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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쌓인 일, 새해 할 일 과학적으로 정리해볼까

기록·정리 전문가가 권하는 한 해 마무리 노하우 구체적 대상 선정 후 기획표 만들고 항목별 기입

  •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해 쌓인 일, 새해 할 일 과학적으로 정리해볼까

지난해 쌓인 일, 새해 할 일 과학적으로 정리해볼까
연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다.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연말을 잘 정리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정리하는 일이 전공인 나로서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무엇을 정리할까? 또 어떻게 정리할까?

사실 정리라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방법을 모르면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한 것이 정리다. 일상에서 항상 정리를 하면서 사는데 정리가 어렵다니 무슨 말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기실 사소한 정리조차도 따지고 보면 원리와 방법이 정해져 있는 일종의 과학이다. 그것을 알면 정리는 간단하고 유익한 일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오리무중이거나 실패하기 일쑤인 일이기도 하다.

연말에 정리를 위한 간단한 과학을 배워두는 일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뭔가 정리하기로 결심만 하고 흐지부지해온 사람들에게 정리의 과학은 특효약이 될 수 있다.

1. 목적과 대상을 분명히 하라

예컨대 연말정산을 위해 영수증을 정리하는 일은 금방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한 해를 되돌아보고 스스로의 삶을 정리해보라고 하면 도대체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오리무중이기 십상이다. 이렇듯 정리는 목적과 대상, 방법이 뚜렷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점을 먼저 명심하자.



전자는 목적과 대상이 명확하고, 몇 년에 걸친 나름의 노하우로 방법도 익히 아는 사례다. 하지만 후자는 목적은 그럴듯하지만 대상과 방법이 모호하기 짝이 없다. 삶을 정리한다든가 주변을 정리하는 것과 같이 대상이 포괄적이거나 추상적인 경우에는 과학이 될 수 없다.

연말에 한 해를 정리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먼저 정리를 ‘경영’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기를 권한다. 목적과 대상을 분명히 하고, 정리 결과로 얻어지는 이점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냥 생각만 하지 말고 백지에 적어가며 정리를 기획해보는 것이 최선이다.

지난해 쌓인 일, 새해 할 일 과학적으로 정리해볼까
2. 매트릭스 기법을 활용하라

표 형식으로 적어보는 방법은 복잡한 사고나 일들을 체계적으로 구분하는 데 유용하다. 정리의 목적과 대상, 방법을 생각할 때 아주 간단한 1차원 매트릭스를 그려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신도 할 수 있고, 의미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구분, 대상, 목적, 방법, 필요하다면 비고 정도로 상단의 칸을 나누고, 가장 왼쪽에 일련번호를 매기면 한 해의 정리를 경영하는 기획표를 만들 수 있다. 자를 대고 선을 그을 필요도 없다. 그저 백지에 선을 그으면 그뿐이다. 워드프로세서나 엑셀 같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뭐 그리 거창할 것도 없다. 오히려 편안한 자세로 시도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3. 일을 분류하라

대상을 설정하는 일은 자기 생활의 구성 요소들을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기업을 경영하자면 비전과 목적에 맞게 업무기능을 설계하고, 이를 직원에게 배분해 담당자별 업무를 정의한다. 그래서 모든 기업에는 담당자별로 업무기술서(job profile)가 있다. 개인의 생활 역시 똑같다.

크게 구분하는 것이 분류를 쉽게 하는 요령이다. 회사 일, 아이들 교육, 기타 가정사, 취미와 놀이, 사람 만나기, 종교생활 등등 크게 구분하라는 말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매트릭스의 구분란에 이것들을 하나씩 적어본다. 구분 방식을 바꾸고 싶으면 지워버리거나 다른 종이에 다시 매트릭스를 그리면 그만이다.

이렇게 구분한 다음 각 영역별로 ‘정리하면 좋을게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정리의 과학이 전해주는 지혜가 바로 이 분류의 기법이다. 처음부터 정리 대상을 떠올리기보다는 생활 영역별로 구분해 범위를 좁혀놓고 하나씩 떠올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임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지난해 쌓인 일, 새해 할 일 과학적으로 정리해볼까
4. 정리 대상을 선택하라

회사 일과 관련해서는 1년간 내가 회사에서 한 일을 크게 정리하고 그것이 회사 경영이나 시장 트렌드에 적합했는지를 분석해서 내년의 업무 방향을 가늠해본다든지, 그동안 메모해둔 것을 정리해 유용한 지식과 노하우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든지 하는 식으로 대상을 하나씩 설정해간다.

