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5

2005.07.26

“경종과 고종, 독살 정황 증거 충분”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5-07-21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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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종과 고종, 독살 정황 증거 충분”
    “경종과 고종, 독살 정황 증거 충분”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 왕조는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그중에 갑작스런 죽음 탓에 독살설에 휘말린 왕이 여럿 있다. 바로 인종·선조·효종·현종·경종·정조·고종이 그들이다. 살아 있었다면 조선 역사의 흐름을 바꿨을지도 모를 소현세자까지 포함하면 무려 8명이다. 조선 왕 4명 중 1명이 독살설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당쟁으로 보는 우리역사’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등 인간 중심의 사관을 바탕으로 한 역사 서술에 주력,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저자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사진)은 ‘조선 왕 독살사건’(다산초당 펴냄)에서 허약한 왕권이 독살설의 근본원인이라고 말한다.

    “어느 시대나 왕의 제거는 세 가지로 나뉜다. 자객을 시켜 시해하거나 독살하는 방법, 그리고 선왕의 유지를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그중 조선 왕조에서 가장 의심을 사는 것이 독살이다. 당파가 득세하던 시절 당론을 최우선시했던 신하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택군(擇君) 방식으로 독살을 택한 것이다.”

    독살이 의심되는 8명 중 경종과 고종, 소현세자의 경우는 정황 증거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궁인 김씨 어선(御膳) 독약 사건, 대비전에서 나온 게장과 생감, 그리고 어의들이 다투어 올린 인삼 과다는 경종의 죽음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식민지 조선의 왕 고종도 마찬가지다. 조선총독부는 고종이 붕어하고 하루가 지난 뒤 뇌일혈로 고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임종을 지켜본 이들이 이완용과 친일파뿐이라는 것이다. 일제가 무슨 일을 꾸몄는지 아무도 모른다.”



    저자는 왕들의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실체를 정사뿐만 아니라 야사에 나타난 사실까지 들춰, 특유의 상상력으로 독살 과정을 추적한다. 갑작스런 왕의 죽음으로 벌어진 정치 파장까지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역사는 긍정적인 면이든 부정적인 면이든 정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반성 없는 역사에 미래는 없다.” 저자의 날카로운 지적이다.



    책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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