ 입이 아닌 머리에서 만족



경기도 일산에 있는 식당들을 예로 들면, 그곳에는 수도권 베드타운답게 3~4인 가족이 3만원 정도 들여 즐겁게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들이 많습니다. 이곳저곳의 식당을 돌아다니며 맛을 따져보고 친절, 위생, 인테리어 등을 살펴보다 ‘손님 많은 식당’의 결정적인 요인이 뭔지 한마디로 축약한 적이 있습니다. 일산에서 장사 잘되는 식당은 뭐가 다를까요? 바로 규모입니다. ‘일산에서는 식당이 크면 뭘 하든 잘된다’입니다. 메뉴를 따지지 않습니다. 칼국수든 삼겹살이든 생선회든 설렁탕이든 일단 식당 규모가 크면 맛, 친절 따위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더군요.

물론 까닭이 있습니다. 베드타운에 사는 30, 40대 소시민들에게 그럴듯하게 차려놓은 대형 식당이 주는 ‘위안’이 크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일산 소시민들이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지만, 상류층이 다니는 고급 레스토랑에는 가지 못해도 중산층으로서 이 정도 규모의 식당에는 들락거릴 수 있다는 위안을 얻는 것입니다. 일산의 대박 식당 주인들은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5000원짜리 칼국수를 팔아도 귀에 이어폰을 꽂은 유니폼 입은 종업원이 발레파킹을 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휴게실을 따로 두며, 그럴듯한 회원카드를 발급합니다.

일산 사람들의 식당 선택 기준을 염두에 두고 ‘손님들은 식당에서 무엇을 먹을까’를 생각해봅시다. 음식? 아닙니다. 그 식당이 주는 이미지를 먹는 것입니다. 맛만 따진다면 문닫아야 할 집이 수두룩한 것을 보면 분명합니다. 식당이 잘되려면 소비자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입지에 따른, 즉 그 지역의 주요 소비자에 따른 이미지 창출이 중요합니다.

식당의 이미지 창출은 전혀 의도되지 않은 데서 성공을 거둘 수 있고, 온갖 마케팅 기법을 동원했음에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운칠기삼’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식당을 열고도 말아먹는 것을 여러 차례 봐온 경험이 있어 하는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소비자들은 어느 식당의 이미지를 그릴 때 ‘그곳의 그 식당’이라고 하지, ‘그 식당의 그 음식’으로 머리에 새기지는 않습니다. 혜화동 기사식당 골목에 대박난 왕돈까스집 아시죠. 식당 주인은 그 골목을 벗어나면 자신의 왕돈까스가 팔리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분점을 내달라며 돈을 싸들고 찾아와도 꿈쩍하지 않는 것입니다. 현명한 일입니다. 또 조심해야 할 것이 있는데, ‘누구 누구네 식당’ 하는 식으로 인적 요인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프랜차이즈나 분점으로 크게 확장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박 식당과 쪽박 식당의 가장 큰 차이는 절대 음식 맛에 있지 않습니다. 손님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던져주고 그 이미지를 먹게 함으로써 심리적으로 얼마나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지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음식을 먹으며 만족을 느끼는 곳은 입이 아니라 머리이기 때문입니다.

자, 제가 식당 컨설팅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아시겠죠. 맛칼럼을 쓰면서 ‘식당 해서 돈을 벌려면 음식 맛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니 이율배반도 이만한 것이 없지 않을까요.”



주간동아 2007.03.20 577호 (p73~73)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foodi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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