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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맛이야!|중국요리 읽기

기스면? 닭고기 넣은 국수잖아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foodi2@naver.com

기스면? 닭고기 넣은 국수잖아

기스면? 닭고기 넣은 국수잖아
아이들과 텔레비전을 보자면 버겁다. 요즘 뜨는 연예인 이름 하나, 유행가 제목 하나 제대로 외우지 못하니 ‘노땅’ 대접받기 일쑤다. “요즘 에이치오티는 잘 안 나오네” 했다가 그날 내내 왕따를 당한 적도 있다. 연예인들이 ‘떼거리’로 나오는 퀴즈 프로그램을 할 때는 창피를 당하지 않기 위해 왕따임을 자처, 산책이라도 나가는 편이 낫다. 세대가 다르니 관심사가 다를 뿐이라고 위안해보지만 가장의 권위에 대한 손상은 지대하다.

그런 나에게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마음껏 발휘할 기회가 가끔 주어지는데, 바로 가족과 외식을 할 때다. 특히 중국집은 우리 세대에게는 수십년의 내공이 쌓인 곳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미답의 음식이 즐비한 곳이다. 길어봤자 두어 시간이지만, 가장으로서의 ‘위신’을 세우기에 딱 좋은 장소다. 뭘로 폼을 잡느냐 하면 바로 중국음식 이름 해제다. 고작 음식 이름 풀이를 해준다고 아이들이 신기해할까 싶겠지만 한번 해보시라. 의외로 효과가 크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국내의 중국집에는 두 종류가 있다. 구한말에 들어온 화교 또는 한국인들이 한국화한 중국음식을 내는 집과 최근 중국 본토에서 들어온 진짜(?) 중국음식을 내는 집이다. 후자에서 내놓는 차림표는 정말 읽기 힘들다. 중국식 한자로 쓰여 있는 데다 음식도 모두 생소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이런 집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자장면-한자로 炸醬麵인데, 이 정도 한자는 외웠다가 아이들 앞에서 쓰는 것이 좋다. 장(醬·춘장)을 작(炸·볶는다)해서 만든 국수라는 뜻이다.

삼선자장면-삼선(三鮮)이라는 말은 세 가지 재료를 말한다. 그러니까 기본적인 자장에 세 종류의 재료가 더 들어갔다는 뜻이다. 삼선이라 하면 보통 새우나 해삼, 전복, 표고 따위를 말한다.



유니자장-유니는 한자로 肉泥다. 육(肉)은 돼지고기이고 니(泥)는 ‘갈다’라는 뜻이다. 즉, 돼지고기를 갈아서 만든 자장면이 유니자장이다.

짬뽕-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한데 뒤섞는다’라는 뜻의 잠퐁(ちゃんぽん)이 어원이다. 15세기 일본 나가사키 지방에서는 동서양의 문물이 마구 뒤섞였다. 이때 한 중국인이 서양에서 들어온 음식재료와 중국음식의 재료들을 한데 섞어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냈다. 동서양의 각종 해물과 채소를 기름에 볶다가 육수를 붓고 끓인 뒤 면을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데 뒤섞는다’는 뜻의 짬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스면-한자로 鷄絲麵이다. 계(鷄)는 닭, 사(絲)는 가늘게 썰거나 찢는 것이니 채썬 닭고기를 넣은 국수라는 말이다.

탕수육-한자로는 糖醋肉이다. 당(糖)은 엿이고 초(醋)는 식초이니 설탕과 식초로 단맛과 신맛을 낸 돼지고기(肉)라는 뜻이다. 주재료에 따라 탕수에 여러 단어를 붙일 수 있는데, 도미를 녹말에 튀겨 달고 신 소스를 뿌리면 탕수어가 되고 쇠고기를 사용하면 탕수우육이 된다.

유산슬-한자로 溜三絲이다. 유(溜)는 녹말 물을 끼얹어 걸쭉하게 만드는 것, 삼(三)은 세 가지 재료, 사(絲)는 가늘게 써는 것을 말한다. 세 가지 재료란 고기, 해산물, 채소인데 보통 돼지고기와 해삼, 새우, 죽순, 표고 등을 쓴다.

마파두부-麻婆豆腐라고 쓴다. 마파가 뭘까? 마(麻)씨라는 성을 가진 노파(婆)다. 그러니까 마씨 할머니가 발명한 음식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동파육-東坡肉이라고 쓴다. 송나라의 문장가이자 미식가였던 소동파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소동파가 황주로 좌천당했는데 그 지역에서는 돼지를 많이 쳤더랬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그 흔한 돼지고기로 제대로 요리를 해먹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안타깝게 생각해 직접 칼을 들고 요리를 개발했다. 돼지고기를 각종 향신료와 양념에 재워 장시간 푹 찌는 요리다. 어떤 중국집에서는 돼지고기찜이라 써놓기도 한다.

오향장육-五香醬肉, 향(五香)이 나게 장(醬)에 조린 돼지고기(肉)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오향의 정체는? 회향, 계피, 산초, 정향, 진피다. 족발로 하면 오향장족, 쇠고기로 하면 오향장우육이 된다. 오향장육을 조리다 보면 어릿한 묵 같은 것이 생기는데 이를 짠슬이라 한다. 장육에 짠슬을 올리고 고수(중국말로 향차이, 서양말로 코리안더)를 곁들여야 제 맛이 난다.

깐풍기-한자로는 乾烹鷄로 쓰며, 계(鷄)는 닭고기다. 그렇다면 깐풍은 조리법? 맞다. 한자로 건팽(乾烹)이란 국물 없이 마르게 볶는 것을 의미한다. 돼지고기로 하면 깐풍육, 새우로 하면 깐풍새우가 된다.

라조기-역시 닭고기 요리이며, 라조(辣椒)는 고추다. 그러니까 ‘고추가 들어간 매운 닭요리’라는 뜻이다. 닭고기를 녹말에 묻혀 튀긴 뒤 죽순, 양송이, 표고 등을 함께 넣고 맵게 볶은 요리다. 물론 라조육도 있고 라조우육도 있다.



주간동아 573호 (p73~73)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foodi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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