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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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통 발탁 … 공격경영 앞으로!

재계 정기 임원 인사 새 진용 짜기 … 삼성은 안정, LG는 신상필벌 적용

  • 전병득/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doc@mk.co.kr

    입력2006-01-25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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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작년 말과 올 초 단행된 대기업 임원 인사에 딱 맞아떨어지는 말이다.‘삼성공화국’부터 `‘X파일’까지 작년 한 해를 혹독하게 보낸 삼성그룹. 국면전환이나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측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무 일(?)도 없었다. 사장단 대폭 승진 인사가 예상됐던 LG그룹의 경우엔 오히려 날카로운 ‘신상필벌’의 원칙 아래 2선으로 물러난 인사들이 유난히 많았다.

    그럼에도 흐름을 짚는다면, 외환위기 이후 조직 추스르기가 끝난 대그룹들이 공격경영에 나설 태세를 갖추면서 기획통들을 대거 승진 발탁했다는 점이다. SK그룹과 롯데그룹 인사는 2월 중 이루어질 예정이다.

    [삼성] 사장단 대부분 유임

    기획통 발탁 … 공격경영 앞으로!

    박종우 삼성전자 사장, 조남용 삼성전자 부사장, 천방훈 삼성전자 전무, 곽상용 삼성그룹 구조본 전무(왼쪽부터).

    삼성그룹 사장단은 대부분 유임됐다. 삼성물산 지성하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무역부문 대표를 맡은 것을 제외하고는 최고경영진이 변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은 임원 승진이다. 상무보 이상 임원 452명이 승진했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455명과 비슷한 규모다. 삼성전자 디지털프린팅사업부 박종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삼성서울병원 이해진 부사장이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에 임명됐다.



    최고경영자 인사 폭을 최소화한 것은 안정적 경영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4개월 이상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그룹 경영을 총괄 조정하는 구조조정본부(구조본) 수뇌부에도 변동은 없었다. 한때 구조본 개편이나 축소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이학수 본부장(부회장)과 김인주 차장(사장) 모두 제자리를 지켰다.

    박종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프린터 사업을 차세대 수익원으로 육성하려는 포석이라 할 수 있다. 1996년 1기가D램 개발의 핵심 주역인 박 사장은 `‘미스터 반도체’로 불릴 만큼 뛰어난 반도체 개발 전문가다. 그런 그가 2001년 프린팅 사업부를 맡게 된 것에 대해 `‘충격적’이란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박 사장은 HP, 엡손 등 글로벌 기업에 밀려 3년 전만 해도 자가 브랜드 기준 2%에 불과하던 삼성전자 프린터를 세계시장 점유율 10%대의 주력 사업으로 끌어올려 “역시 박종우”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룹 주력인 전자 부문 사장들은 전원 재신임을 받았다. 오히려 조남용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마케팅 팀장을 비롯한 15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최고경영진을 강화했다. 관심을 모은 이건희 회장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전무 승진에서 빠진 것은 또 하나의 화젯거리. 상무 승진 4년차를 맞아 전무 승진이 기정사실화됐지만 최종 단계에서 제외됐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논란이 끝나지 않아 무리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한다.

    이해찬 총리의 형과 천정배 법무부 장관 동생의 승진도 주목을 끌었다. 이 총리의 형으로 이번에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이 된 이해진(57) 삼성서울병원 부사장은 70년 중앙일보 자금부에 입사하면서 삼성맨이 됐다. 제일합섬, 삼성비서실을 거쳐 제일모직에서 92년 의류본부장을 지내는 등 의류사업 분야 요직을 두루 맡았다. 삼성종합화학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뒤 2000년 7월 삼성서울병원 행정부원장 겸 의료원 사무국장이 됐다.

    기획통 발탁 … 공격경영 앞으로!

    삼성그룹은 최고경영자 인사 폭을 최소화했다. 구조조정본부 수뇌부에도 변동이 없다. 2004년 12월6일 반도체 사업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그룹 주요 인사들.

