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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의 茶人기행|철감선사

나의 가풍 몽땅 동국으로 가는구나

나의 가풍 몽땅 동국으로 가는구나

나의 가풍 몽땅 동국으로 가는구나

철감선사 부도(左), 쌍봉사 전경.

신라 구산선문 사자산파의 개산조인 철감선사는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그러나 나그네는 우리나라 차의 비조(鼻祖)를 들라면 철감선사를 꼽는다. 천년 고찰 쌍봉사 창건주이기도 하지만 나그네의 관심은 우리 다맥(茶脈)에서 차지하는 철감선사의 위상이다. 쌍봉사에는 우리나라 사찰 사리탑 조형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보 제57호로 지정된 철감선사 부도가 있는데, 그곳으로 가는 오솔길 가에 야생 차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다승이었던 철감선사를 더욱 떠올리게 하고 있다. 요즘은 차꽃이 만발해 향기가 가랑비라도 되어 옷에 묻는 듯하다. 선사들은 향성(香聲) 또는 문향(聞香)이라 하여 향기의 소리를 귀로 듣는다지만, 나그네는 혼탁한 세속인이어서인지 차향을 코로 맡는 것만도 행복하다.

초의선사는 ‘동다송’에서 “안휘성 차는 맛이 뛰어나고 몽산차는 약효가 뛰어나다고 했는데, 동국차는 다 겸했느니라”라고 했다. 안휘성과 몽산은 중국의 지명이다. 특히 안휘성은 철감선사가 유학을 가 남전 회상(會上)에서 조주 스님과 함께 정진했던 땅이다. 남전은 ‘평상심이 도(道)’라는 가르침을 폈던 고승이다. 도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밥 먹고 차 마시는 일상의 무심 속에 있다고 설파했던 것. 또한 남전의 정신을 이은 조주는 불법을 물어오는 제자들에게 ‘차나 한 잔 마시게(喫茶去)’로 자신의 가풍을 일으켜 화두로 정착시켰다.

남전과 조주에게 茶禪 정신 이어받아

남전 회상에서 조주와 함께 공부했던 철감선사는 어떠했을까. 평상심이 도라고 외친 스승 남전뿐만 아니라 끽다거 정신을 일으킨, 스무 살 위였던 사형(師兄) 조주는 철감선사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을 터이다. 더구나 남전은 열반하기 전 이미 철감선사에게 ‘우리 종(宗)의 법인(法印)이 몽땅 (너로 인해서) 동국으로 돌아가는구나’ 하였던 것이다.

‘우리 종의 법인’이란 넓게는 중국의 6조 혜능 선맥을, 좁게는 자신의 가풍을 말하고 있는 바, 남전이 일으키고 조주가 완성한 다선(茶禪)의 정신을 말하고 있음이 아니겠는가. 나그네가 작년 겨울에 철감선사와 조주스님이 함께 정진했던 안휘성의 남전사지를 찾아가 확인한 사실이지만 절터 주변 야산에는 야생 차나무들이 산재해 있었다. 차나무를 보고 그 옛날 수행승들의 차 마시는 정경이 떠올라 가슴 벅찼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철감선사(798~868)의 속성은 박씨이고 한주(漢州) 사람이며, 집안은 대대로 호족이었다고 전한다. 18세 때 화엄십찰의 하나인 김제 귀신사로 출가, 10년 동안 화엄학을 익히다가 교종에 회의를 느껴 ‘원돈(圓頓)의 방편이 어찌 심인(心印)의 묘리만 하겠는가’라고 말하고는 28세 때 사신 일행의 배를 타고 당으로 건너가 남전의 문하로 들어갔다.

마침내 그는 스승 남전에게 인가를 받고, 스승이 열반한 뒤에도 13년 동안이나 당나라에 머물다가 문성왕 9년(847)에 귀국한다. 22년 동안이나 유학생활을 한 셈이니 그의 차 살림도 중국인의 그것처럼 일상화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귀국한 그는 먼저 금강산 장담사로 들어가, 훗날 사자산문을 융성하게 한 제자 징효와 대중에게 가르침을 펴다가 남도 쌍봉사로 내려와 경문왕의 귀의를 받고 열반 때까지 머문다. 그래서 경문왕의 지원을 받아 쌍봉사에 정교하고 웅장한 그의 부도가 세워지게 된 것이다.

나의 가풍 몽땅 동국으로 가는구나

야생 차꽃

올봄부터 여러 종류의 차를 마셔보았지만 쌍봉사 야생 찻잎으로 덖은 차맛이 가장 뛰어났던 것 같다. 쌍봉다원에서 비매품으로 제다하였는데, 쌍봉사 주지스님이 나그네에게 선물하여 함께 마셨던 것이다. 조주에서 발원한 승가의 다맥이 신라 때 철감선사에 의해서 해동으로 건너와 고려 때는 진각국사가, 조선 때는 초의선사가 중흥시켰던 것이 아닐까. 맑고 향기로운 차를 마시게 된 것에 문득 고마운 마음이 든다.

☞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에서 광주 나들목으로 나와 화순 방면으로 직진하다가 보성 장흥 방향으로 들어서 이양면소재지에서 보성 방향으로 5분쯤 달리면 쌍봉사 이정표가 나온다.



주간동아 2005.11.22 511호 (p9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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