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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호주도 이젠 ‘테러, 발등의 불’

駐인도네시아 대사관 테러 이어 이라크서 자국인 납치설 … 총선 앞둔 여당 정치적 부담

  •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yahoo.co.kr

호주도 이젠 ‘테러, 발등의 불’

9월9일 오전 11시경. 갑자기 호주의 모든 정규방송이 중단되고 속보가 내보내졌다. ‘인도네시아에서 폭탄 테러 발생.’ 이 순간 한가롭게 TV를 보고 있던 호주인들의 대부분은 ‘또 미국인 대상 테러가 일어났구나’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레짐작은 연이어 나오는 방송 자막에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9일 아침 10시15분경 인도네시아 중심가 쿠닝간 지구 호주대사관 앞에서 벌어진 자동차를 이용한 폭탄 테러로 최소 200명 이상의 사상자 발생.’

사실 호주 국민들은 2002년 알 카에다 산하조직인 제마 이슬라미야(JI)에 의한 발리 폭탄테러로 호주인 66명이 목숨을 잃은 적이 있는데도, 호주가 테러범의 주요 표적이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2년 발리 테러 때도 호주인 66명 숨져

미국과 혈맹을 자처하며 호주군 900여명이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뒤 테러 위협이 한층 더 거세졌는데도 ‘안전 불감증’을 과시하듯 테러 위험에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폭탄 테러로 인해 호주 사회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도 호주인이 피해를 입은 테러 사건들이 여럿 있었지만, 호주인만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호주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힘을 과시해 많은 동남아시아 이슬람 세력들을 자극해왔다. 이 때문에 최근 2∼3년 사이 호주와 관련한 테러가 부쩍 늘었다. 2002년 발리 테러 이외에도 지난해 자카르타에서 발생한 메리어트 호텔 폭탄 테러도 호주를 염두에 둔 테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 테러의 배후세력 또한 메리어트 호텔 테러 사건과 동일한 테러 집단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 호주대사관 자동차 폭탄 테러의 배후세력은 알 카에다 테러 조직과 연계된 JI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호주의 경찰이 동시에 테러범으로 지목한 아자하리 후신과 누르딘 모하메드 탑은 말레이시아 태생으로 2002년 발리, 2003년 자카르타 테러 사건으로 수배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이번 사건으로 이들에게 걸린 현상금은 대폭 뛰었다.

올해 45살인 아자하리 후신은 박사 학위를 소유한 엔지니어로 영국 레딩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극렬 회교원리주의자로 변신한 1990년대 말, 아프가니스탄과 필리핀 남부지역에서 폭탄 테러에 관한 전문교육을 받았다. 후신의 능숙하고 정교한 폭탄제조 기술에 감탄한 테러전문가 클립 윌리엄은 그를 ‘재능 있는 폭탄 제조가’라고 극찬한 바 있다.

사실 과거의 후신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는 1970년대 말 호주에서 4년 동안 유학한, 호주와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후신은 호주 유학을 마친 뒤 말레이시아의 한 대학에서 그의 아내와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가 둘째 아이를 낳은 뒤 몸이 쇠약해지자 이슬람 원리주의에 빠져들었다. 그는 JI를 설립한 압둘라 숭카르와 마브 바카르 바시르의 영향을 받아 극단적인 회교원리주의자로 변신했다.

한편 후신과 함께 공범으로 지목된 누르딘 모하메드 탑은 올해 33살로, JI를 실질적으로 조정하는 관리자이자 발리 테러를 기획한 핵심간부다. 탑 또한 폭탄 테러 전문가로 뛰어난 폭탄제조 능력 때문에 말레이시아 언론으로부터 ‘파괴자(demolition man)’란 별명을 얻었다.

추가 테러 대비 공항 등 삼엄한 경비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하신 스타일의 폭탄 테러였다. 정교하게 제조한 폭탄을 밴에 실은 채 달려들어 대사관 정문 4m 앞에서 폭발시킨 것이다. 이 폭탄은 테러 대비용으로 특수 제작된 대사관 철제 담을 한번에 무너뜨릴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과시했다.

테러 발생 뒤 호주 공항들은 삼엄한 경비를 펼치며 국제선 여객기 화물과 탑승객의 화물들을 이중 삼중으로 검문하는 등 추가 테러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모든 여객기와 호주로 향하는 인도네시아 여객기 승객들에 대해서는 여객기 탑승 직전에 한 번 더 검문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행한 소식이 하나 더 알려졌다. 9월13일 바그다드에서 모술로 향하는 도로에서 중요 인물을 경호하는 호주인 2명이 납치된 것이다. 존 하워드 총리는 연이은 악재에 크게 놀란 여론과 달리 차분하면서도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호주 언론들과 한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인질들이 호주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호주인이 맞더라도 테러범들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며, 테러 관련 배후세력들을 끝까지 추적해 관련자들을 모두 법정에 세우겠다”며 예전과 달리 강한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호주 정부는 또한 만약의 인질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14일 특수부대를 이라크에 급파했다. 이와 관련해 호주 외무장관 알렉산더 다우너는 “호주 인질사태 해결을 위해 다른 국가들처럼 인질범들에게 돈을 주거나 정책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며 테러 응징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사실 집권당인 자유당에 이번 폭탄 테러와 인질 사태는 10월9일로 예정된 총선에서 큰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소다. 자유당의 쌍두마차 하워드와 다우너가 평소의 온화한 모습과 달리 테러에 대한 강경 응징을 다짐한 것은 총선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워드로서는 스페인 집권여당이 이라크 사태를 강경하게 처리하지 못한 탓에 야당인 사회노동당에 밀려 결국 총선에서 실패한 교훈을 결코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노동당 대표인 마크 레담이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호주군을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것도 하워드 총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이번에 발생한 두 악재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결국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난받는 하워드 총리의 정치적 능력을 마지막으로 검증하는 리트머스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테러단체에 나약한 모습으로 일관한 다른 이라크 파병국들과 차별화된 정책 추진이 그의 집권을 지지하는 미국과의 연대를 한층 강화해줄 수 있기 때문에 하워드 총리는 이번 테러를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간동아 454호 (p98~100)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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