    천 장관의 동생인 천방훈(48) 삼성전자 기술총괄 기술전략실 소프트웨어센터 연구위원은 전무로 승진했다. 천 전무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81년 삼성그룹에 입사, 연구소 등에서 주로 근무했다. 한때 벤처사업에 뛰어들었다가 97년 삼성전자 상무보로 재입사한 특이한 케이스. IMT-2000 단말기용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한 공로로 2003년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구조본 각 팀의 대규모 상무급 승진도 눈길을 끌었다. 재무팀 곽상용(47) 상무와 함께 재무팀 김종중(50), 경영진단팀 강용병(52) 김봉영(49), 인력팀 성인희(49)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또 홍보 업무로 잔뼈가 굵은 임대기 구조본 상무와 김광태 삼성전자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곽상용 전무는 재경부 국제기구과장(행시 27회) 출신. 2002년 삼성생명 상무로 옮긴 뒤 지난해 구조본 재무팀에 합류했다. 상무로 영입된 지 3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LG] 철저한 성과주의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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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하·권영수·우남균 LG전자 사장, 신재철 LG CNS 사장, 안세진 LG화학 상무(왼쪽부터).

    `‘철저한 성과주의 적용’과 세대교체, 연구개발(R&D)·전문인력 중용 등이 특징이다. LG전자 디지털어플라이언스(DA) 사업본부장인 이영하 부사장과 재경부문장(CFO) 권영수 부사장이 실적을 인정받아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영하 사장은 지난해 가전 분야 사업본부장에 부임한 뒤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반면 LG화학의 간판 CEO였던 노기호 사장을 비롯, 유철호·여종기 사장 등은 모두 고문으로 자리를 바꿔 앉았다. 지난 3년 LG CNS를 이끈 정병철 사장도 2선으로 물러났다. LG전자에서는 중국지주회사 손진방 사장이 고문으로 위촉됐다. ‘성과주의’원칙에 따라 철저한 세대 교체를 단행한 셈이다.

    LG화학은 김반석 LG대산유화 사장이 맡게 됐다. 김 사장은 2001년 LG석유화학 대표를 맡으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지난해 12월 인사 때 법인 분리 후 인수한 LG대산유화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룹 안팎의 호평을 받아왔다.

    외부 전문가 수혈도 올해 LG 인사의 특징이다. LG CNS 신임 사장에 신재철 전 한국IBM 사장이 기용됐다. 신 사장은 한국IBM뿐 아니라 로코스시스템 회장 등 글로벌 IT기업에 30년 이상 몸담은 IT 전문가다. 보수적인 LG그룹에서 외부인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적극 중용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내보인 셈이다.

    LG화학은 30대 외부인사를 상무로 영입했다. 컨설팅회사 AT커니 컨설턴트로 활약하던 안세진 씨를 산업재사업본부 마케팅전략 담당 상무로 선임한 것. 안 상무는 1969년생(36세)으로 LG그룹 사상 최연소 임원이 됐다.

    LG전자를 대표하는 해외통인 우남균 사장이 중국사업총괄 사장 자리로 `컴백한 것도 눈에 띈다. DDM사업본부를 맡다가 2004년 말부터 1년 동안 `‘리서치 펠로’란 명목으로 미국에 머물던 우 사장은 74년 7월 당시 금성에 입사한 후 20년 이상 외국시장 개척에 힘써온 영업통이다.

    김철수 LG텔레콤 상무가 43세의 나이에 부사장에 선임됐으며, LG전자 부사장 승진자 6명 중 4명도 40대다. LG에 `‘40대 부사장 시대’가 열린 것이다.

    LG전자의 조은숙(41)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사업본부 책임연구원이 상무급 연구위원으로 승진한 것도 `‘홍일점’의 발탁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조 연구위원은 LG전자 휴대전화 사업 부문의 위상을 높인 WCDMA 휴대전화 개발을 이끈 인물. 88년 금성정보통신에 입사해 17년간 줄곧 휴대전화 개발을 맡아왔다. 3세대 WCDMA 휴대전화 시장에서 LG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LG연구개발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통신 분야에서는 정홍식 데이콤 사장이 통신 부문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앞으로 정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대외관계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응 파워콤 사장이 데이콤 대표이사로 이동했고, 데이콤 전략 분야를 담당하던 이정식 부사장이 파워콤 사장이 됐다. 당초 부회장 승진설이 있었던 남용 LG텔레콤 사장은 유임됐다.

