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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만만디에 측근들 “속타네”

신중한 대권행보 속 이명박 시장 지지율 급등 … 고 전 총리 지지 모임 “3월 창당” 발표하기도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고건 만만디에 측근들 “속타네”

고건 신당’은 뜰 것인가. 지방선거일(5월31일) 전에 당의 모습을 드러낼까.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고건 전 총리가 창당 행보를 시작했다. 그러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 그러는 사이 “자문그룹에서 ‘창당 시기’를 놓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고 전 총리는 비상(飛上)하자마자 약간 흔들거린 것이다. ‘행정의 달인’이 아닌 ‘정치 신인’ 고건으로서 첫 번째 고비이자 시험대다.

고 전 총리는 1월2일 KBS 라디오 인터뷰, 1월17일자 ‘월간조선’ 인터뷰에선 “개헌 필요성”을, 15일 SBS TV 인터뷰에선 “대선 출마 가능성”, 16일자 ‘한겨레’ 인터뷰에선 “신당 창당 의사”를 언급했다. 언론 인터뷰를 일절 하지 않던 예전과는 크게 다른 ‘전략적 변화’가 분명했다. 선택된 매체도 신문, 잡지, 라디오, TV 각각 1곳에 보수와 진보의 균형까지 맞췄다.

특히 “새 당 창당을 포함해 주변 의견을 듣고 있다”는 발언은 ‘고건 신당’ 애드벌룬으로 받아들여졌다. 잇따른 인터뷰는 유권자들에게 세 가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첫째, 2006년 시작과 함께 고 전 총리는 대선출마 결심을 굳힌 듯하다는 점. 대선주자 고건호는 ‘정교하게 계획된 대로’ ‘극도로 조심스럽게’ 출항했다. 둘째, 대선출마 방식이 신당 창당식에 무게를 뒀다는 점. 셋째, 이에 따라 양당(열린우리당, 한나라당)에 입당할 여지는 좁아졌으므로 정치권의 ‘고건 흔들기’도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예기치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1월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고건 전 총리 사무실. 전화에 불이 났다. 공보 담당 김덕봉 전 총리 공보수석은 “쇼크다. 지금 노심초사”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고 전 총리를 지지하는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한미준) 이용휘 조직위원장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1월20일 창립대회가 끝나면 바로 창당주비위로 돌입할 것이고, 3월경 창당할 예정”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 전 수석은 “발표한 쪽은 고 전 총리와 무관하다. 3월 창당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고 전 총리는 창립대회에 가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창당 발언 직후 고 전 총리 서둘러 진화

하지만 한미준엔 98년 고건 서울시장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많다. 이 모임 강모 교수도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사이다. 한미준(교수, 사업가 등 회원 1000여명), 미래와 경제 연구모임(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이세중 변호사,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등 각계 명망가 모임), 파퍼스(민주당 강운태 전 의원 주도 전국 조직)는 ‘고건 지원’ 3대 단체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동숭포럼, 다산연구소, 고사모 우민회, 내무부 출신 모임, 고시 13회 동기모임, 경기고·서울대 정치학과 동창모임이 대표적 친(親)고건 단체다.

고 전 총리가 직접 진화에 나서기도 했으나 “고건 신당 3월 창당”은 여러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다. ‘정교하게 계획된 대로’ ‘극도로 조심스럽게’ 출항했으나 다른 사람도 아닌 내부 지지자 한 명에 의해 한순간 헝클어졌다. 유권자들에겐 ‘왔다갔다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고건 만만디에 측근들 “속타네”

고건 전 총리가 2005년 11월23일 연세대 상경대학에서 500여명의 학생, 교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 위원장에게 “3월 창당” 발언의 경위를 물었다.

-한미준은 고건 전 총리와 어떤 관계인가.

“평소 존경해왔다. 우리 쪽엔 고 전 총리와 인연 있는 사람들이 있고, 고 전 총리는 한미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한미준은 고 전 총리 지지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나는 1월14일 ‘호프 모임’에서도 고 전 총리와 여러 얘기를 나눴다.”

-라디오 방송국과의 인터뷰는 어떻게 하게 됐나.

