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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맨쇼’하다 지쳐 발표 미루나

우리당 정수장학회 진상조사단 주춤 … 지도부 관심 줄고 향후 방향 놓고 ‘삐걱’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원맨쇼’하다 지쳐 발표 미루나

8월 말쯤 중간조사 결과를 공개한다→9월9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금주 중(9월11일 이전)으로는 발표할 것 같다→국감은 끝나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국감 중에도 발표할 가능성은 있다.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정수장학회 진상조사단(단장 조성래 의원·이하 진상조사단·사진)이 조사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강탈의 정황 증거를 하나 둘씩 내보이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매섭게 공격하던 초기와 달리 내부에서 이견이 표출되는 등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날카롭게 칼을 휘두르던 진상조사단은 왜 주춤하고 있는 것일까.

진상조사단은 출발 또한 깔끔하지 않았다. 7월 말, 노무현 대통령이 전선에 직접 뛰어들면서 불을 뿜기 시작한 ‘정체성 논란’은 달을 넘기며 여·야 간 전면전으로 확대됐다. ‘여론 싸움’에서 우리당이 우세한 형국은 아니었다. 당시 내일신문 조사에 따르면 유신독재 책임론 등 박대표를 겨냥한 여당의 공세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기는 국민이 71.7%나 됐다.

진상조사단은 명분 없는 회군이나 후퇴가 쉽지 않은 국면에서 구성돼 여당 지도부에 ‘퇴로’를 마련해줬다. 진상조사단에 소속된 의원들은 조성래 단장을 비롯해 조경태 윤원호 최철국 장향숙 의원 등으로 대부분 영남이 고향인 의원. 부산일보 소유권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조단장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전면전 와중에 느닷없이 ‘낙점’됐다. “지역 여론을 고려하지 않고 당은 쏙 빠진 뒤 영남 출신 의원들에게 골칫거리를 떠넘겼다”는 볼멘소리가 당연히 나왔다.

지도부의 관심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진상조사는 조단장 홀로 ‘북 치고 장구 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조사 초기 조경태 의원이 김지태씨가 작성한 ‘자필 비망록’을 강탈의 증거로 제시하는 등 조단장을 거든 걸 겨우 꼽을 수 있을 정도. 다른 의원들은 김씨 유족 면담에 참여하거나, 형식적으로 열린 몇 번의 회의에서 조단장 측의 브리핑을 듣고 의견을 낸 게 조사활동의 거의 전부다. 과반수 집권 여당이 만든 ‘조사 기구’가 ‘원맨쇼’에 의존하게 된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소유권 이전 불법성 입증 자료 확보했나

조단장은 박용기 전 중앙정보부 부산지부장을 비롯해 당시 상황을 증언해줄 수 있는 사람을 대부분 만났다고 한다. 또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에 정보를 내놓으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두 기관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 못했다. 국가정보원은 “(중앙정보부의 개입 의혹에 대해) 강제 헌납 여부를 입증하는 자료가 발견되지 않아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답을 보내왔고, 국방부 역시 눈이 번쩍 뜨이는 자료를 전해주지 않았다.

관련자들이 대부분 사망한 상황에서 당시 중앙정보부의 조직적 개입을 재론의 여지 없이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조단장이 언론에 흘린 조사내용 중엔 사실과 다른 부분도 일부 있다. 조단장은 박용기 전 지부장이 “상부에서 얘기(지시)했다”며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JP)의 관련 의혹을 제기했으나, JP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박 전 지부장 역시 최근 “조단장이 왜 JP를 거론했는지 모르겠다”면서 “JP는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은 향후 활동방향을 놓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조단장은 “재산반환 청구소송을 내야 한다”고 여기고 있으나 의원들 사이에서 “법정 공방이 계속되는 소송은 원 소유주가 결정할 일이다” “진상조사단 활동은 강납 헌납을 따지는 것”이라는 이견이 나온다. 17대 국회 입성 전 부산에서도 자주 의견이 어긋났던 조단장과 조의원도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현재 정수장학회를 거쳐 국방부로 넘어간 땅의 석연치 않은 소유권 이전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땅의 5분의 1가량이 증발된 데다, 이미 불하된 땅의 소유권 이전 관계가 ‘의혹투성이’여서 현재의 인력으로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진상조사단은 “김지태씨가 농지를 부적절한 방법으로 인수해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농민들은 아직 만나보지도 않았다.

진상조사단은 어려운 환경에도 김지태씨 재산이 정수장학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불법성을 입증할 자료를 대거 확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강탈을 명백하게 증명하는 자료가 아니라면 발표한 내용을 두고 진실 공방이 또다시 이어지게 된다. 정수장학회에 단 1원도 출연하지 않은 박대표는 지금도 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다. 조단장의 ‘원맨쇼’에 의존한 진상조사단은 박대표를 사퇴하게 만들 ‘팩트’를 공개할 수 있을까.



주간동아 454호 (p72~72)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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