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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Ⅲ|설 연휴 200% 즐기기

눈부신 눈세상 ‘4景’의 유혹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눈부신 눈세상 ‘4景’의 유혹

  • 겨울철의 매력은 눈과 추위다. 추워서 겨울철이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날씨가 너무 따뜻하거나 눈이 없는 겨울은 그야말로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다. 그래서 옷섶을 파고드는 칼바람과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혹한 속에서도 겨울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을씨년스럽고도 삭막한 겨울산에 순백의 눈꽃이 만발하면 이 세상 어떤 풍경보다도 순수하고 화사하며 고결해 보인다. 사람들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드는 설경의 명소 4곳을 소개한다.
눈부신 눈세상 ‘4景’의 유혹

영실기암 부근의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는 등산객들.

한라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하면서도 가장 많은 눈이 내린다. 특히 올해는 겨울철이 시작되자마자 폭설이 이어져 한동안 등산로가 폐쇄되기도 했다. 현재 한라산에는 영실, 어리목, 성판악, 관음사 등 4개 등산코스가 개방돼 있다. 그중 관음사와 성판악 코스로만 한라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영실을 출발하여 해발 1700m대의 윗세오름대피소를 거쳐 어리목으로 하산하는 길은 정상을 밟아볼 수는 없지만 환상의 눈꽃터널과 설경이 줄곧 이어진다. 영실기암 부근 오르막길을 제외하고는 등산로의 경사도 비교적 완만해 산행시간이3~4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눈부신 눈세상 ‘4景’의 유혹

한라산 1600m대에 위치한 구상나무숲. 눈 덮인 구상나무가 전설 속의 설인(雪人)을 닮았다.

영실 코스의 산행 기점인 영실휴게소는 해발 1280m이다. 초입에는 제주도에 흔치 않은 적송 고목들이 하늘을 찌를 듯한 위세로 늘어서 있다. 해발 1400m대부터는 가파른 돌계단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잠시 멈춰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한라산의 너른 품에 안긴 오름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날씨가 쾌청하면 제주도 남서부 해안과 서귀포 바다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영실 쪽의 해발 1600m대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구상나무 군락지가 있다. 구상나무 특유의 진한 향기가 머릿속까지 맑게 해준다. 한겨울에는 1~2m가량의 눈에 뒤덮여 동화의 한 장면 같은 눈꽃터널로 변신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이내 고산평원인 ‘선작지왓’에 들어선다. 선작지왓을 가로지르는 등산로 옆에는 물맛 좋기로 소문난 노루샘이 있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꽁꽁 얼어붙어 있을 때가 많아서 물맛을 보기란 쉽지 않다. 대신 노루샘 근처 윗세오름대피소에서 따끈한 사발면이나 커피 한잔을 마시며 쉬어갈 수 있다.

어리목 쪽으로 하산하는 길에서도 구상나무숲을 지나게 된다. 하지만 영실 코스의 구상나무숲처럼 감동적이지는 않다. 그보다는 아래쪽의 활엽수림이 더 장관이다. 나뭇가지마다 온통 눈으로 덮여 눈꽃터널을 이룬다. 등산로에도 눈이 두텁게 쌓여 있어서 가끔 ‘엉덩이썰매’를 타는 재미도 있다.

한라산의 서쪽 중턱을 관통하는 제2횡단도로(99번 국도=1100도로)에서 가장 높은 1100고지 휴게소 부근의 눈꽃도 볼 만하다. 영실·어리목 코스의 눈꽃터널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산행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나마도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 여행정보
(지역번호 064) 문의 :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713-9950)
산행코스 : 영실 입구(2.5㎞)→영실휴게소(1.8㎞)→병풍바위(2.2㎞)→윗세오름대피소(1.5㎞)→만세동산(0.8㎞)→사제비동산(2.4㎞)→어리목매표소
주의사항: 숙박과 야영이 금지된 한라산국립공원에서는 당일 산행이 원칙이며 입산시간과 하산시간이 정해져 있다.

주천상품
인천↔제주 간을 격일로 왕복운항하는 청해진해운(032-889-7800)의 오하마나호를 이용한 ‘2박3일 한라산 눈꽃여행상품’이 시판되고 있다. 값(1인당 9만9000원)도 비교적 저렴하고 1만5000t급의 크루즈를 이용하기 때문에 뱃 멀미도 거의 없다.

문의
옛돌답사여행(02-953-1323)


눈부신 눈세상 ‘4景’의 유혹

대관령양떼목장의 한가로운 겨울 풍경. 양들의 눈망울이 맑고 선량해 보인다.

