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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ㅣ러일전쟁 100년, 그 현장을 가다

러-일 해군력 누가 더 셀까

일,첨단 구축함 32척 ‘막강 전력’ … 러, 핵잠수함 보유 ‘한 방에서 우위’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러-일 해군력 누가 더 셀까

러-일 해군력 누가 더 셀까

각종 대형무기로 무장한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주력함인 우달로이급 구축함.

지중해는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터키) 대륙으로 둘러싸인 바다를 가리키는 고유명사다. 말 그대로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이라는 땅(地) 가운데(中)에 있는 바다(海)라는 뜻이다(유럽지중해).

하지만 지중해를 ‘육지로 둘러싸인 바다’란 뜻의 보통명사로 이해한다면, 지중해는 세계 도처에서 발견된다. 아시아 대륙 한복판에 있는 카스피해와 아랄해는 그야말로 지중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소아시아반도(터키) 사이에 있는 흑해, 스칸디나비아반도와 유럽대륙 사이의 발틱해,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홍해도 지중해가 될 수 있다.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동·서·남해와 동중국해로 연결된 바다도 아시아대륙과 일본 열도로 둘러싸인 지중해가 될 수 있다(동북아지중해).

지중해는 여러 나라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활발한 교류가 일어난다. 이로 인해 해상교역권을 차지하기 위한 갈등이 잦고 때로는 전쟁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동북아지중해의 상권을 장악했던 해상왕이 장보고였고, 유럽지중해에서 상권은 물론이고 제해권까지 장악한 ‘왕중왕’이 로마였다.

현재 유럽지중해에는 고만고만한 중량급(中量級) 국가들이 포진해 있지만, 동북아지중해에는 일본·중국·러시아라는 중량급(重量級) 국가가 버티고 있다. 때문에 동북아지중해는 유럽지중해보다 갈등의 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3대 강국이 솥발처럼 버티고 선 동북아지중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해군력을 증강시키는 나라는 ‘강국의 범주에 들지 못하는’ 한국이다. 1999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1800t급 함정으로 순방에 나섰으나 지금은 3600t급(양만춘급)을 이용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4500t급(KDX-Ⅱ), 2010년 이후엔 7500t급 이상(이지스 구축함인 KDX-Ⅲ나 대형 상륙함인 LPX 등)을 몰고 순방에 나설 것이므로, 한국은 가장 빠르게 해군력을 증강시키는 나라로 꼽히고 있다.



러-일 해군력 누가 더 셀까

동·서·남해는 아시아 대륙과 일본 열도로 둘러싸인 동북아지중해다.

일본, 경제적 이점 살려 해군력 증강 박차 … 지정학 면에서도 유리

그러나 3대 강국은 한국의 발전을 애써 막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한국 해군의 구호인 ‘바다로 세계로’를 외쳐주며 한국을 격려하고 있다. 왜 그럴까. 성장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흘러도 한국이 동북아지중해의 패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라이벌이 될 수 없는 나라라면 격려해줌으로써 친구로 만들어놓는 것이 그들에겐 훨씬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

동북아지중해의 해양 패권 국가는 누가 뭐래도 일본이다. 한국이 갖고 있는 ‘세계적인 항구’는 부산항 하나뿐이지만, 일본은 고베·오사카·나고야·요코하마·도쿄라고 하는 다섯 개의 항구를 갖고 있다. 일본은 2010년 한국이 이루고자 하는 해군력의 네 배가 넘는 전력을 현 시점에서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5대 항구를 통해 동북아지중해의 상권을 장악하고, 미국의 핵우산 아래 거대한 해군력을 구축해 이 지역의 패권을 굳히고 있다.

러-일 해군력 누가 더 셀까

4500t급인 한국의 KDX-Ⅱ급 구축함(왼쪽)과 중국이 도입한 8000t급의 소브레멘니급 구축함. 일본이 내년부터 제작에 들어가는 1만3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아래).

일본 해상자위대는 현재 묘고급 이지스 구축함(7500t급) 1척에 4000∼5000t급의 일반 구축함 7척 등 모두 8척의 구축함(일본식 표현은 호위함)으로 구성된 호위대군(護衛隊群)을 무려 네 개나 갖고 있다. 일본이 일본 열도에서 1000해리(1852km) 떨어진 바다에서부터 일본을 지키겠다고 하는 ‘1000해리 전수방위’를 주장하는 것은 바로 네 개 호위대군이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호위대군의 전력은 조만간 배가된다. 내년부터 일본은 4대의 헬기(초계 헬기 3대, 기동헬기 1대)를 탑재하고 스텔스 성능을 대폭 강화한 1만3000t급의 헬기 탑재 구축함 건조에 착수한다. 1만3000t급 함정은 미국의 이지스 순양함보다도 덩치가 큰 것인데, 일본은 이 함정을 네 척 건조해 4개 호위대군에 한 척씩 배치하고 대신 구식 일반 구축함을 퇴역시킬 계획이다.

