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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증시의 장기 가치투자 모델 만들 것”

‘장하성 펀드’ 주도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국내 투자자 상대로 한 펀드도 생각”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증시의 장기 가치투자 모델 만들 것”

“증시의 장기 가치투자 모델 만들 것”

약력
。1953년 광주 생
。1978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
。198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박사
。(현) 한국 재무학회 부회장
。(현) 고려대 경영대학장

한국 증권시장이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나와서 그런지, 예상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편으론 한국 증시에서도 장기 가치투자에 대한 열망이 있었음을 입증한 셈이다.”

최근 한국기업 지배구조 개선 펀드(KCGF, 일명 ‘장하성 펀드’)를 이끌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12월20일 기자와 만나 “예상보다 큰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 증시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장하성 펀드’가 태광그룹과 지배구조 개선에 합의한 이후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어떻게 변할지를 분석한 리포트가 나오지 않은 점은 한국 증시의 한계라는 것.

장하성 학장은 2006년 한국 증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태광그룹 계열 대한화섬, 유통·건설업체 화성산업, 크라운제과, 중소 건설업체 동원개발 등 ‘장하성 펀드’의 투자 대상이 된 종목은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장기 투자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일반 투자자들이 ‘장하성 펀드’를 따라 매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 정부 구조개혁도, 성장도 못 이뤄”

‘장하성 펀드’에 대한 ‘비판’도 있다. ‘또 외국인 앞잡이 노릇 하느냐’는 비난이 대표적인 예다.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에게 투자받아 ‘장하성 펀드’를 만들었기 때문에 나온 얘기다. 그러나 그는 이런 비판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이해를 잘못했거나 이념적 시각이 다른 데서 비롯한 공격”이기 때문이다.



“다만 ‘왜 국내 투자자들을 상대로 공모하지 않느냐. 우리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때는 사실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이 펀드를 운용하는 라자드 본사에도 국내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펀드를 만들도록 권고했다.”

장 학장은 이 펀드의 규모에 대해 “국내 언론에는 1200억원 수준이라고 보도됐는데, 그보다는 더 많다”면서도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또 초기에 투자 권유를 했을 때 반응이 없던 국내 기관투자자 가운데 몇 곳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 ‘장하성 펀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증권가에서는 이상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크라운제과 매집 과정에서 정보가 사전에 누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뭐, 내가 떼부자가 됐다는 소문에서부터 별의별 얘기가 다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소액주주운동을 하면서 한 건의 불미스러운 일도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랄 뿐이다. 다만 주변 사람들이 ‘어떤 종목을 살지 미리 좀 알려주지 그러느냐’고 말할 땐 괴롭기도 하다. 크라운제과 건은 그 회사와 사전에 협의하는 과정 또는 공시를 담당하는 쪽을 통해서 정보가 새나갔다고 본다. 분명한 것은 ‘장하성 펀드’ 쪽은 아니다.”

“증시의 장기 가치투자 모델 만들 것”

2004년 3월11일 장하성 학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시민단체 인사들과 함께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을 면담한 후 대검찰청 청사를 나오고 있다.

-종목 발굴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가.

“라자드 코리아의 리서치팀이 있고,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운동에 관여해온 전문가들이 주축을 이룬 ‘좋은 기업지배구조 연구소’(소장 김선웅 변호사)가 그 팀과 함께 작업한다. 운용에 관한 전적인 권한은 펀드 매니저인 존 리가 갖고 있다.”

존 리의 한국 이름은 이정복. 장 학장은 한 강의에서 존 리에 대해 “지난 15년간 만나본 수백 명의 펀드매니저나 투자회사 중 가장 신뢰할 만한 3명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라자드가 ‘장하성 펀드’를 운용하게 된 것도 존 리가 직장을 라자드로 옮겼기 때문이라는 것. 존 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그만큼 믿는다는 얘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들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배당률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투자가 줄어든다는 지적도 있다. ‘장하성 펀드’에 대해서도 똑같은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설립 이후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고 투자해왔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아무런 불만이 없다. 주가로 보상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 일부 기업들의 경우 투자는 안 하면서, 또 투자할 계획도 없으면서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배당은 소비 촉진 등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투자 목적으로 정해진 자금에 대해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이 투자나 배당을 하지 않고 사내에 유보금을 잔뜩 쌓아놓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가.

“절대 지분이 없는 경영자들이 자신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어마어마한 자본을 낭비하는 것이다. 경영을 잘하고 있고,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그에 만족하고 있다면 누가 경영권을 빼앗겠는가. 경영을 잘하면 경영권은 자연스럽게 안정되는데, 쓸데없이 사내 유보금을 경영권 안정을 위해 쓰는 것은 난센스다.”

-경영자들이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등 주주 중심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있는데….

“물론 일부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과거 우리나라는 차입경영을 통해 경제성장을 해오다 외환위기로 파국을 맞았다. 그렇다면 대안은 주주 자본주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에서 주주 중심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세력들은 주주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라 마치 전체적으로 부정하는 듯한 얘기를 하고 있다. 이는 곧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것으로 아는데….

“정권 초기에 카드사태가 터지니까 경제가 안정된 이후에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어려우니까 개혁은 나중에 하자는 상황 논리였다. 그때부터 싹이 노랗다고 봤다. 결국 지난 4년 동안 적어도 경제부문에서는 갈팡질팡하면서 미래 성장을 위한 구조 개혁도 하지 못했고, 당장의 성과인 성장도 이루지 못했다. 분배는 말할 것도 없다. 또 정권 담당자들의 역량이 부족한 탓인지 지나치게 관료들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8월 경영대학장으로 취임했는데, ‘장하성 펀드’ 관련 일을 하면서 학장 직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는가.

“처음엔 학장직을 고사했지만 일단 맡은 이후엔 모든 것을 바쳐서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장하성 펀드’와 관련해서는 전략적인 부분만 관여하기 때문에 학장 일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로 볼 때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경영대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려대 경영대를 5년 안에 아시아에선 3위, 그리고 세계적으론 50위 안에 드는 경영대학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이를 위해 이미 80명의 교수진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24명의 교수 채용 공고를 냈다. 또 현재 외국인 교수가 5명인데 2007년 봄에 3명, 가을에 2명의 외국인 교수가 오기로 돼 있다. 2007년 가을에는 2~3명의 외국인 교수를 더 채용할 계획이다.”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특별히 하는 운동은 없고, 틈나면 가끔 등산을 하는 정도다.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주말농장에 가서 농사를 짓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7.01.02 567호 (p52~53)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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