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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래 교수의 ‘과학 속 세상史’

복날 개고기보다 닭으로 바꿔야 좋을 듯

  •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복날 개고기보다 닭으로 바꿔야 좋을 듯

복날 개고기보다 닭으로 바꿔야 좋을 듯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삼복이니 당연하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복날이 더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복날에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비교적 과학적(?)이다. 그것을 이해하려면 먼저 복날을 정하는 규칙을 알아야 한다.

복날은 초복·중복·말복 세 번 있는데, 올해는 각각 7월15일(庚子)과 25일(庚戌), 8월14일(庚午)이다. 세 날짜가 모두 경(庚)자로 시작하는 날, 즉 경일(庚日)임을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원래 초복은 하지(올해는 6월21일) 다음에 오는 세 번째 경일이다. 열흘 뒤인 네 번째 경일은 중복이다. 말복은 입추가 지난 뒤의 첫 번째 경일로 하기 때문에 중복 다음의 경일이기보다는 한 번 건너뛴 경일인 경우가 많다. 올해도 입추(8월7일) 전에 경일(8월4일·庚申)이 한 번 있지만, 그날을 건너뛰어 다음 경일인 8월14일이 말복이 된다. 이렇게 말복이 경일을 한 번 건너뛰는 경우를 월복(越伏)이라 부른다.

복날의 날짜는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데, 초복이 늦으면 삼복이 21일 안에 집중돼 있어, 초복·중복·말복이 모두 10일 간격이지만, 초복이 이르면 월복하여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이 된다. 삼복은 하지인 6월21일 이후와 입추 뒤 열흘 이내 에 오는데, 이 기간이 1년 중 가장 더울 때다. 복날이 음력으로 정해지는 줄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복날은 양력으로 정해짐을 알 수 있다. 하지와 입추는 태양운동에 따라 정해지는 24절기에 해당하니 당연히 양력이고, 삼복은 이 하지와 입추를 기준으로 삼아 보통 양력 7월12일부터 8월17일 사이가 된다. 올해는 7월15일(초복)부터 8월14일(말복)까지로, 꼭 그 중간에 들었다.

그런데 왜 경일을 복날로 삼았을까. 오행(五行)사상에 의하면 경일은 금(金)에 속하고, 그것은 가을에 해당한다. 이날이면 가을 기운이 돋기 시작한다는 뜻이 된다. 가장 더울 때 가을 기운이 돈다니 어림없는 생각이기도 하지만, 중국 진나라 때부터 시작된 유구한 전통이다. 그러니 한여름의 경일에는 가을 기운이 도는 날이라 하여 너무 설치지 말고, 푹 숙이고 근신하라는 뜻에서 “엎드리라(伏)!”고 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일을 복날로 삼아 여름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내기를 빌었다고 할 수 있다.



오행에 따르면 개가 바로 금(金)에 속하는 가을 동물이다. 그래서 복날 개고기를 먹는 것이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의 항의 때문일까. 아니, 차라리 한국인의 서양화 때문이랄까. 요즘 복날에는 개장국집이 아니라, 삼계탕집이 만원이라고 한다. 오행으로 따지자면 닭은 가을이 아니라 겨울 동물이다. 한더위에 이왕이면 가을 고기보다는 겨울 고기를 먹어 기운을 차리자는 뜻이라면, 이 또한 아주 잘못된 논리는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복날은 이렇게 정해졌고, 그래서 개가 식단으로 오르게 됐다. 하지만 하필 10간에서 경(庚)자를, 계절 가운데 가을을, 그리고 가축 가운데 개를 금(金)이라 규정한 오행사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논리정연한 품으로는 과학적일 듯하던 복날의 개고기가 오행사상의 과학성을 따지면 의아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니 차라리 개를 닭으로 바꿔 우리 전통도 지키며 재미있게 살아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주간동아 2005.08.02 496호 (p67~67)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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