    통신 계열사들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좋은 실적을 낸 것에 대한 보상 차원의 인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2004년까지만 해도 통신사업에 집중하지 못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뚜렷한 실적 호전으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 역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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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0월21일 INI스틸 당진 공장을 방문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안내하고 있는 이광선 당시 당진 공장장(현 현대차 사장, 왼쪽 사진 맨 왼쪽).<br>이광우 기아차 사장(오른쪽).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68명, 기아차 23명 등 계열사 임원 185명에 대한 정기 임원 승진과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기아차 이외 다른 계열사까지 포함해 함께 실시한 첫 그룹 정기인사다. 앞으로 자동차 관련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면서 통합경영을 강화할 것이란 예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광선 현대차 전무와 이광우 기아차 전무, 서영종 현대모비스 전무, 강봉돈 위아 전무, 신동권 다이모스 전무, 우승기 케피코 전무 등 6명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광선 부사장(경영지원본부장)은 승진과 함께 국내영업본부장으로 선임됐고, 경영지원본부장 후임으로는 김진권 전무(전략기획담당)가 자리를 옮겼다. 이 부사장은 현대·기아차 영업·판매 부문 임원과 현대 캐피탈 리스크본부장을 거쳐 올해 초 현대차 경영지원본부장(전무)으로 부임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글로벌 경영역량 강화와 세대교체다. 품질·연구개발(R&D) 부문 인력과 부장급 중간 간부들이 대거 임원으로 승진한 것도 눈에 띈다.

    현대차 그룹은 연말 인사보다는 수시 인사를 통해 사장단 인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는 이사(57명)와 이사대우(78명) 승진이 특히 많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초일류기업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품질·생산 부문과 마케팅·해외 부문, 연구·개발 부문 승진자가 많은 것이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GS·LS·금호아시아나·현대

    LG그룹에서 분리된 뒤 두 번째 임원인사를 단행한 GS그룹과 LS그룹은 그룹 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만큼 인사 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 중 GS그룹은 미래성장사업 분야 개척을 위한 우수 인재 전진배치가 눈에 띈다.

    기획통 발탁 … 공격경영 앞으로!

    허진수 GS칼텍스 사장.

    GS칼텍스는 나완배 부사장(정유영업본부장)과 허진수 부사장(여수 생산본부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발령했다. 나 사장은 나웅배 전 부총리 친동생이며, 허진수 사장은 그룹 총수인 허창수 회장 둘째 동생이다. 김병열 전무(사업전략부분장)를 부사장으로 선임해 내년도 고도화설비의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정유영업과 여수 현지 공장, 기획에 힘을 실어줬다.

    16명의 인사를 단행한 LS그룹은 `‘친정’인 LG그룹 인사 영입이 눈에 띈다. 최동진 전 LG전자 AV사업부 상무를 LS전선 상무로 영입했고, LG전자 출신인 이광우 전 상무를 LS산전 전무로 기용했다. 이 전무는 LS산전 내 신설 조직인 경영전략 부문의 리더로서 LS산전의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을 주도하게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5명의 사상 최대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해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아울러 그룹 창립 60주년을 기점으로 공격 경영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사장과 신훈 금호산업 건설사업부 사장을 각각 대표이사와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박찬구 금호화학 부회장과 함께 3인 부회장 체제를 갖췄다.

    아시아나항공은 미주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한 강주안 씨를 사장으로 선임했으며, 금호석유화학은 금호폴리켐과 금호석화에서 울산 및 여수 공장장을 지낸 김재완 씨를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현장통 등용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그룹은 이기승 기획총괄본부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 출신인 전기백 기획총괄본부 사장과 함께 현대그룹의 새 성장동력을 찾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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