한겨울 평창 땅은 온통 은세계를 이룬다.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이고, 눈길 닿는 곳마다 설원(雪原)이다. 평균고도가 해발 700m에 이르는 데다, 백두대간 고봉들에 가로막힌 눈구름이 이곳에 시시때때로 눈을 뿌려댄다. 적설량이 많은 고장답게 스키장도 많고 해마다 1월에는 눈 축제가 성대히 열린다.

평창군에서도 적설량이 가장 풍부한 곳은 대관령을 끼고 있는 도암면이다. 면소재 횡계리에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겨우내 끊이질 않는다. 국내 최대의 스키장과 가깝고, 빼어난 설경을 보여주는 명소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횡계리와 인근 주민들에게는 풍성한 눈이 생업의 가장 큰 밑천이다. 해마다 대관령눈꽃축제가 열리고, 송천 주변에 여러 개의 황태덕장이 들어서는 것도 모두 눈 덕택이다.

횡계리에서 용평리조트로 가다 보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도로 양쪽에 빼곡이 들어찬 황태덕장들이다. 수천 수만 마리의 명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황태덕장 풍경은 겨울날의 스산함과 매운 추위를 잊을 만큼 서정적이다. 칼바람 속에서 얼어붙은 심신을 녹이는 데에는 역시 황태국이 제격이다. 따끈한 황탯국과 담백한 황태구이로 속을 채운 뒤 횡계리보다 더 많은 눈이 내린다는 대관령을 찾는다.

옛 대관령휴게소(상행선) 뒤편에는 대관령양떼목장(033-335-1966)이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양떼목장으로 약 6만 평의 드넓은 초원에서 수백 마리의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진풍경은 이곳 아니면 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풀밭이 눈밭으로 변한 겨울철에는 방목된 양떼를 구경할 수는 없다. 그 대신 ‘천연눈썰매장’에서 온 가족이 썰매타기를 즐길 수 있다. 겨울철에 양들은 축사와 그 옆의 울타리 친 마당에 모여 있다. 사람들이 내미는 건초를 받아먹는 양들의 맑은 눈망울을 보면 “양처럼 순하다”고 말하는 까닭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평창 여행정보
(지역번호 063) 문의 : 대관령양떼목장(335-1966)

맛집
황태의 본고장인 횡계리에는 황태 전문점이 여럿 있는데, 그중 황태회관(335-5795)과 송천회관(335-5943)이 소문난 맛집이다. 횡계리의 별미 중 하나인 오삼(오징어+삼겹살)불고기는 납작식당(335-5477)과 횡계식당(335-5388)이 잘한다.

숙박
횡계리와 용평스키장 주변에 대관령호텔(335-3301), 그린앤블루호텔(335-4450), 레포빌펜션(336-8338), 대관령옛길펜션(336-1026), 배영만펜션하우스(335-0770), 대관령가는길펜션(336-8169), 대관령리멤버펜션(335-4399) 등의 각종 숙박업소가 많다. 하진부IC에서 정선으로 가는 59번 국도변에 위치한 통나무집 펜션인 ‘달과물안개’(333-1177)는 숙박 이용객들에게 자전거처럼 생긴 스키썰매를 무료로 빌려준다.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횡계IC(우회전, 456번 지방도)→횡계리→대관령양떼목장


눈부신 눈세상 ‘4景’의 유혹

덕유산 향적봉대피소 일대의 아름다운 설경.

덕이 넘치는 산, 무주 덕유산(德裕山)은 손꼽히는 눈꽃 명산이다. 금강 본류와 가깝고 서해바다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많은 눈을 뿌리기 때문에 비교적 적설량이 많다. 이른 봄과 늦가을에는 산봉우리를 뒤덮은 안개나 구름 속의 습기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생기는 상고대(서리꽃)도 눈꽃 못지않은 진풍경을 연출한다.

1975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덕유산은 정상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두문산, 거칠봉, 칠봉, 중봉, 삿갓봉, 무룡산, 남덕유산 등의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산맥을 이루고 있다. 일명 ‘덕유산맥’으로 불린다. 그래서 설악산이나 지리산처럼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덕유산 산행의 기점인 삼공리 상가지구에서 향적봉까지의 등산코스는 의외로 짧은 편이다. 삼공리매표소에서 산책로 같은 계곡 길을 1시간30분쯤 걸으면 백련사에 닿고, 백련사에서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다시 1시간 30분가량 올라가면 향적봉에 이른다. 그러나 무주리조트(063-322-9000) 곤돌라를 이용하면 힘겨운 산행을 않고서도 덕유산 정상 일대의 눈부신 설화(雪花)를 구경할 수 있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면 약 20분 만에 설천봉(1530m)에 닿는다. 여기서 다시 20여분 동안 눈꽃터널과 계단길을 걸으면 향적봉 정상이다.

