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7

2007.01.02

특목高 진학 특구 ‘목동之敎’

“합격률 최고” 입소문 초·중학생 급증 … 한 반 5~6명 제외하고 특목고 준비에 올인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6-12-27 1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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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목高 진학 특구 ‘목동之敎’
    최근 서울 지역 초·중학생이 양천구로 몰리고 있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발표가 있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7년 동안 서울 지역 전체 초등학생 수는 8.6% 감소했지만 유독 양천구 초등학생만 4.7% 늘었다. 중학생 증가폭은 더욱 크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로는 1.3% 감소한 반면, 양천구 중학생은 11.5%나 증가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목동 지역’ 초·중학교 중심으로 아이들이 늘어났다. 한 학급 학생 수가 50명에 육박할 정도다. 목동초등학교의 경우 학년이 올라갈수록 정원 수가 부쩍 늘고 있다. 1~3학년은 8개, 4~5학년은 9개, 6학년은 11개 학급이다. 전학생이 몰려들기 때문. 6학년 정재민 군은 “우리 반에는 전학생이 8명이나 있어요”라고 말했다. 대체 목동이 뭐기에 아이들이 이곳으로 몰려오는 걸까?

    목동 1단지 길 건너편의 한가람고등학교. 2007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한 조희진 양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한가람고와 이웃한 학교는 월촌중학교. 조희진 양과 조양의 뒤를 이어 수능 차석을 차지한 한예슬 양이 모두 이 학교를 나왔다.

    “중학생이면 이사 오기 늦었다”

    특목高 진학 특구 ‘목동之敎’

    강남의 뒤를 이어 ‘교육특구’로 떠오르고 있는 목동의 아파트 단지 전경. 목동의 한 학원이 주최한 특목고 입시설명회는 언제나 학부형들로 만원이다.

    월촌중은 특수목적고등학교(이하 특목고) 진학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신흥 명문’이다. 이 학교 진로상담부의 한 교사는 “2007학년도 특목고 합격자가 무려 83명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3학년생 8~9명 중 한 명꼴로 특목고에 합격한 셈. “2006학년도 합격자 60명에 비해 20명 이상이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점은 특목고 응시 학생이 100명이 조금 넘었을 뿐이란 점입니다. 10명 중 8명이나 붙은 셈이죠. 특목고 경쟁률이 3대 1에서 7대 1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학생들의 우수함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교사의 말에서 ‘목동 블랙홀’의 진원을 짐작할 수 있다. 목동 지역의 높은 특목고 진학률이 바깥 사람들로 하여금 아이 손을 잡고 목동으로 이사 오게 하고 있다. 2003학년도부터 2005학년도까지 3년 동안 특목고 입학생의 출신 중학교 순위를 매긴 결과 10위 안에 목동 지역 중학교가 5개나 포함됐다. 목동 학부형 김영이(47) 씨는 “아들이 중학교 3학년인데 20등 안에 드는 아이들은 거의 다 특목고에 응시했다”며 “그중 8~9명이 합격했다”고 전했다.

    특목高 진학 특구 ‘목동之敎’

    학원이 밀집한 목동의 한 빌딩.

    요즘에는 ‘자녀가 중학생이면 목동으로 이사 오기 늦었다’는 말이 나돈다. 이미 목동 지역 중학교가 포화 상태라서 전학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모(여·42) 씨 가족은 지난 봄 서둘러 경기 군포시에서 목동으로 이사했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인데 공부를 썩 잘하거든요. 2~3년 후에 목동으로 오려고 했다가 중학교 배정이 힘들다는 말에 이사 시기를 당겼어요. 남편은 군포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합니다. 당분간은 목동과 군포를 오가기로 했어요.” 박씨 가족은 군포의 아파트를 팔아 목동에서 연립주택 전세를 얻었다.

    ‘목동 엄마들의 파워 공부법’의 공동저자이자 딸 둘을 모두 과학고에 보낸 신인숙 씨는 “7년 전에도 상황이 지금과 비슷했다”고 전했다. “아이들을 목동 중학교로 전학시키려는데 학교에서 각서를 쓰게 했습니다. 위장전입인 것이 적발될 경우 3개월 이내에 이전 학교로 돌아간다는 내용이었어요. 진짜로 목동에 거주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담임교사가 불쑥 집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어 엄마들이 놀라곤 했어요.”