가정사와 관련해서는 가족단위 놀이를 월별로 기억해 정리하고 종류, 비용, 만족도 등을 분석해 내년에는 좀더 재미있는 가족놀이를 기획하겠다든지, 장롱 속 옷에 대해 입는 횟수 등을 대충이라도 적고 버릴 것을 추린다든지 하는 식이 될 것이다.

매트릭스를 이용해 정리 대상을 설정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구상이 떠오를 것이다. 정리 대상이 떠오르지 않아 걱정인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우리가 또 한 가지 얻을 수 있는 과학의 지혜가 선택이다. 선택이라 함은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정리 대상을 선택할 때는 욕심내지 말고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 함을 명심하자. ‘해보니까 연말에 정리할 것이 정말로 많구나’ 하고 만족스러워 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이 버림의 미덕이다.

연말 정리가 부담이 되거나 용두사미로 그치지 않으려면 7가지 이내로 정리 대상을 줄이길 바란다. 7가지 이내라면 적어놓은 것을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무엇을 정리하기로 했는지를 머릿속으로 기억할 수 있다.

5. 목적과 방법을 확정하라

대상을 확정한 뒤 매트릭스의 각 항목에 대충 기재했으면 다음으로 할 일은 목적과 방법을 더욱 구체적으로 생각해내는 일이다. 이 과정을 통해 선택한 것을 일부 변경하기도 하고,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르지 않은 것들을 명확히 한다. 정리한 뒤에 보면 잘할 것 같기는 한데 목적이 불분명한 경우도 생기게 마련이다. 정리를 위한 정리는 시간만 들고 효율은 떨어지기 때문에 목적을 잘 되새겨 이런 부분을 버리고 효율을 최대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 예시를 보면서 매트릭스를 확정해보자. 해마다 마음으로만 한 해를 정리하려고 했던 과거와는 달리 적은 시간을 들이면서도 의미 있는 연말 정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하루에 30분씩 투자해 사흘에 걸쳐 위와 같은 정리기획표를 완성해볼 것을 권한다. 연말 정리는 엄청난 일도, 복잡한 일도, 인생을 걸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할 일도 아니다. 내년을 위해 작은 의미를 찾는 정도로 가볍게 마음먹는 것이 중요하다. 단번에 기획을 마치고 그것을 확정짓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30분 안에 매트릭스를 완성하고, 이틀간 두 번에 걸쳐 다시 생각하고 수정하는 정도의 편안함과 신중함이 필요하다. 위 매트릭스의 가장 오른쪽에 일정을 잡아두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구분 정리 대상 정리 목적 정리 방법
회사 일 1. 업무 유형과 성과 및 트렌드 새해의 업무 방향 설정 표 형식 정리
2. 업무노트 지식 노하우 습득 메모정리법
가정사 3. 옷과 아이들 서가, 책상 깔끔한 생활 순열 정하기, 버리기
4. 가족 여가 가족놀이 활성화 지역, 종류, 만족도
취미 5. 골프 즐기는 골프 월별 스토리, 식사 등
교육 6. 과외, 학원 효과적 교육 시간, 비용, 효과
기타 7. 컴퓨터 하드디스크 효율적 이용 분류, 평가 선별


6. 요령 있게 실행하라

정리기획표를 완성한 다음에는 실행해야 한다.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획을 한들 의미가 없다. 하지만 정리 방법이 뚜렷하지 않거나 실행에 사나흘이 걸릴 정도의 하중이 걸린다면 실패하기 쉽다. 정리한 것을 실행하려면 방법과 범위를 잘 정해야 하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때는 범위를 과감히 축소하는 등의 요령이 필요하다.

정리 대상에 따라 정리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정리가 과학인 이상 그 원칙과 공통된 방법론은 있게 마련이다. 이것을 알아두면 실패율을 낮출 수 있다. 정리의 기본 원칙은 ‘분류해서 해석하기’와 ‘분류해서 평가하고 버리기’다. 대상이 어떤 사실이고 정리의 목적이 새로운 기획에 있다면, 정리의 원칙은 당연히 분류 정리한 뒤 분석-해석을 거쳐 그 결과를 토대로 새 기획을 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대상이 어떤 구체적인 물건이거나 데이터이고 정리의 목적이 정리된 결과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면, 정리 원칙은 대상 객체의 가치를 평가해서 버리고, 남은 것들을 잘 분류하는 것이 될 것이다. 정리의 과학이 분류, 평가 선별, 해석과 새로운 콘텐츠 생산을 기본으로 짜여져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7. 메모 정리의 요령

여기서 수많은 정리 방법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고 몇 가지 요령만 간추려보자.

