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7

2016.12.14

안병민의 일상경영

리더라면 한 걸음 더 가까이

직급과 심리적 거리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입력2016-12-12 09: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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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원의들을 위한 경영 특강을 마치고 뒤풀이를 하는데 옆자리의 한 원장님이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예전에 페이닥터를 할 때는 병원 스태프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원장이 되고 나니 그게 별로 좋은 게 아니더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거리감이 없으니 원장의 권위가 없어지고 직원들이 우습게 보는 거 같아 요즘은 함께 밥을 먹는 일도 거의 없고,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대화도 잘 하지 않는답니다. 그랬더니 자신을 보는 눈이 좀 달라지더라며 웃었습니다.

    #2 ‘열린마케팅스쿨’이라는, 열다섯 명 안팎의 작은 스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과 눈을 맞추고 한 분 한 분 이름을 부르며 화기애애하게 진행하는 공부 모임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강의가 끝나고 지하철을 타러 갔다 조금 먼저 나간 수강생들과 만났습니다. 그중 한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표님을 이렇게 전철역에서 보니 훨씬 더 인간적인 느낌이에요.” “수업을 할 때는 인간적이지 않았나요”라고 웃으며 반문했더니, 물론 그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강의실 밖에서 보니 더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두 사례는 모두 리더십에 대한 겁니다. 더 정확하게는 ‘리더와 폴로어의 심리적 거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직급이 한 단계씩 멀어질 때마다 심리적 거리는 제곱으로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사원과 대리 간 거리를 1이라고 할 때, 사원과 과장 간 거리는 2의 제곱인 4, 사원과 차장 간 거리는 3의 제곱인 9가 된다는 겁니다. 4의 거리에 있는 부장과 5의 거리에 있는 임원 간 거리는 훨씬 더 멀어집니다. 부하직원이 느끼는, 직급에 따른 심리적 거리는 리더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멀다는 게 골자입니다.

    “CEO(최고경영자)로서 내 일과 중 가장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은 직원들과 함께 뒹굴며 노는 것이다. 작게는 직원들과 함께 밥 먹고 영화를 보는 것에서, 크게는 출장 겸 놀이 겸 해서 함께 해외 나들이를 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 직원들과 하는 ‘놀이’에 내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하는 이유다.”

    여행업계 후발주자로 출발해 지금은 메이저 여행사 중 하나가 된 여행박사 신창연 창업주의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여행박사 직원들이 신창연 창업주를 보는 시선에는 존경뿐 아니라 신뢰와 애정이 듬뿍 묻어납니다.



    심리적 거리감을 없애려면 리더가 적극적으로 부하직원에게 다가가 먼저 손을 내미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세계적 글로벌 기업인 존슨앤존슨의 짐 버크 전 CEO는 “나는 재직기간 중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일과의 40%를 할애했다. 그만큼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성과가 높은 집단의 리더는 그렇지 않은 리더보다 평균적으로 3배 이상 부하직원들을 웃긴다고 합니다. 함께 웃어야 좋은 아이디어도 나오고 함께 고생해야 신뢰도 쌓입니다. 관건은 리더와 폴로어 간 심리적 거리입니다. 이 거리를 줄이려면 리더가 다가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다가갈 수 있어야 리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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