사방으로 탁 트인 향적봉에서는 다채로운 톤의 실루엣으로 첩첩 고봉과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향적봉에서 중봉, 삿갓봉, 무룡산 등을 거쳐 남덕유산까지 기운차게 뻗은 백두대간도 손금처럼 훤히 보인다. 뿐만 아니라 멀리 동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지리산, 가야산, 황매산, 기백산, 적상산 등의 명산과 준봉들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마치 히말라야산맥 어느 산정에서의 조망처럼 장대하고 호방하다. 사방팔방으로 뻗은 산맥 위로 해가 뜨고 지는 광경 또한 장려(壯麗)하기 그지없다.

무주 여행정보
(지역번호 063) 문의 : 덕유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322-3473), 무주리조트 곤돌라(320-7381)

맛집
무주리조트 입구 부근의 국도변에 자리한 명가(322-0909)는 흑돼지삼겹살·참나무구이와 시골보리밥, 리조트 입구의 덕유산회관(322-3780)은 고추장불고기와 청국장을 잘한다.

숙박
무주리조트(322-7200)에는 티롤호텔을 비롯해 콘도, 가족호텔 등의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무주리조트 입구에는 청운모텔(322-1040), 나오스펜션(322-4448), 빨간지붕펜션(322-8284) 등이 있다. 향적봉의 일출을 감상하려면 향적봉대피소(322-1614)에서 하룻밤을 묵는 게 좋다. 이용료(1인당 7000원)도 저렴하고 전기온돌이 설치돼 있다. 호젓한 숲 속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을 꿈꾼다면 덕유산자연휴양림(322-1097)을 이용해볼 만하다.

가는길
대전통영고속도로 무주IC(19번 국도)→사산 삼거리(49번 지방도)→치목터널→구천동터널→배방 삼거리(30번 국도)→무주리조트


눈부신 눈세상 ‘4景’의 유혹

맑은 물이 흐르는 선운산계곡에 가로놓인 나무다리.

전북 고창군은 인근의 부안군과 함께 전라도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서해를 지나오면서 수증기를 대량으로 빨아들인 눈구름이 맨 처음 눈을 흩뿌리는 탓이다. 그러다 보니 폭설피해도 만만치 않다. 찻길이 끊기거나 학교마다 휴교령이 내려지는 경우도 잦다. 폭설은 주민들에게 적잖은 피해와 불편을 안기지만, 관광객들에게는 더없이 근사한 설경을 제공한다. 특히 서해와 맞닿은 고창 선운산(355m)은 적설량이 많은 데다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릴 만큼 풍광이 빼어나서 한 폭의 진경산수처럼 멋진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선운산 초입에는 천년고찰 선운사가 자리잡고 있다. 백제 위덕왕 24년(577)에 검단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오는데 눈 내린 날이면 산사다운 소박함과 고졸한 멋이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끈다. 선운사를 지나면 조붓한 숲길에 들어선다.

길 왼편에는 맑은 개울물이 흘러내리고, 오른쪽에는 흰눈 속에서 더욱 짙푸른 야생 차밭이 제법 넓게 펼쳐져 있다. 아름드리 나무들로 울창한 선운산에는 곤줄박이, 박새, 동고비, 직박구리 등의 산새도 많다. 그래서 선운산 오솔길은 산새소리, 개울물 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길동무나 다름없다.

산세가 험하지 않은 선운산은 눈 쌓인 겨울철에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대체로 선운사에서 도솔암과 용문굴을 거쳐 낙조대에 올랐다가 선운사로 되돌아오는 코스가 무난하다. 산행시간은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고, 선운산 일대의 대표적인 역사유적과 자연풍광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눈 구경이 목적이라면 선운사에서 왕복 2시간쯤 걸리는 도솔암까지만 올라도 마음이 뿌듯하다.

고창 여행정보
(지역번호063) 문의: 선운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563-3450)

맛집
동백식당(562-1560), 풍천장어쌈밥(562-7520), 연기식당(562-1537) 등 선운사 입구에 몰려 있는 40여 곳의 장어요리 전문점에서는 선운산의 명물인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을 맛볼 수 있다. 선운산 입구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인 심원면 소재지의 수궁회관(564-5035)은 간장게장과 굴밥이 아주 맛있는 집이다.

숙박
선운사 상가지구에 선운산관광호텔(561-3377), 동백호텔(562-1560), 펜션 ‘햇살 가득한 집’(562-0320), 선운장여관(561-2035) 등이 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IC(22번 국도)→흥덕→선운사




주간동아 521호 (p110~113)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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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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