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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허블망원경!

NASA, 배터리 교체 등 한번 더 활용 결정 … 2008년 가을까지 우주왕복선 보내 수리

  • 전원경 작가 winniejeon@hotmail.com

어게인 허블망원경!

어게인 허블망원경!

96분에 한 번씩 지구궤도를 공전하는 허블망원경. 16년 동안 75만 장의 우주 사진을 촬영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버리는 카드’였던 허블망원경을 한 번 더 수리해서 쓰기로 한 것이다. 향후 2~3년 내에 수명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던 허블망원경은 여섯 개의 배터리를 갈고 자이로스코프(회전장치)를 재점검하면 최소 2013년까지 재사용이 가능하다. ‘뉴욕타임스’는 “우주 관계자들과 나사 직원들은 대체로 이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허블망원경의 폐기를 반대해온 바버라 미컬스키 미 상원의원도 “허블망원경을 포기하려던 애당초의 계획은 많은 우주 애호가들을 낙담하게 만든 결정이었다. 나사가 이 계획을 포기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6년간 우주관찰 혁혁한 공로

1990년부터 사용된 허블망원경은 무게 12.5t에 길이 13.2m의 초대형 망원경이다. 지난 16년간 이 망원경은 우주의 나이를 알아내고 블랙홀의 생성 과정과 별의 형성 과정을 밝혀내는 등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지금까지 허블망원경이 촬영한 우주 사진은 총 75만 장. 허블망원경은 1960년대 이래 계속된 우주 탐사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망원경이 노후하면서 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자꾸 생기자 나사는 ‘수리할 바에는 폐기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던 것이다.

사실 10월 중순까지 나사는 허블망원경을 폐기한다는 정책을 고수했다. 과학자들 중에서는 ‘이제 허블의 시대는 갔다’고 공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왜 나사는 조금만 수리하면 쓸 수 있는 허블망원경을 간단히 폐기하려고 했던 걸까?

그 이유는 허블망원경이 지상이 아니라 ‘우주 공간’에 있는 망원경이기 때문이다. 허블망원경은 1990년 4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발사됐고 그 후 16년간 지구 상공 610km에서 96분에 한 번씩 지구궤도를 공전해왔다. 이 망원경은 우주 공간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상의 망원경보다 10~30배 이상 높은 해상도와 50~100배 넘는 감도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허블망원경의 유지 관리는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위험하다. 발사 당시에도 허블망원경의 수명은 15년 정도로 예측됐다.



그동안 허블망원경의 관리를 맡아온 것은 인류 최초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였다. 그러나 2003년 초, 지구로 귀환하던 컬럼비아호가 폭발해 승무원 일곱 명이 모두 사망하면서 나사는 “우주인들의 안전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우주개발 계획을 추진했다”는 거센 비난에 부딪혔다. 그 후 3년이 넘도록 우주왕복선 사업이 중단됐고 그 와중에 허블망원경은 사람으로 따지면 환갑이 넘는 나이로 노후해버렸던 것이다.

나사는 허블망원경을 수리하는 데 9억 달러(약 85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2년 컬럼비아호를 타고 우주로 가 허블망원경을 수리했던 스콧 알트만과 다른 우주인들이 이 임무를 다시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천문학적인 비용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발사 이후 한 번도 교체하지 않은 여섯 개의 배터리를 교체하고 자이로스코프의 방향을 다시 맞추려면 우주왕복선 승무원이 우주 유영을 나가 직접 망원경을 고쳐야 한다. 그만큼 위험한 임무인 것이다. 나사는 20년이 넘은 컬럼비아호의 유지 보수에 소홀했고, 그 때문에 ‘안전 불감증’이라는 비난에 시달려왔다.

어게인 허블망원경!
컬럼비아호 사고 이후 한결 신중해진 나사는 사람 대신 우주왕복선에 달린 로봇팔을 조작해 허블망원경을 수리하려는 계획도 검토했다. 그러나 아직 로봇팔로 배터리 교체 같은 미세한 부분까지 조작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수리 임무·위험성 별 차이 없어”

9월 발사된 애틀랜티스호의 승무원들도 우주 공간에 나가, 건설 중인 국제우주정거장의 트러스를 부착하는 등 고난이도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하지만 국제우주정거장을 위한 우주 유영의 경우는 우주인이 위험한 사태가 생기면 우주정거장으로 피난할 수 있다. 반면 허블망원경 수리 중에는 그런 ‘피난처’도 없는 것이다. 나사가 허블망원경이라는 카드를 버리려 했던 것은 컬럼비아호 폭발 참사 이후 부쩍 악화된 ‘안전성’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결과였다.

그러나 나사로서는 허블망원경을 그대로 포기하기에도 부담이 컸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우주 사진을 촬영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과학기기 중 하나”라는 찬사를 들어온 허블망원경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사의 마이클 D 그리핀 국장은 “비단 허블망원경 수리뿐만 아니라 모든 우주인의 임무는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국제적인 명성과 신뢰를 얻어온 허블망원경을 보존하는 것은 우주개발 본연의 임무와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리핀 국장 자신부터가 국장이 되기 전, 나사에서 허블망원경 발사 계획에 참여했던 전문가로 허블망원경에 대해 강한 애착을 지니고 있다.

나사는 허블망원경을 수리하는 동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지상에 또 한 대의 우주왕복선을 대기시켜 둘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 유영 중인 우주인이나 우주왕복선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기 중인 제2의 우주왕복선을 바로 출발시켜 이들을 구조해 온다는 계획이다.

컬럼비아호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인 조지워싱턴대학의 존 로그던 박사도 “허블망원경 수리는 기존의 다른 우주선 임무에 비해 특별하게 더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로그던 박사의 말에 따르면, 컬럼비아호 폭발 이후 나사는 우주왕복선의 모든 사업에 대해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9월9일 발사된 애틀랜티스호의 경우, 사소한 기기 결함과 날씨 때문에 2주간 네 번이나 발사가 연기되는 곡절을 겪었다. 거듭된 발사 연기로 나사는 61만 달러의 비용 손실을 입었다.

허블망원경의 수리가 결정되긴 했지만, 수리가 바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9월 애틀랜티스호의 발사로 3년 반 동안 중단됐던 국제우주정거장 사업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우주왕복선이 최소 여섯 번 이상 우주를 오가며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을 마쳐야 허블망원경의 차례가 온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은 반 정도밖에 진척되지 않은 상태다. 나사는 늦어도 2008년 가을까지는 우주왕복선을 보내 허블망원경을 수리한다는 계획이다.



주간동아 561호 (p50~51)

전원경 작가 winnieje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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