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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사랑방 | 자연을 살린 골프장

거친 바람과 러프 그래서 더 매력

  • 이종현/ 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거친 바람과 러프 그래서 더 매력

얼마 전 영국에서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가 열렸다. 거친 바닷바람과 자연 그대로의 깊은 러프, 항아리 형태의 벙커는 브리티시오픈의 상징이다. 수많은 스타들이 바람과 벙커, 그리고 깊은 러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트러블 숏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면서 자연의 위대함 앞에 희비가 교차한다. 타이거 우즈, 어니 엘스, 필 미켈슨 같은 스타 선수들이 쓴맛을 본 반면 한국과 일본 투어를 비롯해 아시아에서 뛴 바 있는 무명 토드 해밀턴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링크스골프장 덕이다. 전문가들은 “브리티시오픈은 자연을 극복한 자만이 영광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골프장은 지나칠 정도로 미국과 일본의 설계 형태를 따라왔다. 거의 모든 코스가 잘 다듬어진 인공 골프장이다. 우리는 정원식 조경과 디자인,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이 마치 골프장의 전형이라고 여긴다. 자연 그대로의 코스와 시설을 도입한 몇몇 골프장에 대해서는 서슴없이 ‘촌스럽다’고 비하한다. 필자는 7월17일 일본 후쿠시마에 있는 멜로골프장을 다녀왔다. 코스가 다소 좁고 그린이 빠른 골프장으로 인상적인 것은 러프 좌우의 숲. 자연림이 마치 원시의 숲을 연상케 했다. 물론 한국이나 일본에서 봐오던 골프장에 비해선 다소 거칠고 덜 다듬어졌다는 인상을 주었다. 상당수의 골퍼들이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코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모 협회 핸디캡 위원인 K씨는 “골프장도 아니다”면서 깎아내렸다.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골프장이든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자연을 그대로 살린 골프장은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 만든 3류이고, 사람의 손길이 많이 간 골프장은 1류라는 식의 평가는 곤란하다.

한국 골퍼들은 골프장에 대한 편견이 지나치게 심하다. 그렇다 보니 골프 코스를 조성하는 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른바 링크스식 시사이드(seaside) 골프장을 짓는다며 해안 코스에 수천만원대 수려한 나무들을 옮겨 심는다. 바다와 어우러지는 조경은 가히 감탄사를 연발시키고도 남는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숨어 있다. 많은 돈을 들여서 조성한 나무들은 1년도 못 돼 죽는다. 염분 섞인 바닷바람이 비싼 나무들을 말려 죽이는 것이다. 단편적이고 고정적인 골프장에 대한 관념을 이젠 버렸으면 한다. 정원처럼 가꿔진 골프장도 좋지만 거친 바람과 깊은 러프에서 펼치는 골프도 매력적인 것이다. 일본의 유명한 코스 설계가 가토 슈ㄴ수케는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쾌청무풍(快晴無風)의 날씨를 정말 좋은 날씨로 생각한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골퍼들은 바람 많이 불고 비가 흩날릴 때를 좋은 날씨라 한다”고 했다. 골퍼는 자연과 친구가 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골프 코스 역시 자연을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간동아 446호 (p90~90)

이종현/ 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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