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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먼지야! 비밀을 털어놓으렴

혜성 빌트2 입자 46억년 전 속살 간직 … 태양계 탄생 실마리 제공 기대

  •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우주먼지야! 비밀을 털어놓으렴

우주먼지야! 비밀을 털어놓으렴

미국의 기술자가 귀환 캡슐을 분해하고 있다.

1월15일 오전 5시10분(한국 시간 오후 7시10분) 미국 유타 주의 사막. 46억3000만km라는 장거리 우주여행을 마친 인공 물체가 낙하산을 타고 무사히 착륙했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1만 배를 내달려온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스타더스트’에서 분리된 귀환 캡슐이었다.

46kg의 귀환 캡슐에는 혜성에서 채취한 입자와 우주먼지가 담겨 있었다. 이 우주물질은 찻숟가락 하나 정도의 양에 불과하다고 알려졌지만 인류의 우주탐사 역사상 지구로 가져온 두 번째 외계 물질이었다. 첫 번째는 달에서 가져온 암석이 차지했다.

탐사선 스타더스트의 주요 임무는 혜성에서 나오는 물질을 채취하는 것이었다. 1999년 2월6일 발사된 스타더스트는 태양을 중심으로 3차례 선회하는 도중 2004년 1월 혜성 ‘빌트2’의 꼬리 부분을 지나갔다. 스타더스트는 빌트2에 230km 거리까지 접근했을 때 ‘에어로젤(aerogel)’이라는 특수물질이 붙어 있는 테니스 라켓 모양의 채집기를 펼쳐 혜성에서 쏟아지는 신선한 입자를 포획했다. 혜성 물질은 총알보다 5배나 빨랐지만, 에어로젤은 특수 저밀도 소재라 이 혜성 물질에 아무런 손상도 가하지 않고 낚아챌 수 있었다.

귀환 캡슐 기대 이상의 성과

18일 NASA는 미국 휴스턴의 존슨우주센터 과학자들이 탐사선 귀환 캡슐을 처음 열어본 뒤 스타더스트의 성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스타더스트 임무에 대한 책임연구자인 워싱턴대학 도널드 브라운리 교수는 “에어로젤에 있는 수천 개의 충돌 흔적을 확인하고 나서 무척 흥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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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과학자들이 스타더스트의 에어로젤 채집기에서 혜성 입자의 충돌 흔적을 살펴보고 있다(왼쪽사진). 에어로젤에 혜성 입자가 충돌한 흔적.

스타더스트는 탐사 대상을 왜 혜성으로 했을까. 많은 천문학자들은 태양계가 탄생했을 때 가장 외곽에 있던 얼음과 먼지 등이 뭉쳐서 혜성이 만들어졌다고 추정한다. 그렇게 생성되어 외곽에서 떠돌던 혜성은 간혹 태양의 인력에 이끌려 지구 가까이 다가오며 멋진 꼬리를 선보인다.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은 46억년 동안 태양에서 나온 빛과 입자에 의해 처음 모습을 거의 잃어버렸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혜성은 태양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아 태양계 생성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혜성은 태양계 탄생의 비화를 간직한 타임캡슐인 셈이다.

혜성도 비교적 태양 가까이에 있고 자주 접근한 경우에는 자신의 물질을 태우거나 우주공간에 뿌리게 된다. 스타더스트의 타깃이었던 ‘빌트2’는 태양계를 방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태양계 형성 초기 물질을 간직하고 있는 ‘신선한’ 혜성으로 평가받았다. 스위스의 발견자 이름을 딴 혜성 ‘빌트2’는 태양에서 명왕성 바깥까지 긴 타원궤도를 돈다. NASA는 빌트2의 입자를 분석해 태양계 기원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계 형성 당시에 일부 혜성은 원시 지구에 떨어지면서 많은 물을 뿌렸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혜성이 생명체 탄생에 필요한 유기물을 운반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실제로 혜성의 분출물에서 탄소와 질소가 검출돼 혜성에 유기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혜성 하나가 운반하는 유기물의 양은 지구 생명체 총량의 10%나 되며, 지구가 탄생한 뒤 5억년간 지구에 물과 생명체를 실어 나른 것이 혜성이라는 주장도 있다. 혜성 물질을 연구하면 지구에 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우주먼지야! 비밀을 털어놓으렴

① NASA의 탐사선 스타더스트가 혜성 ‘빌트2’에 접근해 혜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질을 채집하는 상상도.
② 스타더스트에서 분리된 귀환 캡슐을 발견하는 상상도.
③ 스타더스트가 찍은 ‘빌트2’ 혜성 사진. 이 혜성에는 높이 100m의 봉우리와 깊이 150m 이상의 구덩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NASA는 앞으로 10년간 에어로젤에 붙어 있는 미세한 혜성 입자들을 정밀 분석하는 작업에 매달릴 예정이다. 이 분석 작업은 축구장 크기의 면적에서 수십 마리의 개미를 찾는 일과 비슷하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스타더스트는 혜성 물질 외에 우주먼지도 수집했다. 에어로젤의 한쪽 면은 탐사선이 혜성과 만났을 때 혜성 물질을 채취하는 데 쓰였고, 다른 한쪽 면은 우주공간에서 오는 먼지를 모으는 데 사용됐다. 이 우주먼지에는 수억 광년 떨어진 별들에서 태양계로 흘러들어온 것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로젤 사진 올려 일반인 참여 유도

스타더스트가 혜성을 쫓아가 거기서 받아낸 물질에 비해 이번 탐사선 귀환 캡슐이 채집한 우주먼지의 양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우주먼지 알갱이가 에어로젤 1000㎠의 면적에서 10여개 발견되며, 그 충돌 흔적은 눈에 거의 안 보일 정도라고 예상했다. 우주먼지를 찾는 일은 백사장에서 특별한 모래알을 찾는 것처럼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우주먼지 알갱이가 포함된 에어로젤의 정밀 사진들을 인터넷 홈페이지 ‘Stardust@home’에 올려 분석 작업에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현미경으로 에어로젤을 들여다보고 소금 알갱이보다 더 작은 시야로 160만 장 이상의 사진을 찍어 3월부터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이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은 홈페이지에 등록한 뒤 인터넷에서 약간의 훈련을 받고 많은 사진 가운데 우주먼지가 포함된 것을 찾게 된다. 연구진의 앤드루 웨스트팔 박사는 15일 영국 BBC와 한 인터뷰에서 “우주먼지는 어떤 모양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지 않은 일반인이 더 잘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참가자 중에서 우주먼지 알갱이를 발견한 사람은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찾은 먼지 입자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첫 번째 우주먼지는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뒤 첫 달 안에 발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우주먼지에는 별에서 유래한 무거운 원소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웨스트팔 박사는 “궁극적으로 이런 원소가 우리 인류를 만든 재료”라며 “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기원을 찾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06.01.31 521호 (p88~89)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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