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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ㅣ땅!땅!하다쪽박?

땅 놓고 돈 먹기 … 대한민국 온통 투기장

기획부동산 ‘솔깃한 유혹’ 피해자 속출 … 마구 쏟아지는 각종 개발 계획 투기 부채질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땅 놓고 돈 먹기 … 대한민국 온통 투기장

땅 놓고 돈 먹기 … 대한민국  온통 투기장
“아파트말고 땅을 사라!”

재테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요즘 도처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아파트를 사면 값이 두 배가 되는 데 10년이 걸리지만 땅은 고작 1년”이라는 것이 유혹의 핵심. 은행 금리가 3%대에 머물고, 주식시장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정부의 강력한 아파트 매매가 억제정책으로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자금이 온통 땅, 땅으로 몰려들고 있는 형국이다.

결정적 요인은 역시 참여정부가 연일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쏟아내놓고 있는 개발 계획이다. 행정수도, 기업도시, 대규모 복합레저단지, 산학협력단지 등 이름도 각양각색. 처음 바람이 분 곳이야 경기와 충북 일원이었지만 이제 와선 강원, 충남, 전남·북, 경남·북, 멀리 제주며 땅끝마을이라 불리는 해남까지, 부동산 열기에 휩싸이지 않은 곳이 별반 없을 정도다.

갈 곳 없는 여유자금 땅으로 … 온갖 수법 동원 ‘장난’

이 틈을 타 이른바 ‘기획부동산’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1990년대 초 이미 크게 ‘해먹은’ 경험이 있는 이들은 투자액 3000만~2억원 정도를 손에 쥔 중산층, 특히 ‘10억 만들기 열풍’에 마음이 쏠린 주부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갖가지 ‘장난’을 치며 엄청난 이윤을 거둬들이고 있다.



기획부동산이란 대규모 토지를 매입한 후 일반인들의 돈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적당한 크기로 나눠, 텔레마케터 등 조직적 판매망을 통해 매도하는 조직을 말한다. 일부 건전한 기획부동산도 있다고는 하나, 상당수는 ‘사기’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과장·속임수. ‘먹튀(먹고 튀기)’ 수법을 세련되게 구사하며 ‘대박’에 눈먼 투자자들을 울리고 있다.

땅 놓고 돈 먹기 … 대한민국  온통 투기장

‘땅 사서 돈 벌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스스로 ‘다른 사람을 속이고, 다른 사람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할 것인지 먼저 물어봐야 한다.

경북지역 소도시에 사는 맞벌이 주부 강모씨(35)는 2002년 11월 기획부동산 D사를 통해 경기 용인 땅 303평을 평당 35만원에 샀다. 이듬해 2월에는 역시 같은 회사의 ‘제주도 펜션단지 계획’을 듣고 465평을 평당 19만원에 구입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처음 약속한 때보다 한참 뒤에 등기가 이루어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땅이 공동명의로 돼 있는 데다 개발 가능성도 극히 낮은 것이었다. 강씨는 “용인이나 제주나 아예 시가 자체가 나오지 않더라. 지역 부동산업자들한테서 ‘기획부동산이 한꺼번에 사 이리저리 쪼갠 뒤, 그나마 500평 1000평씩 묶어 공동명의로 해놓은 땅은 아예 매매가 되지 않는다’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강씨가 현지 답사를 가지 않은 것도 아니다. 특히 제주도는 다른 투자자들과 단체답사를 다녀왔다. 당시 D사는 “도로, 전기, 수도 시설은 물론 허가받는 문제, 호주 전문업체와 펜션을 건립하는 문제까지 다 책임진다”고 했지만 일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일단 일의 시작이랄 수 있는 공동명의 땅의 분할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각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일정 크기 이하로 분할이 안 되는 땅은 지가 상승 가능성이 거의 없다. 관리 보전할 땅이지 개발할 땅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생면부지의 사람과 공동명의로 된 땅을 그나마 나눠가지려 해도 소유자 간 이해관계가 다 달라 분할이 불가능하다. 법에 하소연하자니 딱히 사기죄로 집어넣을 방법이 없고, 또 소란이 일면 그나마 땅값 떨어진다는 이유로 ‘차라리 참자’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기획부동산이 쓰는 전형적 수법이다.”(JMK플래닝 진명기 대표)

개발지로 소문난 지역의 ‘분할 불가능한, 즉 개발 불가능한’ 땅을 싼값에 사들여 마구잡이로 판 뒤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땅 놓고 돈 먹기 … 대한민국  온통 투기장

기획부동산들이 제시하는 서류는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기획부동산이 써주는 ‘환매 약속’ 서류는 전혀 강제성이 없으며, 지자체 이름으로 돼 있는 개발 계획도 민간업체가 용역을 받아 만들었다가 폐기된 것들이 많다.

