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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무늬만 프로 vs 진정한 프로

  • 강현숙 / 대한농구협회 홍보섭외이사,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1973~80)

무늬만 프로 vs 진정한 프로

무늬만 프로 vs 진정한 프로
최근 마카오에서 열렸던 제4회 동아시아경기대회 농구장에서 관중의 눈길을 모은 장면이 있었다. 본부석 한쪽에 자리 잡은 남자 장내 아나운서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음악을 틀어주면서 선수 소개는 물론 심판 판정이 있을 때마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장내방송을 해준 것이다. 물론 중국어로 하는 것인데, 이 아나운서는 경기를 벌이고 있는 나라의 흥겨운 인기가요를 틀어주다가 선수가 부상하거나 5반칙 퇴장당할 때는 차분한 음악으로 바꿔 내보내는 등의 센스를 보여 관중을 즐겁게 해주었다.

프로경기도 아닌 아마추어 대회에서 이 같은 팬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고, 우리 여자 프로농구의 현실로 생각이 옮겨지면서 과거의 인기를 되찾을 묘안이 없을지 궁리에 빠져보기도 했다.

한국 여자농구가 1960년대 ‘박신자 시대’에서 70·80년대 ‘박찬숙 시대’로 이어지는 동안 농구팬들로부터 받았던 전성기의 뜨거운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중흥 대책이 꾸준히 실천돼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대한농구협회와 프로농구연맹이 함께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남겨놓고, 여기에서는 프로시대에 프로선수가 갖춰야 할 자세와 책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이것은 프로선수의 사명감 같은 것이기도 한데, 프로는 말 그대로 고도의 전문성과 끼를 끊임없이 갈고닦아서 고객인 팬들에게 최상의 기량을 서비스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들이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명품’이 되지 않는 한 관중을 유혹할 수 없고, 그것은 프로의 존재가치를 상실하는 일이다.

프로에게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상시훈련의 고통을 이겨내는 인내심과 더불어 자기 절제력을 갖추는 일이다. 프로들은 인기를 먹고 사는데 이 인기를 다스릴 줄 아는 능력을 기르지 못하면 낭패를 당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프로들은 매년 연봉을 책정하는 직업선수로서의 상품가치 극대화와 함께 자신을 관리하는 노력을 쉼 없이 쏟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선수 본인을 위해서뿐 아니라 모든 프로스포츠가 자기 종목의 인기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건이다. 한국 여자농구에도 이것은 팬들의 사랑을 이끌어내는 데 매우 중요하다.

프로선수는 인기 다스릴 줄 아는 능력 길러야



우리 여자농구는 먼저 선수들이 프로의 자세와 책임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되새겨보면서 새 각오로 팬들에게 프로다운 끼와 기량을 선사하겠다는 ‘맹세’로서 인기 회복의 먼 여정에 나서야 한다.

프로는 연봉을 우선으로 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기량으로 팬들에게 ‘고객감동’의 서비스를 하고 난 뒤에 연봉이 있는 것이다. 매 경기마다 벤치와 선수 모두가 관중에게 세련된 매너를 보여주는 것도 여자농구의 이미지 만들기를 위해 중요하다. 경기 도중 심판 판정에 항의해 경기를 중단시키는 일 등은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된다. 불만이 있더라도 관중을 의식해 참을 줄 아는 절제력이 있어야 진정한 프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선수들이 경기 중에 서로를 밀고 끌어주고 격려하는 매너의 팀워크로 열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떠난 관중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리 있겠는가.

여자대표팀이 국제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여자농구의 인기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일부 선수들이나 구단 측이 국가대표팀을 구성할 때 이따금 이기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구단들이 ‘우리는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실천적 자세로 보여주어야 여자농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1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는 미국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프로선수의 자세와 책임을 염두에 두고 “선수들이 연봉에만 지나치게 신경 쓰면 안 되며,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을 맡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부임한 뒤 첫 선수 소집을 하면서 파주의 국가대표팀 전용훈련장에 자가용을 타고 오지 말 것과 시간엄수를 강조한 것도 프로선수들의 자세와 책임과 관련해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주간동아 2005.11.22 511호 (p96~96)

강현숙 / 대한농구협회 홍보섭외이사,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197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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