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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지방자치 10년의 성적표

  • 주용학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수석전문위원/행정학 박사

지방자치 10년의 성적표

지방자치 10년의 성적표

주용학

7월1일로 민선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꼭 10년이 됐다. 34년 만에 부활한 지방자치제는 주민을 행정 중심에 놓음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의 터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그동안 지역의 CEO(최고경영자)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종 정책을 만들고 현장에서 이를 실생활에 접목시키는 데 앞장섰다. 지역 여건에 맞는 ‘맞춤행정’ 도입을 비롯해 주민참여 확대, 사회복지 및 환경문화 서비스 향상 등은 발로 뛰어 일군 그들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주요 사업을 추진할 경우 법률가와 건축가가 주민 피해가 없도록 사전에 검토하는 민원배심제를 도입한 대구시 수성구의 경우 다른 자치단체의 모범 사례로 손색이 없다. 지방공무원들이 명실상부한 지역주민의 공복(公僕)으로 인식을 전환한 점도 기릴 만하다. 이들이 펼치는 원스톱(one-stop) 행정서비스는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하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적지 않게 드러난다. 성적표가 초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표를 의식한 선심·전시행정은 그렇지 않아도 빈약한 살림살이를 더욱 황폐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정 독립·지방 분권 조속 실천 시급한 과제

더욱 심각한 상황은 현장을 지키는 단체장들의 경험 속에 수없이 존재한다. 쓰레기 매립장과 공설묘지를 설치하려다 “혐오시설은 안 된다”는 지역주민들의 님비현상에 발목이 잡힌 강원도의 한 자치단체장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기 힘든 현실을 하소연한다. 지역 토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치단체에 알게 모르게 압력을 행사, 업무 차질을 빚은 전북의 한 단체장은 무기력한 처지에 울분을 토로했다. 김관용 경북 구미시장은 준비 없이 출발한 지방자치제로 인해 여러 차례 행정업무의 차질을 빚은 경험을 갖고 있다. 감사원과 행정자치부, 광역단체 등 상급기관의 빈번한 감사행위에 대한 불만도 있다. 조건호 인천시 옹진군수의 경험으로 보면 상급기관의 감사가 자치단체에 주는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장, 군수, 구청장들은 열악한 지방재정 상황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김규택 대구 수성구청장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중앙과 지방 간 세원 재배분이 필요하며 지방양여사업의 조정 등 재정조정 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 독립 이상으로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중앙정부와의 관계 설정 문제다. 21세기는 통치의 시대에서 협치의 시대로 전환되는 시기다. 우리의 지방자치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의 통제 위주에서 협력 관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권한은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고 간섭도 심하다. 직원 한 명을 채용하려 해도 행정자치부의 눈치를 보거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앙정부는 외교·국방·조세 업무 등 국가가 통일적으로 수행할 사무를 담당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국방·외교 등 국가적 차원의 기능 외에는 과감하게 지방기관에 이양하고 특별행정기관을 자치단체에 통합해야 한다.

광역정부는 광역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무와 기초정부 간의 갈등 발생 시 조정 및 지원업무 등을 중심으로 업무를 전담해야 한다. 반면 기초정부는 주민의 복리증진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집행업무를 담당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참여정부는 지방분권을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하고 출범했다. 지방분권 로드맵을 통해 행·재정 분권과제 등 47개의 주요 과제를 설정하고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과는 거의 없거나 미미한 상태다. 지방분권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보충성의 원칙과 ‘선(先)분권, 후(後)보완’ 원칙을 지켜야 한다.

지방분권의 과제는 재정 분권과 행정 분권, 그리고 정치 분권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재정 분권이 없는 지방 분권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예산 독립이 보장되지 않는 자치단체의 행정행위는 생명력을 발휘할 수 없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0대 20이다. 이런 현실로는 지방의 발전을 도모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 자치조직 및 인사권, 도시계획권, 자치경찰 및 자치교육권 등을 통한 행정 분권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정치 분권은 행정행위의 독립과 생활자치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현재 시·군자치구에서는 의회의원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장 역시 정당공천이 필요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럼에도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확대, 지방자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여망을 저버렸다. 그밖에도 자치단체장의 3선연임 제한 폐지와 후원회제도 허용 주장도 반영되지 않은 것은 정치 분권의 측면에서 명백히 어긋난다.



주간동아 2005.07.12 493호 (p88~88)

주용학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수석전문위원/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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