남편과 함께 사업을 하는 윤영미씨(44)는 또 다른 기획부동산 D사에 다니는 남편의 동창 권유로 충남 당진에 땅을 구입했다. 구입가는 평당 23만원. 이어 다시 D사의 권유로 다소 무리를 해 울산의 개발지라는 땅을 평당 36만원에 500평을 샀다. 윤씨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땅은 수십년 동안 지주들이 개발 계획을 세웠다 무산되기를 반복해 겨우 개발 계획을 또다시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결과적으로 D사를 통해 땅을 산 이들은 시가의 10배 이상을 주고 땅을 산 셈이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항용 그렇듯 D사가 판 땅 또한 대규모 토지를 마구잡이로 분할해 판매한 것이라 도로와 접하지 않은 맹지(盲地)가 대부분이었다. 지주들은 이 땅을 D사가 마구잡이로 사들여 잘게 쪼개 판매하고 있는 것을 알고 구매자들에게 복잡한 사연과 개발조건을 써 보냈고 이때부터 지주조합과 D사, 그리고 땅 구매자들 사이의 분쟁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D사가 이미 판매를 끝낸 충남 당진과 충북 제천 땅이 회사 측의 설명과는 달리 개발 계획이 없거나 불가능한 땅인 것이 드러났다. D사는 구매자들이 의심을 품는 초기에는 꽃, 굴비 등을 보내는 등 선물공세를 펴다가 그래도 항의를 하면 “목숨이 몇 개냐” “아이들 학교는 잘 다니냐”며 협박을 해 여성 피해자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실제로 D사는 울산 지주의 대표격인 박모씨가 피해자 시위에 참석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검찰에 ‘영업방해’로 형사 고발했다. 박씨는 서울 시위에 가기 위해 공항에 나왔다 수사관들에게 끌려갔고, 구속 영장이 떨어져 약 한 달 동안 수감된 채 조사를 받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박씨가 잡혀가자마자 D사 사옥에 ‘박쫛 쫛 구속’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린 점.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D사와 검찰 간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박씨에 대한 재판은 두 번 열렸지만 이미 D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여서 원고 측이 나오지 않아 보석으로 풀려났고, 박씨는 현재 자신을 구속한 검사와 D사 사장 등을 명예훼손 등으로 다시 고소한 상태다.

동네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영숙씨는 기획부동산의 전화에 한두 번 관심을 보인 죄로 매일 기획부동산 직원들에게 시달리다 결국 사기를 당했다. A기획부동산 사무실에서 충남 서산 땅 구입에 대한 상담을 하던 중 계속 휴대전화가 울려 받으니 “아버지가 쓰러지셨으니 빨리 집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황망히 상담을 중단하고 뛰쳐나오자 사무실 앞에 끈질기게 찾아오던 또 다른 기획부동산 B의 직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직원은 “서산 땅 끝났다. 일단 원주로 가보자”며 어처구니없어하는 김씨를 납치하다시피 봉고차에 태워 갔다.

눈먼 현지 답사 … “아예 거래 않는 것이 최선책”

원주에 도착해 보여준 땅은 한창 개발 중이어서 김씨는 선뜻 계약을 했다. B사 직원과 함께 점심까지 먹고 서울로 오다가 ‘들른’ 곳은 당진이었다. B사 직원은 “여기 땅은 어떠냐”고 물었고 김씨는 “괜찮네요”라고 대답했는데 정작 등기가 된 곳이 바로 이 당진의 폐염전 땅이었다. B사에 항의하자 “거기가 더 발전할 테니 두고 보라. 대신 100평은 그냥 주었다”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김씨는 위암에 걸린 남편 몰래 산 땅이라 말도 못하고 혼자 회사를 상대로 힘겹게 싸우고 있다.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폐염전을 팔아먹은 사례는 또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주부 이모씨(42)는 광고란에 택지개발 공고가 실린 지역신문까지 내미는 K부동산신탁에 속아넘어가 충남 태안군의 땅을 샀다. 현장을 가보니 실제로 매립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의심하지 않았다. 토지 구입비는 2년 전 청약 당첨된 33평형 아파트의 입주금 잔금 1억3000여만원이었다. 하지만 몇 달이면 미등기전매 상태로 다른 사람에게 되팔아 10배가 넘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K사의 말을 믿고 500평을 평당 25만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땅은 9월까지도 팔리지 않았다. 그때서야 이씨는 충남도청과 태안군을 통해 택지개발 계획이 깡그리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더욱이 이씨가 산 땅은 별 쓸모없는 평당 4만5000원짜리 폐염전. 당시 공사현장은 K사가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불법으로 매립공사를 한 것이었다. 등기라도 넘겨달라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K사 대표는 잠적했다. 이후 결국 구속되긴 했지만 이씨 부부는 손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고스란히 날린 부부는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수사를 담당한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기획부동산 피해자들 중 법적으로 사건이 해결되더라도 돈을 돌려받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받는다 해도 투자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피의자들은 설사 돈을 다 쓰지 않았다 하더라도 1~2년만 감옥살이를 하면 또 풀려나오기 때문에 절대 돈이 있는 곳을 말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나름껏 준비를 철저히 한다 해도 낭패를 보기는 매한가지다. 김모씨(45)는 98년 기획부동산 S사를 통해 전남 신안군 임야 수백평을 샀다. 이 과정에서 S사는 “만약 해당 임야가 2년 내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되지 않으면 매매대금과 이자까지 반환하겠다”는 서면 약속을 해줬다. 김씨는 이를 믿고 갖고 있던 여유자금 전체를 땅에 투자했다. 그러나 땅을 산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발 계획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책임을 물으려 해도 S사 관계자들과는 이미 연락이 끊긴 지 오래. 서면 약속은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설사 현지 답사를 가 꼼꼼히 살펴본다 해도 일반인이 투자 가능성을 가늠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특히 기획부동산으로부터 매입한 땅은 현지에서 직접 소개받은 위치와 실제 지적도상 위치가 다른 경우가 많으며, 연고를 알 수 없는 분묘가 존재하는 등 예상치 않은 법률적 문제가 매우 많다. 토지를 구입할 때는 아무리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획부동산과는 아예 거래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최선책이다.”

지금도 ‘토지 대박’을 꿈꾸는 소시민들에게 주는 토지거래전문 최광석 변호사의 경고다.





주간동아 456호 (p16~19)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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