메모를 정리할 때는 버리고 분류해서 재정리하는 것이 핵심 요령이다. 메모를 잘하면서도 이를 정리하지 않아 실제로는 무용지물이 되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실 메모는 매달 정리해두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연말에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메모를 업무수첩 등에 해놓은 경우를 예로 들면, 우선 메모 내용을 재정리할 워드프로세서를 몇 장 열어둔다. 여기서 ‘몇 장 열어두라’ 한 것은 메모 내용을 분류하기 위해서다. 단편적인 지식, 업무 노하우, 사장님 관심사항 등과 같이 자주 메모된 내용을 몇 가지로 분류하고, 이 분류에 따라 워드프로세서를 여러 개 열어두고 제목을 타이핑하라는 것이다. 이제 수첩에 메모된 내용을 보면서 길게 써먹을 내용을 추려 분류된 워드프로세서에 입력한다.

욕심을 내느라 많이 버리지 않으면 정리된 내용 역시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또한 머릿속에 이미 충분히 입력돼 있는 내용을 다시 타이핑하는 것도 낭비다. 이렇게 입력을 마친 후 이를 다시 읽어보며 지우기도 하고 위치를 바꾸기도 해서 정리를 마친다. 정리된 내용을 읽으며 메모에 담긴 지혜를 음미하고 소화하면 아주 생산적인 연말 정리의 한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쌓인 일, 새해 할 일 과학적으로 정리해볼까
8. 하드디스크의 파일 정리 요령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역시 메모와 같은 방법으로 버리고 분류해서 정리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것도 매달 한 번씩 정리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연말에 한꺼번에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현재 존재하는 폴더를 뒤져보며 폴더 구분을 다시 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라 폴더를 확정해놓는다. 이전 폴더와 새 폴더 사이에 파일을 이동시킬 수 있도록 창을 두 개 열어놓고 정리 작업을 시작한다. 먼저 이전 폴더에 들어 있는 파일을 보고 가치를 판단해서 가능하면 많이 버린다. 반드시 남겨둬야 할 파일을 선별하고 파일 이름을 바꾸는 등의 처리를 한 뒤 새로 만든 폴더로 그것을 옮기면 정리 끝이다. 물론 같은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므로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매년 이렇게 해두지 않으면 필요할 때 쉽게 파일을 찾아 이용하는 것이 어렵다.

폴더의 구성법이 매우 중요한데 이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다만 자신의 파일 이용 패턴과 파일 주제 및 종류를 고려해 폴더를 구성하는 것이 원리라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이번 연말에 하드디스크 정리 작업을 마친 사람들, 버리고 정리하는 일이 데이터 이용에 핵심임을 깨달은 사람들은 유능한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한 초석을 깐 것이 될 것이다.

9. 업무 패턴 분석과 정리 요령

자신의 업무 유형과 성과를 정리하는 것처럼 정리의 대상이 어떤 사실이고, 목적이 기획이나 새로운 설계에 있는 경우에는 분류와 해석이 정리의 기본 요령이다. 이때는 매트릭스 표를 만들어 월별 혹은 업무 유형별로 하나씩 사실을 기재하고, 이를 보며 분석하는 방식이 가장 간편하다. 표의 항목을 잘 설계할수록 분석이 수월해지며 분석 결과 역시 유의미해진다.

올해 자신이 수행한 업무를 정리하려고 할 때 워드프로세서를 열어두고 ‘자, 지금부터 내가 한 일을 정리해야지’ 하면 정리에 반드시 실패하고 만다. 사람의 생각이란 일단 분해해서 정리하고 이를 다시 종합 판단하는, 분해와 종합의 변증법을 통하지 않는 한 체계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매트릭스를 만들어 1년간 수행한 업무와 성과를 분해하고, 이를 이익창출 효과나 트렌드 등의 일정한 판단기준과 함께 분석해볼 것을 권하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정리의 과학을 이용함으로써 우리는 미래 설계를 위한 의외의 분석 결과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송년회도 좋지만 정리가 더욱 필요하다. 놓치고 가기에는 아까운 지식이 너무 많고, 또 대충 맞이하기엔 너무도 아까운 새해가 아닌가.



주간동아 2007.01.02 567호 (p62~64)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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