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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유머는 나의 힘

“맞아 맞아, 공감했삼 하하하~”

누리꾼들, 일상생활 에피소드로 유머 창작 … 그림·사진 등 인터넷 환경도 적극 활용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맞아 맞아, 공감했삼 하하하~”

“맞아 맞아, 공감했삼 하하하~”

네이버에서 퍼온 공감유머

“엄마 라면 어딨어?” “거기~” “엄마 라면 어딨냐니까?” “거기!” “못 찾겠어. 빨랑 와서 찾아줘~” 근데 엄마가 와서 찾으면 꼭 나온다. 그리고 잔소리 듣는다.’

‘혼자 집을 보고 있으면 꼭 화장실에 가고 싶다. 화장실에서 일 보고 있을 때 꼭 누나, 동생이 밖에서 소리 지른다. 문 열어달라고. 내 얼굴은… 일그러진다.’

‘비 오는 날 차를 타고 갈 때 와이퍼가 빗물 닦는 걸 보면 거슬리는 게 있다. 그걸 보면 정말 닦고 싶은 소망이 생긴다. 두 개의 와이퍼가 닦아내지 못하는 앞유리의 가운데 아랫부분….’

최근 인터넷 유머사이트에서 많은 누리꾼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유머 사례들이다. 위의 사례를 읽고 별로 안 웃기거나 ‘나도 저런 적 있지’ 싶으면서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면 당신은 ‘비(非)누리꾼’이다.

“맞고 싶냐? 맞고 어렵던데요” 최근엔 ‘판타지개그’ 열풍



누리꾼들의 첫 번째 유머코드는 ‘공감(共感)유머’. 누리꾼들은 “맞아 맞아, 나도 그런 적 있어”라고 공감했을 때 비로소 ‘하하하’ 웃는다. 이미 공감유머는 인터넷 주류 유머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네이버 붐(boom.naver.com)에서 ‘뜨는 유머’나 ‘붐! 베스트’ 게시판에 오르는 유머들은 거의 대부분이 공감유머. 지난해 봄 웃긴대학(www.humoruniv.

com)은 이러한 ‘공감물(공감유머를 시도하는 게시물)’로 사이트가 도배되자 공감물 제재조치를 내렸다. 그래도 줄어들지 않자 지금은 아예 ‘공감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공감물 제목은 대개 이런 식이다. ‘모기 물렸을 때 간지러워서 긁으면’ ‘공감 100% 교장쌤 말’ ‘치약이 아주 조금 남았을 때’ ‘오줌 마려울 때’ ‘스타크래프트 하면서 진짜 짜증나는 것’…. 누리꾼들은 일상생활의 토막토막에서 겪고 느끼는 일들을 다른 누리꾼과 공감하기를 꿈꾼다.

“맞아 맞아, 공감했삼 하하하~”

판타지개그 4탄의 한 장면.

누리꾼들은 모두가 유머작가다. 듣고 읽은 유머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만 하는 오프라인 시민들과는 달리, 그들은 적극적으로 유머 창작에 나선다. 이 같은 공감유머 생산자는 대부분 10대 청소년들. 웃긴대학 이정민 대표는 “적극적으로 게시물을 올리고 댓글을 다는 회원들은 10대이고, 그냥 읽기만 하는 회원들은 직장인이 대부분”이라며 “결국 인터넷 세상에서는 아이가 어른을 웃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누리꾼 유머는 멀티미디어인 인터넷 환경을 적극 활용한다. 그림, 사진, 음악, 동영상 등을 활용한 입체적인 유머가 인기다. 네이버 오픈커뮤니팀의 김영윤 팀장은 “텍스트만 있는 게시물은 별로 인기가 없다”면서 “누리꾼들은 간단한 유머도 적합한 수단을 활용해 가장 재미있게 표현하는 연출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인터넷 유머의 진화는 최근 ‘판타지개그’ 열풍을 낳았다. 지난해 11월 강원도 철원의 한 남자 중학생(아이디 장땡)이 플래시 만화로 제작해 올린 판타지개그의 내용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선생님 시험범위 몇 쪽부터 몇 쪽까지예요? 앞쪽부터 뒤쪽까지’ ‘너 맞고 싶냐? 아뇨. 맞고 어렵던데요?’ ‘야, 요즘 판타지개그 뜨더라. 몇 탄까지 만들 거야? 아프가니스탄’ 하는 식. 하지만 검정선으로 단순하게 그린 등장인물, 짐짓 무게 잡는 듯 코믹한 음성, 트로트 가수 이박사의 ‘Space Fantasy’에 맞춰 등장인물들이 모두 자지러지게 몸을 흔드는 피날레 장면 등 그 구성의 탁월함 때문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요즘은 판타지개그를 패러디한 하이개그, 달마개그 등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 판타지개그류가 새로운 누리꾼 유머로 자리 잡는 듯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머코드는 점점 더 간극이 벌어지는 추세다. 오프라인의 ‘구전 유머’는 온라인에 써놓으면 썰렁하고, 온라인의 ‘입체 유머’는 오프라인에서 말로만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웃길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면 용기를 내어 인터넷 유머사이트에 접속해보는 게 어떨까.



주간동아 2006.01.31 521호 (p42~42)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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