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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영국 학교도 ‘왕따’ 급증에 몸살

전화상담 1년 전보다 42% 늘어 심각 … 교사들 체벌 금지 뾰족한 대책 없어 고민

  • 런던=안병억 통신원 anpye@hanmail.net

영국 학교도 ‘왕따’ 급증에 몸살

영국 학교도 ‘왕따’ 급증에 몸살

영국판 ‘집단 따돌림’에는 ‘이메일로 욕설 퍼붓기’도 있다.

로버트(가명)는 영국 중부 도시 버밍햄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생이다. 그는 요즘 학교 가기가 무섭다. 학교에 가기만 하면 친구들 몇 명이 따라다니며 괴롭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운동장이나 탈의실에서 틈만 나면 로버트에게 욕설을 퍼붓고 발로 차고 밀친다. 3년간 계속돼온 ‘왕따’.

문자메시지·이메일로 욕설 퍼부어

선생님에게 말했지만 별 소용이 없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나가기만 하면 다가와 욕을 하거나, 고자질했다며 더 심한 폭력을 가한다. 부모님이 담임선생님에게 간곡하게 부탁했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영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왕따’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로버트의 경우보다 더 심각한 경우는 인종 차별에 근거를 둔 폭력이다. 파키스탄인 부모를 둔 중학교 2학년생 샤말라는 동료 여학생 여러 명한테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심지어 잘 어울리던 친구들도 갑자기 변해 샤말라를 괴롭힌다. 이유인즉 샤말라가 아시아 출신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별거하고 있어 마땅히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는 샤말라는 최근 상담기관을 찾았다.



어린이 상담전화 차일드라인(www.childline. org.uk)은 24시간 무료 전화상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차일드라인이 처리한 전화상담 건수는 14만 건이 조금 넘는데, 4건 중 1건이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이 울면서 전화한 경우다.

집단 따돌림 관련 상담은 1년 전과 비교해 42%나 늘었다. 특히 초등학교 5학년 이하 어린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 비중이 3분의 1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다. 이는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는 중학생 비율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차일드라인에서 5년 넘게 근무해온 상담원 줄리 테일러는 “최근 2∼3년간 집단 따돌림 상담 학생 가운데 초등학생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집단 따돌림은 피해 학생에게 심각한 충격을 준다. 학교 가기 싫은 것은 물론이요, 공부도 하기 싫어진다. 또 항상 두려움에 시달려 자칫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줄리는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중학생 때 여러 명의 친구들한테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부모와 선생님에게 이야기했으나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결국 차일드라인에 상담을 신청해 도움을 받았다. 이후 대학생이 된 줄리는 시간을 내어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집단 따돌림의 심각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영국 학교도 ‘왕따’ 급증에 몸살
‘영국판 집단 따돌림’의 두드러진 경향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이용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는 경우가 많다는 것. 정보기술 발달이 왕따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울며불며 전화 건 학생 대부분은 “선생님에게 얘기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뒤늦게 학교 측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그다지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교사들은 집단 따돌림을 근절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한다. 영국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체벌이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거나 훈계하는 것이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런 과정에서 폭력학생한테서 얻어맞거나 욕설을 듣는 교사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교사전용 상담전화에 접수되는 이런 사례는 증가 추세에 있다.

학부모들 나서 교내 폭력 추방 운동

영국 남부의 한 중학교는 퇴학당한 학생을 다시 받아들이라는 교육청과 이를 거부하는 교사들 간의 법정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 학교는 교사들을 때리고 괴롭힌 2명의 학생을 퇴학시켰다. 그런데 이 학생들의 부모가 교육청에 이의를 제기, 교육청은 복학을 권고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교사들이 발끈했고, 전국교사노동조합도 복학을 거부한 이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영국 학교도 ‘왕따’ 급증에 몸살
영국 학교도 ‘왕따’ 급증에 몸살

왕따 문제를 상담해주는 ‘차일드라인’ 홈페이지.

체벌이 금지된 것은 물론이요, 학생이 얻어맞았을 경우에도 맞받아 때리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 영국의 교육이다. 맞은 학생이나 폭력을 목격한 학생은 빨리 선생님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러면 교사가 폭력을 행사한 학생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 영국의 교육방식이다.

우리 식으로 보자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영국에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한국 부모들도 가끔 이 문제를 거론하며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때문에 영국 교사들은 집단 따돌림을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 하더라도 뾰족한 수가 없어 흐지부지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학부모로 구성된 시민단체들이 집단 따돌림 근절에 발벗고 나섰다. 차일드라인 회장을 맡고 있는 에스터 란첸이 중심이 되어 ‘집단따돌림근절연맹’을 결성했다. 교육부도 교내 폭력의 심각성을 인식, 이 단체와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영국 학교도 ‘왕따’ 급증에 몸살

전체 집단 따돌림 가운데 3분의 1이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먼저 각 학교에 집단 따돌림의 심각성을 알리고, 폭력근절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또 이들은 무조건 집단 따돌림을 은폐하려고 하거나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영국 교육부는 해마다 실시하는 학교 평가에 교내 폭력 근절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지 여부를 평가항목으로 넣기로 결정했다. 차일드라인은 상담전화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어렵게 수화기를 든 학생들이 전화가 너무 오랫동안 통화 중 상태라고 불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454호 (p90~92)

런던=안병억 통신원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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