2008년부터는 이지스 구축함을 순차적으로 도입해 4개 호위대군에 배치할 예정이다. 때문에 2010년 이후 일본은 1만3000t급 헬기 탑재 구축함 1척에 이지스 구축함 2척, 그리고 4000∼5000t급의 일반 구축함 5척 등 8척으로 편성된 호위대군을 네 개 갖게 된다. 이러한 호위대군 한 개의 전력은 지금의 미 7함대 항모전투단에서 항공모함을 뺀 순양-구축함 전단과 전력이 엇비슷하다.

그러니까 2010년 이후 일본은 항모를 호위할 수 있는 전단을 ‘무려’ 네 개나 갖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조선국(造船國)이다. 또 일본에서는 개헌론이 큰 힘을 얻고 있는데 군대를 보유하는 쪽으로 헌법이 개정된다면, 제2차 세계대전 전에 이미 항공모함을 건조했던 일본은 순식간에 4개의 항공모함 전투단을 만들 수 있다.

미국, 발빼지 않는 한 해양 쟁탈전 사실상 불가능

일본은 라이벌인 러시아의 대양 진출을 막을 수 있는 지정학적 이점도 갖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나온 러시아 함정이 태평양으로 나가려면 사할린과 홋카이도(北海道) 섬 사이의 소야해협, 홋카이도와 혼슈(本州) 사이의 쓰가루해협,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의 대한해협이나 쓰시마해협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해협은 모두 일본(또는 미국)의 영향권 안에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이점까지 고려한다면 일본 해양 패권은 상당히 오래갈 수가 있다.

일본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나라가 동북아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경쟁해온 러시아다. 한때 러시아는 일본을 넘어서 미국과 해양 패권을 다투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이 10만t급의 항모 12척을 보유하고 있는 데 반해, 러시아는 6만7500t급 항모 한 척만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 항모를 유럽 쪽인 발틱함대에 배치해놓고 있어 태평양함대는 항모가 없다.

러-일 해군력 누가 더 셀까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주력 세력은 8400t급의 우달로이급 구축함이다. ‘잘나가던 시절’ 러시아는 우달로이급 구축함을 해외 영토가 없는 인도양에 배치해 ‘세계해군’으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불러들여 러시아의 4대 함대인 태평양·흑해·발틱해·백해 함대의 주력 함정으로 사용하고 있다. 태평양함대는 우달로이급 구축함을 중심으로 20척의 전투함을 갖고 있는데 이는 32척(8척×4개 호위대군)으로 편성된 일본의 호위함대보다 규모가 작다.

그러나 태평양함대는 미국의 토마호크와 유사한 러시아제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한 8척의 핵잠수함을 갖고 있다. 핵잠수함 중 일부는 크루즈미사일 대신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고 있다. 이러한 핵전력을 고려하면 러시아는 순식간에 일본을 앞서게 된다. 미국의 핵우산을 고려하면 일본이 앞서고, 이를 제외하면 러시아가 앞서는 것이 동북아지중해에서의 구도인 것이다.

재래식 전력만으로 따질 때 3강 중 가장 처지는 나라는 중국이다. 질적인 면에서만 따지면 중국 해군은 한국 해군보다 ‘낫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한참 처져 있다. 그러나 중국은 올해 6월 러시아로부터 우달로이급보다 성능이 앞선 소브레멘니급 구축함(8000t급) 2척을 도입한 데 이어 추가로 2척을 더 도입할 계획이다. 또 2010년쯤에는 4만t급 항모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해군처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도 갖고 있어 절대 무시할 수가 없다.

동북아지중해에서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 빠르게 전력을 성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주춤하고 있는 러시아와 도약을 시작하는 중국은 핵을 갖고 있어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막강한 나라가 모여 있는 동북아지중해가 평화로운 것은 ‘세계 최강’인 미국 해군이 깊이 개입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발을 빼지 않는 한 동북아지중해에서는 해양 패권쟁탈전이 일어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과 압도적인 경제력, 그리고 지정학적 이점을 이용해 이 지역에서의 해양 패권을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미국은 일본에 ‘이 지역의 경찰 임무’를 맡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주간동아 456호 (p56~58)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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