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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이 ‘무극’ 知財權 침해했다고?

중국 누리꾼 ‘무극’ 패러디물 논란 가열 … 짝퉁 콘텐츠 유통·저작권 본격 논의 촉발

  •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hanmail.net

‘찐빵’이 ‘무극’ 知財權 침해했다고?

‘찐빵’이 ‘무극’ 知財權 침해했다고?

지적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패러디물 ‘찐빵 사건…’은 영화 ‘무극’을 패러디했다.

‘찐빵 하나가 부른 살인사건’(이하 ‘찐빵 사건’). 요즘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동영상의 제목이다. 중국 상하이에 사는 후거(胡戈)라는 31세의 남자가 만들었는데, 한국의 한류 배우 장동건과 홍콩 배우 장바이즈(張栢芝) 등이 출연한 첸카이거(陳凱歌) 감독의 영화 ‘무극(無極)’을 패러디한 영상물이다.

‘무극’은 역대 최고 제작비인 4200만여 달러(약 42억원)가 투입된 초대형 팬터지 영화로, 지난해 말 중국 상업영화사상 최다 규모인 420개 상영관에서 동시 개봉,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달성했다.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노예, 왕의 여자, 그리고 패배를 모르는 장군 등 세 남녀 사이에 펼쳐지는 엇갈린 운명적 사랑이 주된 내용. 하지만 이 영화에 호평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영화의 단선적인 줄거리와 거친 그래픽 등을 비판했다.

20분짜리 코믹 영화로 제작

‘찐빵 사건’의 제작자 후거 역시 이 영화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많은 누리꾼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음향기기 소매상을 운영하며 조그만 개인 음향작업실을 갖고 있는 그는 색다른 방식으로 ‘무극 비판’을 제기했다. 나흘 동안 작업실에 틀어박혀 ‘무극’의 영상을 짜집기하고, 거기에 직접 더빙을 해 한 편의 코믹한 인터넷 패러디 영화를 만들어낸 것.

그는 ‘중국판 PD수첩’이라 할 수 있는 관영 CCTV의 사회고발 프로그램 ‘중국법치보도’의 형식을 빌려 ‘무극’을 현대판 살인사건으로 재구성했다. 어린 시절 남에게 속아서 찐빵을 빼앗긴 충격으로 성격이 비뚤어진 남자의 복수극이 ‘찐빵 사건’의 메인 테마. 절세미녀 장바이즈는 3류 패션모델로, 빛보다 빠르게 달리는 노예 장동건은 운동화 광고모델로 둔갑됐다. 멋진 붉은 갑옷의 장군은 노점상을 단속하는 공무원으로 묘사됐다.



당초 후거는 친구들과 돌려보기 위해 ‘찐빵 사건’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순식간에 수많은 사이트로 퍼져나갔고, 흥미진진한 예고편과 코믹한 중간 광고까지 갖춘 이 20분짜리 패러디물에 중국 누리꾼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후거의 블로그는 방문객들로 넘쳐났고,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영화 ‘무극’과 ‘찐빵 사건’을 비교 분석한 글들이 앞다투어 실렸다. 급기야 ‘무극’을 본 사람보다 ‘찐빵 사건’을 본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첸카이거 감독은 “어찌 중국인들이 이렇게까지 후안무치할 수 있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첸카이거 감독은 후거의 행위는 원작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범죄이고, 영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제작진과 배우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격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가 강력한 법적 대응을 공언하자, 우연하게 시작된 ‘찐빵 사건 열풍’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찐빵’이 ‘무극’ 知財權 침해했다고?

패러디물 ‘찐빵 사건…’을 만든 후거의 블러그. 패러디물은 삭제됐고, 그를 지지하는 중국 누리꾼들의 응원 글이 가득하다.

중국인들은 현재 ‘과연 찐빵 사건이 무극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는가’라는 논란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 변호사협회 산하 지적재산권위원회는 “‘찐빵 사건’이 원작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분명하나, 비영리적으로 사용됐으므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적재산권 문제를 다루는 국가판권국(한국의 특허청)은 “이번 사태는 사법기관의 판결에 맡긴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 또 다른 패러디 대상인 ‘중국법치보도’ 측은 첸카이거와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후거의 영상물은 매우 창의적이며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하며,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

누리꾼 80% “첸카이거가 너무 민감”

이 논쟁에서 가장 활발한 발언을 하고 있는 쪽은 단연 누리꾼이다.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한 설문조사 결과 80% 이상의 누리꾼이 “첸카이거가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후거가 패러디물의 서두에 출처와 영상물의 비상업 목적을 명시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오히려 누리꾼들은 이번 사태를 ‘패권적 문화권력이 인터넷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찍어내리는 것’으로 본다. 많은 누리꾼들은 후거 지킴이를 자임하며 지지 성명을 냈고, 향후 재판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무료 변론을 맡겠다는 변호사들까지 나타났다.

한편 후거는 쇄도하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 자서전을 만들자는 출판사부터 향후 영상제작을 지원하겠다는 제의까지 ‘찐빵 열풍’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제안도 많다. 발 빠른 한 식품회사가 ‘후거 찐빵’이라는 이름으로 상품 등록까지 마쳤다는 소문도 들린다.

유명 브랜드 모조품이 많아 ‘짝퉁 천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중국. 중국의 인터넷 공간 또한 콘텐츠 무단 전재나 ‘짝퉁 콘텐츠’ 불법 소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최고의 명성을 가진 영화감독이 누리꾼의 패러디 하나에 발끈한 것이 별로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지만, 인터넷 시대의 저작권 문제가 중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의의가 있어 보인다.



주간동아 2006.03.14 526호 (p62~63)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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