    목동이 특목고 진학률이 높은 ‘교육특구’로 부상한 것은 200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다. 물론 과거에도 강남 지역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아 특목고 진학생이 많았지만 특목고 준비가 좀더 저변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을 전후해 이른바 ‘목동 학원가’가 형성되면서부터다. 현대백화점과 SBS 방송국 주변으로 목동 중심축이 개발되면서 이 지역 새 빌딩들에 학원이 하나 둘 들어섰다. 3년 전부터는 목동 지역 전역에 학원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요즘 목동에는 ‘학원 없는 상가건물이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지난 12월20일 오후 8시. 목동에서 특목고를 가장 많이 보내기로 유명한 H학원 본원의 대강당에서 ‘예비 중1’(중학교 입학을 앞둔 초등 6학년생) 학부모를 위한 설명회가 열렸다. 60여 명의 ‘목동 엄마’들이 수첩과 펜을 들고 강사의 말을 열심히 경청하고 있다. 간혹 넥타이를 맨 아버지들도 보인다.

    강사는 “방학 중에는 ‘텐투텐(10 to 10) 운동’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아침 10시에 학원에 와서 자습하다 45분짜리 정규수업을 8개 듣고 보충수업이나 특강 등을 받은 뒤 밤 10시에 귀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설명회에서 만난 정모(여·45) 씨는 “목동 엄마들은 요즘 특목고 진학에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6학년 한 반에서 5~6명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대부분 특목고 진학 대비를 하고 있다는 귀띔이다. 정씨의 아들은 지난 여름방학부터 본격적으로 특목고 대비에 뛰어들었다. 지난 여름방학 때 무려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학원의 수학경시대회 대비반에 합격했다고 한다. “학원의 반편성 시험을 대여섯 번 보고도 떨어지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인데 우리 아들은 운이 좋았어요. 시험에 나올 부분만 집중적으로 공부했거든요. 학원에서 최상위 반에 들어가려고 다른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아이도 많아요.”

    평범한 엄마들이 유독 집착

    정씨의 목표는 과학고 진학을 대비하기 위해 오는 5월 열리는 수학경시대회에서 동상 이상의 성적을 획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포기해야 해서 걱정이에요. 민사고는 중1 내신도 보거든요.”

    이 학원의 김모 원장은 “해마다 특목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정 학교를 정해놓고 입시공부를 했는데 요즘에는 ‘우리 아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외고는 어디인가’라고 묻거나 ‘합격을 위해 하향 지원하겠다’는 학부모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특목고를 가기에는 실력이 부족한데도 특목고에 도전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C학원 관계자는 “외고대비반이나 과고대비반을 개설해놓지 않으면 수강생이 모여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목동 엄마들’이 특목고 진학에 유독 집착하는 것은 특목고의 일류대 진학률이 높기 때문이다. 강남 지역의 경우 일반 고등학교도 대학 진학률이 높아 굳이 특목고를 고집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많아 유학을 떠나는 비율도 높다. 그러나 ‘부자도 빈민도 없는’ 목동 지역 학부모 대부분은 유학 보낼 여력이 없다. 목동 지역 일반고의 대학 진학률은 (학부모들이 생각하기에) 낮은 편이다. 김 원장은 “2006학년도 대입에서 강서고등학교(목4동)는 서울대에 16명 보내는 데 그쳤지만 명덕외고는 서울대 의대만 86명을 보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예로 들었다.

    그렇다면 목동 아이들은 뛰어놀 시간조차 ‘특목고 대비’에 쏟아 붓는 생활이 즐거울까. 목동 엄마들은 대개 ‘아이도 특목고를 가고 싶어한다’ ‘학원에서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보고 경쟁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목동의 마음누리정신과 최혜원 원장은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등교 거부, 우울증, 틱 장애, 반항 행동 등 문제를 보이는 아이들이 많다”고 우려했다. 엄마의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 엄마가 오직 성적 문제로만 자신을 다룰 때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병원을 찾는 아이들은 대부분 성적으로 인한 엄마와의 갈등, 친구를 경쟁 상대로만 여기며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문제를 호소한다. 최 원장은 “자녀가 행복하게 살기 바란다면 ‘자녀의 성적’과 ‘엄마의 성패’를 동일시하지 말라고 충고하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학부모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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