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6

2004.08.05

새롭고 재미있는 ‘비주류 문화’ 기행

  • 입력2004-07-29 19:5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새롭고 재미있는 ‘비주류 문화’ 기행
    아바타, 요정, 로만 포르노, 위작, 고서점, 시베리아, 마야문자, 풍수, 신흥종교…. 조금은 특이해서 사람의 눈길을 잡아끄는 39가지 주제를 지상(紙上) 전시 중인 곳이 있다. 출판사 ‘다빈치’와 예술공간 ‘에스파스 다빈치’ 대표인 김장호씨(38·삽화)의 ‘환상박물관’(개마고원 펴냄). 최근 출간된 이 책은 지극히 비주류적인 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류 문화에서 벗어나 있지만 아름답고 기괴한 팬터지의 세계가 펼쳐진다.

    “여기서 환상이란 단어는 흔히 미혹에 사로잡힌 생각(幻想)이 아닌 허깨비 같은 이미지(幻像)를 말합니다. 그래서 허한 글만큼이나 휘한 그림이 많습니다. 제가 도상학이란 걸 하는 까닭입니다.”

    첫 번째 상상관에선 인간의 상상력이 힘을 발휘한 주제들을 동서고금에서 빌려왔다. 요정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비현실적 존재부터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마네킹이나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들의 분신 노릇을 하는 아바타,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신비한 음료 ‘소마’까지 등장한다.

    예술관에선 아돌프 뵐플리를 비롯한 아웃사이더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환상공간을 보여준다. 20세기의 대표적 아웃사이더 예술가인 헨리 다거의 1만5000쪽 분량의 ‘비현실의 왕국에서’를 소개하는 부분에선 기성 예술관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에게 만만치 않는 충격을 전해준다. 여기서 그는, 언어가 잡아내지 못하는 인간의 추상적인 생각을 읽어내고 감추어진 진실을 밝혀내는 도상학의 가치를 칭송한다.

    새롭고 재미있는 ‘비주류 문화’ 기행
    지역관, 역사관, 종교관, 문화관 등에선 ‘모나리자’의 위대함보다 미술계를 뒤흔들었던 위작 시비 사건이나, 아름다운 형태이지만 해독 불능의 마야문자 연구사를 소개한다. 1970∼80년대 일본 공산주의자들의 패배적 종착점이었던 ‘로만 포르노’, 갈릴레오와 괴테, 모차르트, 뉴턴 등이 단원이었고 배후에서 프랑스혁명과 볼셰비키혁명을 조정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프리메이슨에 대한 얘기도 눈길을 잡아끈다.



    김대표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리옹대학 대학원에서 동양학과 비교종교사를 공부했으며, 니스대학의 동남아시아 및 인도양 지역 연구소(RIASEM)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비교종교사와 도상학에 관심이 많고, 최근 ‘꿈꾸는 아름다운 자’란 뜻의 이슬람어 자말 캐야르케치라는 이름을 얻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이슬람 문화 연구에 빠져 있다. 저서로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채우는 불경 이야기’가 있다. 늘 새로운 것, 재미있는 것을 찾아다닌다는 그는 “멈추면 멀미가 난다”고 말한다.



    확대경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