“16일 창당 의견을 듣고 있다는 고 전 총리 인터뷰가 났다. 17일 오전 방송국 측에서 내게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하루 종일 고민하다가 이튿날 오전 인터뷰를 하게 됐다.”

-인터뷰 발언은 고 전 총리와 교감한 뒤 나온 것인가.

“고 전 총리와 직접 얘기하지 않았다. 다만 고 전 총리의 ‘대리인’과 여러 차례 만나 세부적 창당 스케줄까지 깊숙이 논의하긴 했다.”

-교감도 하지 않았으면서 창당 문제 같은 일을 독자적으로 언론에 발표한 이유는?

“고 전 총리 지지그룹 중엔 한미준처럼 지방선거 전 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고 전 총리 주변 학자, 교수들은 지방선거 후에 하자는 입장을 고 전 총리에게 전하고 있다. 정치인이 ‘교수 의존증’에 걸리면 안 된다. 감나무 밑에 누워 감이 떨어지기만 기다리자고 해서야. 고 전 총리가 워낙 신중하게 행동하셔서 우리가 대신 나선 것이다.”

고 전 총리가 “주변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듯, 그는 2005년 11월 말부터 기존 측근 그룹이 아닌 외부 명망가들과 만나 향후 행보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고 전 총리와 접촉한 한 인사에게 당시 상황을 물었다.

이 인사는 “지지율 1위인데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신당 창당을, 그것도 지방선거 전 신당 창당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조언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고 전 총리는 지방선거 후 대권 레이스를 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05년 하반기부터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고 전 총리를 앞지르기도 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것 같다고 한다. ‘창당 염두’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는 것. (‘지지율 변화’ 고건 : 2004년 12월7일 32.1%→2005년 12월13일 23.8%, 이명박 : 2004년 12월7일 9.9%→2005년 12월13일 25.6%,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신당 창당’ 지방선거 전이냐, 후냐

지지율이 유일한 기반인 고 전 총리에게 지지율 하락 추세는 ‘경고음’이다. 라이벌과 순위가 바뀌었으니 위기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지방선거 전 신당 창당’은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선거 결과가 안 좋으면 치명적이다. 민주당 낙선 의원 모임인 ‘일오회’ 소속 의원들은 고 전 총리와 개별적으로 만나기도 했다. 한 전직 의원은 “고 전 총리가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을 꺾을 수 있는 광역단체장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고건 전 총리는 결벽에 가까우리만치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그가 ‘청렴한 공직자’로 인식돼온 이면엔 상대방에 의해 부당하게 자신의 명예가 손상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어 의식도 작용해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철두철미한 성격의 고 전 총리가 불과 4개월여 만에 신당 창당과 지방선거 출전이라는 ‘전투’에 나서기란 어렵지 않느냐는 관측도 있다.

1월2~18일까지의 고 전 총리의 행보를 유권자의 관점에서 보면, 독자와 시청자들은 ‘고건’과 ‘이용휘’를 친절하게 구분해주지 않는다. 그냥 ‘고건 진영’일 뿐이다. 따라서 이 위원장 발언으로 고건 진영의 입장은 ‘창당 염두’에서 ‘3월 창당’으로, 다시 ‘3월엔 창당하지 않는다’가 됐다. 얼마 후 고건 전 총리가 정말로 “3월 창당한다”라고 말한다면 4번째 입장 변화가 된다. 실제로 지방선거 전 창당을 할 계획이었다면 이위원장 발언과 그 직후 고 전 총리의 부인(否認)은 김을 빼버린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지방선거 후 창당할 계획이었다면 이 같은 향후 행보가 일부 드러난 셈이다. 경쟁자들에겐 작전을 노출시킨 셈이고, 유권자에겐 호기심을 반감시킨 결과가 된다.

‘강연 정치’만 하며 가만히 있어도 지지율이 하락하고, 섣불리 움직여도 지지율이 하락한다. 고 전 총리의 도전은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고 전 총리는 ‘안정적 국정경험의 경험’ ‘통합의 리더십’을 평가받아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고 전 총리에겐 기존 정치인과 다르다는 ‘신비감’이 있다. 박찬종과 다르다는 ‘기대심리’도 유발한다. 그로선 안팎의 예상치 못한 태클을 극복하여 이런 장점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주간동아 2006.01.31 521호 (p20~21)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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