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5

2004.07.29

박근혜 진짜 파워 게임은 지금부터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7-22 1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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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진짜 파워 게임은 지금부터

    7월19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박근혜 의원(가운데)이 다른 최고위원들의 손을 잡고 당원의 환호에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의원이 2주 만에 한나라당 대표자리에 복귀했다. 7월19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2년 임기의 대표최고위원에 선출된 박대표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과의 대권 레이스에서 일단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이날 행사의 또 다른 관심사였던 ‘원희룡-김영선’ 최고위원의 등장은 한나라당을 관통하는 핵심 코드가 변화와 개혁임을 말해준다. 이를 발판 삼아 박대표는 당 장악에 나설 계획이다. 박대표의 등장에 반대하던 비주류들도 이런 시대적 소명에 당분간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도적으로 ‘젊음과 변화’라는 아젠다를 부각시켰다. 오후 4시30분, 심재철(색소폰) 김희정(키보드) 정두언(보컬) 박형준(기타) 정문헌(드럼) 의원 등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그룹사운드 ‘드림 07’이 등장했다. 국민 응원가 ‘젊은 그대’를 부르며 드림 07은 당원들에게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던졌다. 의원 보좌관으로 구성된 그룹사운드 ‘고구려 AD410’도 맞장구를 쳤다. 꽃무늬 반팔 와이셔츠에 흰 바지, 검정 선글라스 차림으로 나온 보좌관 보컬이 ‘오! 필승 코리아(한나라)’를 부르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당원들은 2002년 노사모가 경험했던 신명난 정치를 몸소 체험했다. 젊은 정치인들의 역동성은 당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원-김 투톱은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박대표의 앞날은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앞으로 있을 험난한 지도력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대대적인 공세 채비를 갖춘 당내 비주류는 벌써 ‘박근혜 필패론’을 들고 나왔다. 무엇보다 박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과 채무에 대한 명확한 계산서를 작성해 국민들 앞에 내놓아야 한다. 이재오 의원은 이미 “독재자의 딸로는 안 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3선 그룹 가운데 일부는 이시장, 손지사와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눈치다. 이들을 안고 가야 할지, 아니면 버릴지에 대한 정치적 결단도 재촉받는다. 박대표가 이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할 경우 당은 노선투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3선의 한 의원은 “색깔이 맞지 않을 경우 새로운 보수정당 기치를 내걸고 딴살림을 차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한다. 이른바 분당의 검은 그림자가 한나라당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박대표가 반기를 드는 이들을 제압할 만한 지도력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가 아니라 국가 장래에 대한 예견 능력, 그에 대비한 정책 및 전략 구상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지만 박대표의 정치구상은 아직 안개 속에 묻혀 있다. 파트너 위치에 있는 김덕룡 원내대표는 당직과 국회직에 자신의 인맥을 촘촘히 박았다. 당 일각에서 “실세는 DR(김대표 이니셜), 박대표는 얼굴마담“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다. 지금은 상호 협력의 길을 걷고 있지만 어느 순간 경쟁관계로 변질될지 알 수 없는 게 정치이자 권력게임이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박대표는 진검을 뽑아야 하는 험악한 정치지형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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